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개막]숫자로 풀어 본 2014시즌 키워드

정철우 기자I 2014.03.27 10:23:11
지난해 SK와 LG의 문학 개막전에 몰린 만원 관중.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2014 한국 프로야구가 드디어 기지개를 켠다. 그 어느 해 보다 치열한 승부가 예상되는 2014 프로야구. 팬들의 설렘은 이미 그 지수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졌다. 주말만 되면 구장의 80% 이상이 채워졌던 지난 시범경기가 그 증거. 유난히 겨울이 길게 느껴진다는 팬들의 원성이 각종 커뮤니티를 도배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흥행 대박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마지막 숙제는 결국 야구다.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경기력을 선수들이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다. 외국인 타자들이 무조건 한 명씩 팀에 합류하며 내부 경쟁이 더욱 치열해 졌고, 메이저리그급 선수들의 대거 합류로 전체적인 질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그 어느 팀도 우승을 장담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올 시즌 프로야구는 더욱 특별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4 프로야구를 관통할 키워드들을 숫자를 통해 돌아봤다. 숫자의 스포츠인 야구인 만큼 그 속엔 새 시즌의 판도와 흐름이 담겨져 있다.

1: 한명씩 늘어난 외국인 타자

10구단 시대를 맞으며 한국 프로야구는 다시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늘렸다. SK 스캇, 한화 앨버스, 클레이 등 메이저리그서도 인상적인 기록을 남긴 선수들이 대거 합류하며 기대치를 끌어올렸다.

특히 3명(NC는 4명)이 한 포지션으로는 뽑을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각 팀 별로 타자가 1명씩 보강됐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파워를 겸비한 거포들의 등장은 프로야구 판도를 바꿀 태풍이 될 수 있다.

단순히 홈런이 늘어나는 것 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장타로 흐름이 바뀌는 경기가 늘어나면 감독들이 승부수를 던지는 방식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반대로 한 점을 지키는 야구를 하기 보다 한 점을 더 내는 야구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지키는 야구를 하려면 이전보다 훨씬 섬세하고 세밀한 지략이 동원될 것이다. 이런 감독들의 변화와 노력은 보는 재미를 배가시키는 요소가 될 것이다.

4+1 : 삼성 4연패, 흐림에서 맑음으로

시즌 전, 많은 전문가들은 “그래도 삼성”이라는 말을 많이 했다. 마무리 오승환과 톱타자 배영섭이 빠졌지만 남은 선수들 만으로도 정상에 도전해 볼 만 하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그 가능성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떨어져 보였던 것 만은 사실이다. 올 시즌 야구를 가장 치열한 승부로 예상했던 이유의 중심엔 ‘삼성이 약해졌다’는 엄연한 팩트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불과 며칠 사이 큰 변화가 생겼다. 한국과 일본의 마무리 투수를 평정했던 뱀직구의 사나이 임창용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팔꿈치 재수술 후 지난해의 대부분을 재활로 보냈던 그다. 하지만 지난해 마이너리그에서 1점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으며 올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서 최고 151km의 빠른 공을 던졌다.

준비 기간이 좀 필요할 수는 있으나 임창용이 전성기 못지 않은 공을 던질 것이라는 믿음에는 변화가 없다. 삼성은 그렇게 또 한 번 치고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9: 그래도 치열한 우승 다툼

하지만 삼성이 독보적인 1강이 될 거란 예상에는 여전히 반론이 따른다. 임창용 효과가 있기는 하겠지만 지난 3년간 마지막까지 전력 질주를 하느라 내구성에선 분명 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그 주장의 중심이다.

그만큼 경쟁 팀들의 전력이 많이 좋아졌다. 가공할 타선을 앞세운 넥센, 에이스가 돌아 온 롯데, 지난해 허무한 가을 잔치를 만회하기 위해 이를 악 문 LG, 1승이 모자라 최고가 되지 못한 두산, 전통의 명가 SK 등이 강력한 도전자로 남아 있다.

여기에 3년차 구단인 NC가 알찬 전력 보강으로 당찬 각오를 다지고 있고 한화, 부상 선수들이 복귀한 KIA도 맥 없이 물러날 전력은 아니다. 지난해 처럼 ‘당연한 1승’ 팀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올 시즌 판도는 그야말로 안갯속이라 할 수 있다.

새로 개장한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KIA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50 : 광주 50년만에 새 구장 건설.

광주 무등 야구장은 한국 야구의 숨기고픈 자식이었다. 1965년에 지어진 낡고 허름한 이 구장은 구단 직원들이 “팬들이 너무 많이 오시면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할 정도로 좁고 협소했다. 그러나 광주 광역시의 노력과 KIA 구단의 투자가 더해지며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라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

메이저리그식 관전 편의 시설을 갖춘 새 구장은 개장 첫 시범경기서 구름 관중을 모았을 만큼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물론 아직 정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이에 KIA는 앞으로 60억원을 더 투자할 계획이다. KIA는 “‘고품격 Look & Feel’ 프로젝트를 통해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의 인프라를 대폭 확충, 보완해 메이저리그 구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서비스 시설을 구축하고, 인테리어와 컬러 등 전체적인 외양과 이미지를 고품격화해 광주와 KIA타이거즈를 최고의 브랜드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150 : 광속구 투수 전성시대

직구 하나만으로도 팬들을 설레게 할 수 있는 투수. 야구를 꿈꾸는 모든 이들의 로망이다. 올 시즌엔 그런 힘을 지닌 선수들을 마운드에서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SK 에이스 김광현은 2007년 한국시리즈 4차전서 두산 타자들의 배트를 잇달아 부러트리던 힘 있는 광속구를 되찾았다. 어깨 부상 탓에 맘 껏 자기 공을 뿌리지 못했던 그다. 그러나 보강 훈련이 성공을 거두며 오랜만에 부상에 대한 두려움 없이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다.

양현종은 2009년 한.일 챔피언십 시리즈서 직구 하나만으로 요미우리 벤치를 얼어붙게 했던 주인공이다. 지난해 좋은 출발을 하고도 옆구리 부상 이후 제 몫을 못한 아쉬움을 올 시즌엔 확실히 털겠다는 각오다. 시범경기 실점 ‘0’의 쾌투로 최고의 예고편을 찍었다.

여기에 26일엔 임창용이 복귀를 공식 선언했다. 최고 160km의 광속구로 일본 프로야구까지 평정했던 그다.

여기에 광속구 신예 중엔 맏형 급인 롯데 최대성과 넥센 조상우, 한화 최영환 등 묵직한 돌직구를 앞세운 새 얼굴들의 등장도 흥미를 배가 시킬 것으로 보인다.

1992: 롯데 마지막 우승 시즌

롯데가 마지막으로 우승을 차지한 1992년, 대한민국은 군사정권이 들어서 있었다. 그만큼 오랜 시간 동안 롯데는 최고가 되지 못했다. 그 이후 대통령만 네명째 청와대에 입성했다.

올해, 롯데는 다시 우승을 꿈꾼다. 특히 올해는 좀 더 강한 임팩트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전의 롯데가 세련미가 떨어지는 강팀이었다면 이젠 제법 여유가 느껴지는 튼실한 팀으로 변신했다.

이렇다 할 전력 누수 없이 에이스(장원준)와 4번타자(히메네스)가 가세했다. 여기에 최준석을 더해 타선의 힘을 보강했다.

물론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 했다. 좋은 자원을 얼마나 잘 배치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롯데는 참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롯데가 올 시즌 우승에 한 번 도전해 볼 수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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