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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히어로즈는 9일 푸이그와 연봉 100만달러(약 11억8000만원)에 계약을 마쳤다고 공식 발표했다. 100만달러는 외국인선수 연봉 상한선이다.
푸이그를 영입하겠다는 키움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이뤘다. 키움은 지난 시즌 중반 테일러 모터를 방출한 뒤 푸이그 영입에 나섰다. 당시는 메이저리그에서 뛰겠다는 푸이그의 의지가 강해 협상이 결렬됐다.
하지만 키움은 실력이 검증된 푸이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 최근 고형욱 단장이 직접 도미니카공화국으로 건너가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뛰는 푸이그의 기량을 체크한 뒤 다시 오퍼를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황도 키움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푸이그는 최근까지도 메이저리그 재진입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메이저리그 직장폐쇄로 인해 빅리그 구단과 협상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스프링캠프는 물론 시즌 개막마저 불투명해지자 푸이그도 마음을 바꿨다.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위해 쿠바를 탈출한 푸이그는 2013년 LA다저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했다. 첫 해 104경기에 출전해 타율 .319 19홈런 42타점을 기록하며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에도 탁월한 파워와 스피드를 앞세워 리그 정상급 타자로 군림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매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렸다.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은 .277에 이른다. LA다저스 시절에는 후안 유리베 등과 함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절친’으로 국내 팬들에게 친숙했다. 올해 2021시즌 멕시코리그에서도 타율 .312, 10홈런 OPS .926을 기록하며 수비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푸이그는 뛰어난 실력에도 독단적이고 불성실한 행동으로 물의를 빚었다. 훈련시간에 지각하는 것은 일상이고 팀 동료들과 항상 갈등을 빚었다. 다저스 시절 팀의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와 끊임없이 마찰을 빚은 것은 유명한 일이다. 심지어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푸이그 때문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는데 팀의 나머지 선수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악동 이미지가 단단히 박힌 푸이그는 2019년을 끝으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지 못했다. 여전히 실력은 뛰어나지만 팀 분위기를 해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 여성으로부터 2018년 성폭력을 가했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하기까지 했다.
푸이그와 그의 에이전트는 그동안 메이저리그 재진입을 위해 ‘악동 이미지’를 씻으려고 애를 썼다. 푸이그의 에이전트는 인터뷰에서 “푸이그는 ‘시간을 지각하는 기능’에 문제가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치료를 받아 이제는 다른 사람처럼 시간을 인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성폭력 의혹도 법적으로 모두 해결했지만, 메이저리그 구단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며 “푸이그가 쿠바 선수여서 손해를 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이그는 “정말 간절하게 미국에서 다시 야구하고 싶다”며 “스프링캠프 초청 선수로 뛸 기회부터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푸이그가 한국에 와서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지난해 시즌 중 한국에 왔던 애디슨 러셀도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이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푸이그도 한국 무대에 제대로 적응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독단적인 행동을 이어간다면 오히려 팀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다만 메이저리그에서 이름값이 높은 선수가 한국에 오는 것은 최근 인기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KBO리그에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있다. 키움으로서도 관중 동원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형욱 단장은 “현지에서 푸이그의 경기를 보며 역시 기량이 뛰어난 선수라는 생각을 했고 티타임 등을 통해 몇 차례 직접 대화를 나누면서 가정에 충실하고 인격적으로도 많이 성숙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선수가 큰 무대에 대한 도전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기량 외적으로도 우리 선수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푸이그는 비자발급 등 행정절차를 마친 뒤 2022 스프링캠프에 맞춰서 입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