신문이나 방송이 스포츠 뉴스의 거의 유일한 통로였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 독자들은 인터넷, 위성방송, 트위터 등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 정보를 습득한다.
정확하고 깊은 내용의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언론사 입장에선 인원이나 비용, 지리적인 한계 등으로 인해 취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 독자들의 커진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상당부분 외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외신보도의 큰 함정은 직접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보는 물론 출처 불명의 루머까지도 외신이라는 이름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있다. 보통은 해프닝으로 묻히는 경우가 많지만 어떤 때는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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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딩크 발언 파문... 네티즌 장난에 놀아난 언론
대표적인 예가 지난 남아공 월드컵 당시 한국이 아르헨티나에 패한 뒤 벌어진 거스 히딩크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의 인터뷰 논란이다.
당시 모 인터넷매체는 히딩크 감독이 네덜란드 축구전문지인 '풋볼인터내셔널'과 인터뷰에서 '한국은 아르헨티나의 공격에 맞서 축구가 아닌 야구를 했다', 'B조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이 가장 어둡다', '코칭스태프는 아르헨티나가 남미 예선에서 패한 6경기의 비디오를 봤는지 의심스럽다' 등의 쓴소리를 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이 기사는 월드컵 열기와 맞물려 큰 파장을 일으켰다. 포털사이트의 메인을 장식했고 주요 언론사들도 이를 앞다퉈 인용 보도했다. 당시 아르헨티나전 대패로 인해 충격을 입었던 국민들은 히딩크 감독의 충격적인 발언에 또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조작된 내용이었다. 가장 먼저 이 사실을 밝힌 '시사인'을 비롯해 이데일리 등의 매체들이 네덜란드 현지에 직접 확인했다.
그 결과 '풋볼인터내셔널'이라는 잡지는 존재하지도 않고 비슷한 이름의 유력 축구전문지 '풋발인터내셔널'은 히딩크 감독과 인터뷰를 한 사실이 없었다. 이 내용을 인용보도 했던 각 언론사들은 곧바로 기사를 지우거나 정정 보도를 하기에 바빴다.
◇외신 황당 보도에 기존 언론도 '흔들'
인터넷 게시판은 네티즌들의 자유공간이다. 문제는 그 곳에 실린 내용을 원문도 확인하지 않고 올렸던 매체들에 있다. 원문만 찾아봤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해프닝이었다.
이와 비슷한 예는 '피겨여왕' 김연아의 포상금 보도였다. 히딩크 인터뷰 해프닝이 실체가 없는 것이었다면 김연아의 경우는 구체적인 출처가 있었다. 때문에 이번에는 스포츠신문 등 인터넷매체가 아닌 기존 언론들이 더욱 분주하게 움직였다.
영국의 일간지인 '데일리 메일'은 지난 3월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에서 금메달을 딴 김연아가 100만 달러의 포상금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금융 스폰서가 세계기록으로 금메달을 딸 경우 김연아에게 포상금을 주기로 했다. 이를 대비해 영국의 로이드사에 보험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역시 영국 신문의 오보였다. 김연아측은 물론 한국의 금융 스폰서로 알려진 모 은행도 이같은 사실을 부인했다. 김연아의 유명세로 인해 벌어진 해프닝 정도로 막을 내렸지만 이 역시 확인되지 않은 외신에 지나치게 추종하는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 씁쓸한 자화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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