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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굴당’은 고부간의 갈등이라는 주말드라마의 흔한 소재를 극의 축으로 삼아 이른바 ‘시월드’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사회적인 신드롬을 낳았다. 반면 ‘내 딸 서영이’는 주말드라마에서 자주 쓰이지 않았던 ‘부성애’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새웠다. 극 초반 다소 낯선 소재에 시청자들의 관심은 높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결국 최종회에서 자체최고시청률인 47.6%(이하 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고 평균 33.3%의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며 ‘넝굴당’ 못지않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은 셈이다.
소현경 작가의 필력
‘내 딸 서영이’는 ‘넝굴당’에 비해 코믹한 요소와 돋보이는 캐릭터는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스토리를 끌고 가는 작가의 힘이 돋보인 작품이다. 아버지와 딸의 갈등과 화해라는 큰 주제를 놓고 50회가 진행되는 동안 흔들림 없이 주제를 끌고 갔다. 이 과정에서 주연 캐릭터 외의 인물들에도 타당성을 부여해 개별 캐릭터들도 저마다 ‘사연’을 가지게 했다. 덕분에 일방적으로 손가락질 받거나 매도될 인물이 등장하지 않았다. 소 작가의 전작인 ‘찬란한 유산’이나 ‘검사 프린세스’,‘49일’등의 드라마에서 드러났듯이 소 작가 특유의 따뜻한 인간애와 삶을 보는 진솔한 태도가 드라마의 온기를 지탱했기 때문이다. 이는 가족 간의 여러 문제들로 상처 받는 시청자들에게 ‘돌아봄’의 시간을 마련했다. ‘힐링의 시대’인 요즘 주말 가족드라마로서는 ‘안성맞춤’이었던 셈이다.
이보영, 연기변신의 ‘완결판’
2002년 CF모델로 데뷔한 이보영은 2004년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를 시작으로 2005년 ‘어여쁜 당신’과 ‘서동요’를 통해 드라마의 여자주인공으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특유의 단아한 이미지로 이후 여러 드라마에서 주연을 꿰찼으나 ‘연기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적은 없었다. 이보영의 연기에 전환점이 된 것은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이었던 윤종찬 감독의 ‘나는 행복합니다’에서 여자주인공 수경으로 출연하면서부터다. 윤 감독은 당시 이보영에 대해 “굉장히 잘 알려진 배우인데 막상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깊이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 했다”며 “연기에 대한 열정이 강했고 앞으로도 심도 깊은 연기를 하더라도 잘해낼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경은 애인에게 버림받고 직장암 말기의 아버지를 간호하며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고 있는 간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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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진 ‘부성애’ 연기의 흡입력
‘내 딸 서영이’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드라마의 무게중심은 ‘서영이’보다는 서영이의 아버지 이삼재에 가 있다. IMF 당시 아픈 아내와 자식들을 챙기지 않고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한 이삼재는 이 시대 아버지들의 또 다른 초상이다. 이삼재의 모습이 현실과 밀착되어 있지 않았다면 ‘내 딸 서영이’의 설득력과 흡입력은 상당히 약해졌을 것이다. 천호진은 이삼재 역을 맡아 특유의 부성애 연기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아버지 이삼재를 천호진은 탁월하게 표현해냈다. 이는 천호진이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비롯해 숱한 작품에서 ‘아버지’ 연기로 다져진 내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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