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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백호 객원기자] 한화 타선은 15일 현재 팀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다.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한화가 팀 도루 5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은 분명 경천동지할 일이다.
한화는 팀도루 33개로 롯데(32개)보다 많으며, 삼성(18개)이나 우리(14개)를 저 높이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한화의 도루는 질적으로도 우수하다. 도루성공률이 80.5%로 8개 구단 중 단연 가장 높다. 기동력의 팀이라는 SK(64.1%), 두산(69.0%)보다 훨씬 좋은 기록이다.
한화가 이렇게 잘 달린다니 의아한 일이다. 한화는 지난해 126경기에서 도루 48개로 8개 구단 중 꼴찌를 했다. 팀도루 1위 두산(161개)의 1/3에도 못 미치는 성적이었다.
올해 41경기에서 벌써 33개의 도루를 하고 있다. 김인식 감독이 '발야구 열풍'에 가세해 밤낮 도루 사인을 내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한화의 도루 성공률이 뛰어난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한화 타자들의 개인별 도루 성적을 보면 도루 능력이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에 없었던 새로운 선수들이 팀 도루의 58%에 달하는 19개의 도루를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6개는 LG에서 온 추승우의 것이다. 나머지 13개는 용병 클락이 했다.
홈런 12개로 공동 선두에 올라 있는 클락이 도루 13개(공동 4위)를 했다는 말이다. 클락의 도루 능력은 매우 뛰어나다. 도루 성공률이 86.7%이다. 한화가 지난해에 비해 놀랍도록 팀 도루수가 많아진 것, 그리고 올해 매우 높은 도루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모두 클락 덕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클락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수치가 있가. 15일 현재 한국 프로야구에서 1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클락을 포함해 모두 8명이다. 그 가운데 홈런을 2개라도 때린 선수는 클락이 유일하다.
정근우 박재상(이상 SK), 발데스(KIA)는 홈런을 딱 1개씩 기록 중이고, 이대형(LG), 이종욱 오재원(이상 두산), 김주찬(롯데)은 홈런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클락은 홈런 12개를 날리고 있다.
현재 클락은 30(홈런)-30(도루) 클럽에 도달할 수 있는 유력한 도전자이기도 하다. 그는 팀의 41경기에서 12홈런 13도루를 해내, 126경기 한 시즌에서 37홈런 40도루를 기록할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물론 클락 외에는 마땅한 후보가 없다.
클락은 빼어난 도루 능력으로 소속팀의 아킬레스건을 상당부분 보완해 주었다. 그리고 강력한 공격력과 장타력으로 팀 타선의 핵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중요한 포지션인 중견수 자리에서 좋은 수비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별히 게으르거나 매너가 나쁘다는 말도 들리지 않는다.
한화는 1999년에 딱 한 번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보았다. 당시 팀의 중심에 용병 로마이어와 데이비스가 있었다. 올해의 클락도 한화가 또 한 번 즐거운 상상을 해보게 하기에 충분할 만큼 대단하고 가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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