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기자석]시간대별로 되돌아 본 울산-수원전

강민수 기자I 2007.06.21 18:55:57
▲ 울산 이천수 [뉴시스]

[울산=이데일리 SPN 강민수 명예기자] 20일 울산 문수 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진 울산 현대와 수원 삼성의 삼성 하우젠컵 2007 4강전.

정규리그 우승 후보로 꼽히는 양팀이 한치의 양보 없이 밀고 밀리는 접전을 전개했고, 결국 홈팀이 활짝 웃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그라운드에서는 이천수, 안정환 등 스타들이 부딪혔고 스탠드에서는 양팀 서포터의 환호와 탄식이 오고갔다. 울산의 왕년의 스타 ‘가물치’ 김현석의 모습도 그속에 있었다.

경기 시작 1시간 30분 전부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그라운드 안팍에서 펼쳐진 장면들을 시간대별로 되돌아 봤다. 경기는 오후 7시 30분 킥오프됐다.

▲6시
울산 서포터들이 먼저 입장하고 있었다. 울산 서포터들은 도착하자마자 걸개를 거는 작업에 들어갔다. 역시 단연 돋보인 것은 ‘2007 CHAMPION Again’이 적힌 대형 통천이었다.

▲6시 8분
수원 선수단이 먼저 도착, 천천히 그라운드를 돌면서 잔디 상태 등을 체크했다.

▲6시 13분
뒤이어 울산 선수단이 그라운드 상태를 살펴 보기 시작했다. 울산 선수단과 수원 선수단이 그라운드에서 조우, 몇몇 친한 선수들이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우성용과 이운재의 만남이 눈에 들어왔다. 울산 공격의 선봉에 설 우성용, 그런 우성용의 발끝에서 터져 나올 슛을 필사적으로 막아야 하는 이운재, 이들은 가벼운 미소를 띠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속마음은 달랐을 것이다.

▲6시 19분
수원 서포터 ‘그랑 블루’가 입장했다. 전국구 ‘서포터’라는 명성에 걸맞게 순식간에 수원 응원석이 메워졌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어 양 팀 서포터들도 긴장했는지 가벼운 신경전이 오고 가기도 했다.

▲6시 48분
수원 선수단이 몸을 풀기 위해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워밍업에 앞서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자 ‘그랑 블루’ 및 울산 시민들이 큰 박수를 보냈다.

▲6시 52분
울산 선수단이 경기장으로 들어왔다. 최근 해외진출설이 끊이지 않는 이천수가 몸 을 푸는 모습이 가벼워 보였다.

▲7시 6분
울산의 수비수 박동혁의 프로 통산 150경기 출장 기념행사가 열렸다. 150경기 출장 기념 영상을 상영하고 울산의 김형룡 부단장이 박동혁에게 상패와 상품을 수상했다.

▲7시 25분
양팀 구단기를 앞세우고 선수단의 입장식이 시작됐다. ‘돌아갈 수 없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울산과 수원. 외나무 다리격인 그라운드에서 90분 동안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한다.

▲7시 31분
마침내 문수 월드컵 경기장에 22개의 별이 떴다. 11개씩 무리 지은 별들은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쳤고 별들의 전쟁이 시작됐다. 전반전 킥오프!

▲7시 46분
거세게 몰아치던 수원 삼성의 공격을 끊고 역습을 펼치던 울산의 이천수가 오른쪽에서 크로스 된 공을 받아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드리블을 하다 넘어졌다. 수원 양상민이 잡아챈 것이다. 페널티킥.

울산 선수들은 파이팅을 외치며 좋아하고 수원 선수들은 심판을 에워싸고 항의를 했지만 이미 내려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키커는 우성용. 수원 서포터들은 이운재를 연호했다. 경기 전 웃으며 만남을 가졌던 두 선수.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어진 우성용의 슛. 이운재의 멋진 선방. 이렇게 두 사람의 첫 대결에서는 이운재가 이겼다.

관중석에서 가족들과 관전하던 울산의 왕년의 스타 김현석이 아쉬움이 가득한 탄성을 내질렀다.

▲8시 2분
울산의 프리킥이 수원 문전으로 날아가고 순간 유경렬이 솟아 올라 헤딩슛을 날렸다. 하지만 공은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 나왔다.

뒤이은 수원의 역습. 나드손이 울산 수비수를 제치고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설 수 있는 기회를 잡으려는 순간 김영광이 골대를 비우고 멀리 달려 나와 다이빙 헤딩, 일단 수원의 공세를 끊었다. 관중들의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8시 16분
전반전 종료 휘슬.

하프타임에는 울산 구단에서 선정하는 5월 최우수 공격상과 최우수 수비상을 알미르와 김영광이 각각 수상했다.

▲8시 32분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FC 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또 다른 4강 경기가 1대1이라는 소식이 전광판에 나타났다. 전열을 가다듬은 양 팀 선수들이 다시 맞섰다. 후반전 킥오프.

▲8시 46분
양상민의 파울로 얻어낸 프리킥, ‘프리킥 스페셜리스트’ 이천수가 찰 준비를 했다. 평소와 달리 공을 정확한 위치에 세우면서 무엇인가 간절히 바라는 듯 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이천수가 찬 공은 수원의 수비벽을 넘어 골네트를 흔들었다. 방향을 반대로 판단한 이운재가 손을 쓸 수 없었다. 구단에서 준비한 폭죽이 터졌고 문수 구장을 찾은 2만여 울산 팬들이 열광했다.

▲8시 56분
묘기가 이어졌다. 중원에서 공을 잡은 알미르가 지네딘 지단이 구사해 유명해진 ‘마르세이유 턴’을 선보이자 관중들이 ‘와’하며 환호성을 올렸다. 이에 뒤질세라 알미르의 패스를 이어받은 이천수가 호나우지뉴의 개인기인 ‘프리플랩’을 구사, 팬들을 열광시켰다.

▲8시 59분
나드손이 순식간에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만든 뒤 골키퍼까지 제치고 텅빈 골문을 향해 회심의 슛을 날렸지만 박동혁이 쏜살같이 달려들어 걷어냈다. 울산으로선 위기일발의 순간이었다.

▲9시 10분
파상 공세에 나선 수원의 코너킥이 이어졌다. 수원의 대기선수로 그라운드 밖에서 몸을 풀던 이싸빅이 마음이 급했던지 밖으로 나간 공을 주워 코너킥 라인에 가져다 놓는 모습이 보였다. 몸은 바깥에 있지만 만회골을 돕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9시 18분
울산의 서포터석에서 ‘잘가세요~’ 노래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승리를 확신하는 노래였다. 수원의 공세가 거셌지만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9시 20분
최광보 주심이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을 길게 불었다. 울산의 결승 진출. 이천수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울산 선수들이 홈 팬들에게 인사를 하자 관중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 수원 선수들에게도 ‘그랑 블루’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9시 40분
모든 관중들이 떠나고 함성으로 가득 찼던 경기장은 이내 평화를 되찾았다. 그라운드의 불이 하나 둘 꺼졌고 울산 선수단의 기쁨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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