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잘생기고 똑똑하고 완벽한 王 이훤이 탐났죠"(인터뷰)

박미애 기자I 2012.03.27 11:29:41
▲ “원래부터 될 놈이었다고요? 너무 감사하고 영광이죠. 많은 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사진=권욱기자)

[이데일리 박미애 기자] 웅성웅성. 사무실 분위기가 살짝 변했다. 평소 절간처럼 조용한 곳이 갑자기 어수선해졌다.

“선배 왔어요.”

점심 먹고 온 후배가 알려준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곳에는 온 국민이 다 봤다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의 주인공, 김수현이 있었다. 원체 잠잠한 곳이라 큰 소리는 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곳에 쏠린 시선만으로도 여느 때와 다름 분위기를 알아챌 수 있었다.
 
TV보다 실물은 더 작았다. 얼굴이. 작은 얼굴에 눈이 먼저 갔다. 중전 역의 김민서가 억울할 만도 했다(그녀도 작은 얼굴인데 익선관을 쓴 김수현 옆에서 늘 비교됐다). 키는 컸다. 작은 얼굴에 큰 키. 착한 비율에 감탄하며 있을 때 김수현이 입꼬리를 보기 좋게 올리면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김수현입니다.”

평상시 그는 말을 또박또박 하면서 끝을 살짝 끄는 독특한 말투가 있었다. 안녕하세요도 ‘안.녕.하.세.요.오.’로 들렸다. 그런 말투에서 장난기가 느껴지기도 하고 엉뚱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밝은 성격이 짐작됐다. 그렇게 김수현을 탐색하며 인터뷰에 들어갔다.
▲ “만약 ‘해품달’에 또 출연한다면 그때는 양명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양명의 사랑이 훤보다 더 가슴 아프더라고요.”(사진=권욱기자)

‘원작을 보고 흥분했다’

‘해품달’과 인연에 김수현이 한 말이다. 회사로 건네진 기획안을 보고 재미를 느꼈고, 원작이 궁금했고, 보면서 푹 빠졌다고 했다. 이후는 지루한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항간에는 김수현이 작가(진수완)를 직접 찾아갔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기다림은 직접 찾아가는 것 못지않은 열정이 있었다.

“많이 보챘던 것 같아요. 작품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더 나온 소식은 없는지 너무 궁금했죠. 시놉 나온 것을 보고 대본 나온 것을 보면서 점점 더 흥분했고 욕심났어요.”

그렇게 손에 쥔 ‘해품달’은 만만한 작품이 아니었다. 원작 소설이 많은 팬을 갖고 있었고, 주인공인 이훤은 너무나 완벽한 인물이다. 잘 생기고 똑똑하고 남자답기까지.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이 아니었다. 자칫 욕먹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작품을 준비하던 시기에 화제가 된 ‘뿌리깊은 나무’의 한석규와 송중기를 살펴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훤과는 달랐다. 다른 왕이 필요했다. 조금 더 카리스마가 있는 모습이 필요했다. 만화 ‘창천항로’ 속 조조를 참고한 이유다. 또 한 명. 어린 이훤을 연기한 여진구였다.

“한 동안 캐릭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러다 진구가 연기하는 모습을 봤는데 제가 간과했던 게 있었더라고요. 연기는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라는. 진구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힘을 받아 캐릭터를 만들었죠.”
▲ “이상형은 바뀌지 않았어요. 카야 스코델라리오. 그녀는 지금도 제 이상형입니다.”(사진=권욱기자)

알고 보면 눈물 많은 남자

초반에는 연기가 과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는 배용준으로부터 징그러워 보일 수 있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좋은 말만 들었던 건 아니지만 ‘해품달’ 돌풍의 중심에는 기라성 같은 선배들 속에서 전혀 기 눌리지 않고 섹시한 왕을 만들어낸 김수현이 있었다. 정작 본인은 선배들 연기에 눌려서 좌절했다며 멋쩍게 웃었지만. 어찌됐건 ‘해품달’은 그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됐다. 이훤의 대사처럼 ‘잊으려하여도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마지막 촬영 때 모든 배우들이 다 현장에 있었어요. 컷 소리가 들리고 감독님이 ‘우리 훤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라며 안아주는데 울컥하더라고요. 끝까지 안 울려고 참았는데 하필 그때 딱 정은표 선배님과 눈이 마주쳐서…. 아이고.”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김수현은 정은표를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그 모습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알고 보면 김수현은 눈물이 많은 남자다. 그는 2008년 ‘정글피쉬’라는 청소년드라마 시사회 현장에서도 펑펑 울어 취재진들을 당황하게 한 바 있다. 연기를 너무 못한 자책감 때문이었다. 김수현은 4년 전 일을 떠올리며 쑥스러워했다.

“그 시점 후로 조금 달라졌어요. 그 전에는 겁 없이 연기를 했거든요. 몰랐으니까. 근데 알기 시작하면 선뜻 겁을 먹잖아요. ‘정글피쉬’ 이후로 신중함을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원래 우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눈물을 흘릴 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 기분들이 그에게는 소중하다.

“연기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있어서인지 평소 기쁨, 슬픔 등의 감정을 극단적으로 느끼려고 해요. 슬퍼서 울지만 울고 나면 개운해지는 기분도 은근히 좋고. 주변에서는 제가 그 감정을 버텨내지 못할까봐 걱정도 하지만요, 좋을 때는 정말 좋고 싶고 슬플 때는 정말 아프고 싶어요.”
▲ “섹시하다는 말, 너무 듣고 싶었던 말이라 기분 좋았어요. 앞으로도 ‘섹시함’을 유지하고 싶어요.”(사진=권욱기자)



‘집 해드리고 싶어’

‘해품달’은 끝났고 김수현은 큰 사랑과 인기를 얻었다. 이번 작품으로 어머니 팬까지 품으며 팬 층이 두터워졌다. 촬영장에 아이를 안고 구경 오는 어머니 팬을 보며 신기했다고 했다. 작품 후 새롭게 모델 계약을 한 CF도 10여 개다. 한 동안 김수현이 돈방석에 올랐다는 소식이 큰 화제였다. 돈 많이 벌었냐는 질문에 돈 관리는 어머니가 한다며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도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 돈 많이 벌어서 아버지, 어머니를 위해 집을 선물하는 것. 말만이라도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들이 대견스러울 것이다.

김수현은 ‘해품달’ 끝나고 곧바로 다음 작품에 신경을 가다듬고 있다. 오는 7월 영화 ‘도둑들’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도둑들’에서는 전지현을 짝사랑하는 캐릭터를 맡았다. 키스신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가 용띠거든요. 드라마를 시작할 때만 해도 걱정이 많았는데 좋은 작품을 만나서 용의 해를 기분 좋게 시작했어요. ‘도둑들’도 ‘해품달’처럼 좋은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 “지금까지 연기한 인물(배역)들은 모두 제 안에 있다고 생각해요. 이훤, 언젠가 또 다른 좋은 곳(작품)에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네요.”(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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