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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비의 ‘레이니즘’, 동방신기의 ‘주문-미로틱’ 등 노래에 대한 보건복지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이하 청보위)의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이 영화 ‘고고70’을 연상케 한다.
지난 10월2일 개봉된 ‘고고70’은 경제발전이라는 국가적 목표 아래 대중문화가 억압을 받던 1970년대에 지금의 클럽문화에 견줄 만한 ‘고고장’ 문화를 이끈 그룹들 중 하나였던 6인조 데블스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조승우, 신민아, 차승우 등이 주연을 맡은 ‘고고70’은 국가·사회적으로 반하는 내용이 담긴 노래를 금지곡 리스트에 올려놓은 내용이 담겨있는 것은 물론 음반을 내고 고고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밴드들을 ‘퇴폐, 향락의 주범’이라며 단속하는 내용도 나온다.
시민들이 일을 해서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을 국가적 과업으로 정한 상황에서 밴드들이 밤새 술을 먹고 노래를 하며 춤을 추는 문화를 조장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잇따르고 있는 노래에 대한 청보위의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도 이와 비슷한 면들이 있다.
‘레이니즘’의 경우 가사의 매직스틱, 바디쉐이크 등의 표현으로 이미 한차례 선정성 논란이 일었고 각 방송사들이 자체 심의에서 ‘은유적인 표현에까지 규제를 하는 것은 창작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는 판단으로 ‘방송가’ 판정을 했다. 하지만 청보위는 청소년이라는 특정계층을 기준으로 유해여부를 판단했을 때는 문제가 됐던 부분이 성적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는 이유로 ‘19세 미만 판매금지’ 스티커를 붙여 음반을 판매토록 했다.
또 동방신기의 ‘주문-미로틱’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선정적’이라는 애매한 판단근거를 제시했다.
‘고고70’에서 단순히 ‘음악을 하며 놀고 싶어 고고장에서 연주를 하는’ 주인공 데블스를 비롯한 밴드들을 ‘퇴폐, 향락의 주범’이라고 몰아세운 것과 큰 차이는 없다. 다만 ‘고고70’에서는 밴드들의 고고장 활동을 아예 막아버리려 했지만 이번 청보위에서는 활동, 판매에 제약을 둔 정도로 규제를 했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더구나 1970년대는 한국이 막 발전하기 시작한 시기였다면 요즘은 경제위기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에서 유사점도 있다. 물론 1970년대와 달리 지금은 가수, 음악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하나의 산업군으로 분명한 입지를 다졌음에도 이래저래 요즘 상황은 영화 ‘고고70’과 비교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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