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야구는 보기에 정말 쉬워보여. 농구나 축구처럼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저 한경기에 몇번 타석에 서서 배트 몇번 휘두르고, 안타면 달리고.수비때는 그냥 멍청하게 서있다가 공이 오면 잡아서 타자를 아웃시키고... 어쩐지 이게 스포츠인가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지 않아?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유격수 니시오카(등록명 츠요시)가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글 중 일부다. 이 글에는 야구에 대한 그의 진솔한 생각이 담겨 있어 화제가 됐었다.
니시오카는 자신이 던진 이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은 재미없게 한이닝을 막는거야. 세타자가 모두 초구땅볼을 쳐서 삼자범퇴. 이게 가장 좋은 경우지. 야구라는 종목은, 경기장에서 땀 흘리는게 아니라 경기전에 땀을 흘리는거야. 평범한 2루수 땅볼을 완벽하게 처리하기 위해 몇천 몇만번의 땅볼을 잡으며 땀 흘리고 외야플라이를 잡으면서 주자를 진루하지 못하게 하기위해 수도 없이 하늘로 뜬 하얀 공을 쳐다보지.타자가 140km가 넘는 공을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치기위해 어릴적부터 계속 공을 보아 온거야. 야구란건 힘들어...안보이는곳에서 열심히 해야 하니까.
프로야구는 많은 볼거리를 줘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지금 선수들이 흘리고 있는 땀은 TV 하이라이트에서나 볼 수 있는 멋진 플레이를 위해서가 아니다. 그 어떤 선수도 멋지게 몸을 날려 공을 잡을 수 있도록 훈련하지 않는다.
안타성 타구를 어떻게 하면 편하게, 좋은 자세에서 잡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땀을 흘린다. 공이 가는 곳으로 빠르게 가 잡을 준비를 할 수 있는 훈련을 지겹도록 반복한다.
지난해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를 맡았던 이순철 전 LG 감독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왜 다들 박진만을 최고라고 하는건가요."
그는 이렇게 답했다. "수비 훈련하며 펑고를 쳐보니 확실히 알겠더라. 공이 어디로 어떻게 튈지에 대한 대응이 빠르다. 첫 바운드에 이미 머릿속에 그려지니 그 자리를 찾아가는 동작이 빠르다."
실제로 그렇다. 박진만의 플레이는 크게 화려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잘 맞은 타구가 외야로 빠져나가려는 순간 어느샌가 그의 글러브가 닿아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잡아 편안하게 1루로 공을 던져 주자를 잡아낸다.
박진만은 이에 대해 "수비수의 기본은 공을 잡는 것이다. 던지는 걸 먼저 생각하면 실책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지금처럼 타구를 잘 쫓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훈련을 했었다. 신인 시절엔 방망이는 별로 잡아 본 기억도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박진만은 타구가 어디로 갈지 미리 예측하는 능력도 빼어나다. 타자별 성향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공부해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8개구단의 스프링캠프가 한창이다. 니시오카나 박진만의 말 처럼 어려운 타구를 아무렇지도 않게 잡아내기 위해, 150km가 훌쩍 넘는 공도 멈춰놓고 칠 수 있기 위해 많은 선수들은 오늘도 많은 땀을 흘리고 있다.
공 3개만으로 세 타자를 잡아내 1이닝을 막아내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투수나 그 팀에는 이보다 더 효과적인 일이 없다. 그러나 보는 입장에선 맥이 빠지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이런 야구를 재미있게 보려면? 답은 간단하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치고 달리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흘리고 있는 땀에 의미를 부여하고 관심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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