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스타트①]늦은 출발, 늦은 성공...스타 '지각인생'을 찾아서

박미애 기자I 2008.01.30 15:06:23
▲ 강호동과 유재석


[이데일리 SPN 박미애기자]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무모했다. 하지만 그때 내린 결정이 내게 남겨준 것은 있다. 그 잘난 석사 학위? 그것은 종이 한 장으로 남았을 뿐, 그보다 더 큰 것은 따로 있다. 첫 학기 첫 시험 때 시간이 모자라 답안을 완성하지 못한 뒤 연구실 구석으로 돌아와 억울함에 겨워 찔끔 흘렸던 눈물이 그것이다."

몇 년 전 인터넷에는 '지각인생'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한 방송인의 글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촌철살인'의 대명사 손석희가 그 주인공이다. "남들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 정도 늦은" 인생을 살고 있지만 현재 그는 대학생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선망의 대상으로 통한다.

손석희 외에도 방송 또는 연예가에는 뒤늦게 제 2의 인생을 시작했거나, 뒤늦게 출세한 '지각인생'들이 적지 않다. 우선 예능계의 대표적 인물로는 유재석과 강호동을 꼽을 수 있다. 예능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두 사람은 현재 업계 최고 대우를 받고 있는 톱MC다.

유재석은 1991년 제1회 KBS 대학개그제를 통해 예능에 입문했다. 데뷔 당시엔 개그계가 주목하는 유망주였지만 예능의 벽은 높기만 했고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10년이 훌쩍 흘렀다. 수차례 포기하고 픈 생각도 했지만 매 고비마다 김용만, 지석진 등 동료 연예인들의 격려와 응원으로 지탱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데뷔 10년차에 이르러 오늘날 유재석을 있게 한 '토크박스'를 만나게 된다.

유재석이 늦게 출세했다면 강호동은 늦게 출발한 케이스다. 익히 알려져 있듯 강호동은 씨름 선수로 출발해 10년간 천하장사 다섯 차례, 백두장사 일곱 차례를 거머쥔 스포츠맨이었다.
 
은퇴 후 1994년 '오늘은 좋은 날'의 '소나기'라는 코너를 통해 비로소 개그맨으로 재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무도 강호동이 개그맨으로 성공하리라 확신하지 못했지만 그를 예능의 길로 인도한 이경규의 통찰력만은 남달랐다.
▲ 변희봉과 김명민
안방극장과 충무로에서도 '지각인생'을 찾을 수 있다. 바로 김명민과 변희봉이 그들이다. 김명민은 2006년에는 '불멸의 이순신'으로 2007년에는 '하얀거탑'으로 안방극장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하지만 김명민의 데뷔는 이 시기를 훨씬 거슬러 올라간다. 김명민은 1996년 S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불멸의 이순신'에 출연하기 전까지 김명민은 10년간 무명 생활을 겪었다. '불멸의 이순신'으로 '무명' 딱지를 뗐으며 '하얀거탑'을 거친 후에는 안방극장이 신뢰하는 배우가 됐다. 이제 김명민은 충무로를 넘보고 있다.

'지각인생' 중에서도 '지각인생'은 단연 변희봉이다. 변희봉은 출발도 출세도 모두 늦었다. 1966년 MBC 공채 성우 2기로 시작한 변희봉은 우연한 계기로 드라마에 출연하게 되고 그렇게 해서 맺은 인연으로 오늘날까지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많은 작품들 속에서 수십 년 넘게 단역만 맡아온 변희봉은 2000년작 '플란다스의 개'를 계기로 봉준호 감독과 인연을 맺게 된다. 봉준호 감독과의 만남은 이후 '살인의 추억' '괴물' 등의 출연으로 이어지고 '괴물'은 급기야 환갑의 나이를 훨씬 넘어선 변희봉에게 범국민적인 인기를 얻게 했다. 이제 변희봉은 전작의 성공과 인기를 바탕으로 31일 개봉하는 첫 주연작 '더 게임'에서 신하균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노익장을 과시할 참이다.

▲ V.O.S



가요계에도 '지각인생'을 걷고 있는 숨은 보석들이 있다. 지난해 남성 3인조 보컬그룹 V.O.S는 데뷔 4년 만에 정상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현재 솔로 활동 중인 멤버 박지헌도 최근 지상파 프로그램 및 온라인 차트에서 1위를 자치하며 인기 급부상중이다.
 
V.O.S는 2004년 3월 디지털 싱글 '소중한 사람을 위해'로 데뷔했다. 하지만 싱글에 수록된 곡들만 알려지고 정작 노래를 부른 주인공은 묻혀버리고 말았다. 준비기간 2년, 무명기간 4년, 불황이 드리워진 가요계에서 6년간의 시련은 감당키 힘들었을 터. 하지만 2007년 '쇼바이벌'을 통해 V.O.S는 무명 설움을 떨쳐버릴 수 있었고 지난해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낸 가수가 됐다.

앞의 '지각인생' 스타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의 곁에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었으며 결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든든한 조력자를 만나는 것도 기회다. 유재석의 곁에는 김용만과 지석진, 강호동의 곁에는 이경규, 변희봉에게는 봉준호 감독이 있었다. 김명민은 '불멸의 이순신'으로 V.O.S는 '쇼바이벌'로 자신들의 진가를 드러내 보였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똑같이 주어진다. 그 기회를 잡고 안 잡고는 선택의 문제다. 기회만 잘 잡는다면 지각인생이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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