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SPN 김영환기자] 김성근 SK 감독이 특타를 즐기는 일을 잘 알려져 있다. 부진해 보이는 선수를 경기장 인근 고교나 대학 운동장으로 데려가 손수 지도에 나선다. 김성근 감독은 이를 두고 "오늘보다는 내일을 위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김 감독은 목동 히어로즈 전이 열린 29일, 이호준, 정근우, 최정 등 팀의 주축 타자들을 불러내 인하대학교에서 특타를 시켰다. 예전과 다른 점은 선수들이 오전 11시에 숙소를 떠났다는 점. 통상적으로 특타는 오후 1시에 시작했다. 오후 5시 반이 되어서야 목동구장에 나타난 최정은 "11시에 특타를 나선 것은 처음"이라며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했다.
올 시즌 개막 후 처음 3위로 떨어진 데 대한 채찍이었을까, 그러나 김성근 감독은 "순위표를 보지 않기 때문에 어디 있으나 마찬가지"라며 웃으며 이를 부인했다. 이어 이른 시간 특타를 나선 것에 대해 "아침에 할 일이 없어서"라며 농담을 건넨 뒤 곧 속내를 털어놨다.
"오늘 경기는 져도 상관이 없다. 남은 일정이 문제"라며 이른 아침부터 특타를 시키는 진짜 이유를 밝혔다. 김 감독은 그러면서 "1~2경기 안타를 치고 못 치고의 문제가 아니라 깨달음을 얻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특타에 참가한 3명의 성적은 엇갈렸다. 8회 대타로 나선 이호준은 솔로 홈런 포함 2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 했고, 정근우도 4타수 2안타 2득점으로 제 몫을 했다. 그러나 최정은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하루 특타의 효과가 모두에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호준은 "지금까지 감독님과 했던 특타 중 가장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SK의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이호준이 정근우와 최정이 떠난 후에도 감독님과 1시간 30분 가량 나홀로 특타를 더 했다. 그리고 경기에 출전해 맹활약했으니 기억에 남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타를 통해 무너진 타격 자세를 교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되찾은 타격감을 꾸준히 유지해나가는 일이다. 이호준이 "가장 기억에 남는 특타였다"고 말한 것은 남은 일정 동안 꾸준히 좋은 효과를 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온 것이다. 김 감독의 말처럼 '오늘보다 내일을 위한' 특타였다.
김 감독은 "못 치는 선수를 버리면 쉽게 갈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아니다"라며 엄격한 훈련 속에 담긴 제자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날 승리의 수훈갑이 된 이호준에 대해서도 "타격감이 많이 돌아온 것 같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