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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첫 방송한 케이블채널 tvN 월화 미니시리즈 ‘크로스’(극본 최민석, 연출 신용휘)는 천재적인 의술로 자신의 가족을 죽인 범죄자를 정당하게 살해하려는 천재 의사 강인규(고경표 분)와 그의 살인을 막으려는 옛 멘토 고정훈(조재현 분)의 재회가 그려졌다.
이날의 백미는 수술신이었다. 우수한 성적임에도 교도소를 지원한 강인규를 교도소 의무과장 백지남(유승목 분)는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 사이 무기수 김형범(허성태 분)은 동료 재소자 이길상(김서현 분)을 칼로 찔렀다. 위급한 상황에서 강인규는 급히 투입돼 수술을 집도했다. 과거 사고 이후 남들보다 뛰어난 시력을 가진 강인규는 그의 간에 박힌 유리조각을 찾아내 위기를 해결했다.
이 과정이 긴박하게 그려지며 긴장감을 높였다. 면접 내내 백지남과 묘한 기싸움을 벌이던 강인규는 차분했다. 그런 강인규가 환자가 등장하자 달라졌다. 냉철한 분위기는 그대로였지만 빠른 판단력과 카리스마로 상황을 이끌었다. 신속하고 정확했다. 그가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하는 순간 시청자도 함께 몰입했다.
강인규는 유년 시절 아버지와 여동생을 잃은 안타까운 과거를 지닌 인물이다. 고경표는 대사 대신 눈빛에 처절함을 담았다. 지난 세월 복수를 다짐하며 살아온 캐릭터의 고독한 인생이 눈빛에 묻어났다. 김형범과 면담 이후 과거를 회상하는 얼굴은 서늘했다. 전작인 KBS2 ‘최강배달꾼’에서 보여준 청춘의 건강함이나, SBS ‘질투의 화신’·tvN ‘시카고 타자기’로 부각됐던 젠틀한 면모는 찾을 수 없었다.
방송 말미 강인규와 고정훈은 한 수술대에서 만났다. 한때 양아버지와 양아들 사이였던 두 사람의 대화는 건조했다. 강인규는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가장 고통스럽게 복수할 것”이라고 복수를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그의 고요한 분노가 수술방을 채웠다.
강인규는 선함과 거리가 먼 인물이다. 사람을 살리는 의술이 아닌 사람을 죽이는 의술을 택한 인물이다. 지난 제작발표회에서 고경표는 강인규에 대해 “어린 시절 사건들로 하여금 복수심에 점철된 인물이다. 거기에 몰두가 돼 있다. 전과 다른 모습이지만, 어떻게 보면 이 캐릭터에 대한 매력”이라고 말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첫 회는 일단 합격점이다. 향후 분노에 타오르는 복수의 화신을 어떻게 그려낼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크로스’ 2회는 30일 오후 9시 30분 방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