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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글로벌 프로젝트의 과제: '설국열차'를 주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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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대 기자I 2013.08.13 09:3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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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설국열차’
[김선엽 교수] 바야흐로 ‘글로벌 프로젝트’의 시대다. 이젠 상업영화 쪽에서도 외국과의 합작 혹은 협업 형태의 영화들이 급증하고 있다.

현재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설국열차’와 앞서 개봉된 ‘미스터 고’는 그 추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두 작품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각각 400억, 200억 원 이상이 투입된 대작이라는 점, 장기는 다르지만 봉준호와 김용화라는 검증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라는 점, 각기 미국과 중국을 파트너 삼아 본격적인 국제화를 지향했다는 점 등이다. 영화계에서는 이 두 영화를 세계영화산업의 전통적 강자인 할리우드와 강력한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서 미래지향적인 합작모델이 가능한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시금석으로 여기고 있다. 그 성패 여부에 따라 글로벌 프로젝트의 형식과 규모, 그리고 그 동력의 정도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설국열차’는 이미 700만 명에 육박하면서 세몰이에 나선 형국이다. 국제적 지명도가 있는 감독의 존재감을 증명하듯 해외 언론의 호의적인 논평까지 과시하고 있다. 전문가의 평가에서 다소 의견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 추세대로라면 적어도 한국에선 기대치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찝찝한 감정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강박처럼 돼버린 글로벌 프로젝트가 오히려 한국영화의 무덤을 파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과거에도 합작이나 협업은 존재했다. 다양한 문화의 시너지 효과나 소통 운운하는 때도 있었다. 하지만 상업영화에서 그건 포장이고, 진짜 속내는 돈이자 산업논리였다. ‘더 넓은’ 시장으로 나가 ‘더 많이’ 벌고 산업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차원의 부수적 논리는 할리우드 등 영화 선진국과의 합작이나 협업을 통해 그들의 투명하고 합리적인 산업시스템을 배울 수 있으니 한국영화산업의 선진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결과를 보면 이런 명분이 민망할 정도다. 원래 의도에 걸맞은 수익을 창출한 예는 거의 없고 영화계 주류가 한국영화시스템의 후진성을 개선하기 위해 ‘경험한 바’를 자발적이고 선제적으로 반영해 안착시킨 실례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산업적 측면에서 합작의 최선의 결과는 일단 참여한 국가들의 시장에서 모두 수익을 내는 것이다.

실제로는 한쪽시장에서만 반응이 있거나 양쪽시장에서 외면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작이나 배급 파트너십을 비롯해 상대국 감독 발탁, 배우 섞기, 스태프 협업, 현물이나 로케이션 지원 등등 거의 모든 선택지를 동원해본 결과가 그렇다. 다른 문화와 언어, 산업과 시스템 차이 등이 색다른 매력을 생산하는 변증법적 융합을 이루지 못하고 어색한 혼재로 끝나버리곤 했기 때문이다.

오래된 합작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에서는 이런 시행착오의 결과물을 ‘유로 푸딩’이라 부르는데 한국이 시도한 합작영화들 역시 감독이나 배우의 개성 약화, 소구 관객층의 불명료함이 초래한 상투성의 덫, 예상을 밑도는 흥행성적을 피해가지 못했다. ‘역도산’(2004) ‘외출’(2005) ‘소피의 연애매뉴얼’(2009) ‘워리어스 웨이’(2010) ‘위험한 관계’(2012)는 물론이고 올 초 개봉됐던 ‘라스트 스탠드’ ‘스토커’, 그리고 중국에서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는 ‘미스터 고’마저도 예외를 만들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에서 약 360억 원의 수익을 터트린 오기환 감독의 ‘이별계약’의 성과에 고무돼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미스터 고’보다도 더 철저한 ‘중국영화’로 제작된 작품이다. 오히려 한국에서의 흥행 결과는 처참했다. 특히 중국 쪽 파이가 크다고 축하해줄 수만은 없는 것은 그 전제가 바로 한국적 정체성과 한국관객 지우기이기 때문이다. 속마음이야 어찌됐든 영화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며 정치투쟁까지 불사했던 게 영화계다. 중국의 ‘중화주의’는 갈수록 위세를 떨칠 텐데 ‘돈만 벌면 장땡’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설국열차’의 과정과 결과는 중요하다. 과연 송강호와 고아성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는 ‘Snowpiercer’(‘설국열차’ 영어제목)를 구미 관객들이 지지해줄 것인가. 또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영화계 리더들은 합당한 조처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질문에 희망적 응답이 없다면, 덩치를 키워가는 한국영화계의 글로벌 프로젝트는 고질적 갑을 관계뿐 아니라 강대국의 문화적 패권까지 재생산하는 또 하나의 ‘괴물’이 될 게 분명하다.

글=김선엽 수원대 연극영화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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