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법정·기상청·펜싱…'최초'에 빠진 방송가

김가영 기자I 2022.03.01 18:07:00

군검사·예보관·펜싱선수 드라마 속 직업군 다양
직종에 대한 환상→현실적 애환으로...초점 달라져
"소재 보다 만듦새 더 생각해야"

‘군검사 도베르만’ 포스터(사진=tvN)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지상파, 케이블, 종편, OTT까지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콘텐츠 수가 급증했다. 그 만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드라마의 소재가 다양해지고 있다. 새로운 것을 찾는 시청자들의 눈길부터 마음까지 사로잡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하다. 기존의 소재·배경을 확장하는 것을 넘어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최초’의 영역을 다루는 콘텐츠가 많아지고 있는 게 눈에 띄는 변화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포스터(사진=tvN)
◇군법정·기상청·국세청·펜싱 줄줄이 ‘최초’

지난달 28일 첫방송된 tvN ‘군검사 도베르만’은 돈을 위해 군검사가 된 도배만과 복수를 위해 군검사가 된 차우인이 군대 내의 검고 썩은 악을 타파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군법정만을 다루는 드라마는 최초다. 기존의 법정물과도 차별화를 이루고 전투·군 생활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군 드라마와도 다른 색을 띤다.

‘군검사 도베르만’뿐만 아니라 최근 방송가에는 ‘최초’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대거 등장했다. 기상청을 배경으로 한 JTBC ‘기상청 사람들’, 국세청의 이야기를 다룬 MBC ‘트레이서’, 펜싱 선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이 그 예다. 이 드라마들은 새로운 소재를 가져와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안겼고 작품의 완성도를 더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지난달 27일 자체 최고 시청률인 9.8%(이하 닐슨코리아/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기상청 사람들’은 지난달 20일 방송된 4회에서 7.8%를 찍었다. 전작인 ‘설강화’의 최고 시청률(2회 3.9%)보다 2배 높은 수치다. ‘트레이서’도 시즌1의 호평에 이어 6.2%로 시즌2의 문을 열며 순항을 시작했다.

‘기상청 사람들’ 포스터(사진=JTBC)
◇환상 벗고 현실 입은 드라마

드라마에서는 여러 직업을 다뤄왔다. 의사, 변호사, 검사, 판사, 디자이너, 작가 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다. 하지만 대중의 선호도가 높거나 에피소드를 만들기 수월한 특정 직업이 자주 등장하는 양상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또 직업의 현실적인 이야기보다는 천재성을 가진 주인공의 이야기, 그 안의 권력구조 등이 이야기의 주를 이뤘다.

최근 드라마에서는 새로운 직종의 새로운 이야기를 다룬다. 특정 직업을 소재로 하더라도 그 직업의 종사자뿐 아니라 그 외 시청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애환과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여기에 직업의 현실적인 면들을 풀어내며 극의 재미를 더한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과거 트렌디 드라마에서는 새로운 업종이 등장해 직업에 대한 환상, 낭만성을 보여주면서 현실과 다른 모습을 그려 비판을 많이 받았다”면서 “지금은 더 다양한 직업군이 나오는데 예전과 다르게 선망의 대상으로 그리지도 않고 다양한 활동 공간, 현실적인 애환 등에 초점을 맞춰서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달라진 고용구조 속에서 직종의 다양성과 전문성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는데 드라마에서도 그런 점을 반영해 다양한 직업군을 다루고 있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려내면서 정보 전달의 역할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최근 드라마 속 직종의 다양화는 OTT의 영향이 크다고 봤다. 정 평론가는 “군대 드라마가 성공하지 못한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D.P.’로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OTT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며 다양한 소재의 드라마가 등장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방송되는 ‘최초’ 소재 드라마들이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이는 작품의 완성도가 따랐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다. 단순히 소재보다는, 이 소재를 어떻게 다루고 그려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은 불변의 법칙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펜싱이라는 소재를 다뤄 직업군에 대한 새로운 정보와 재미를 선사했지만, 그 안에 청춘들의 고군분투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기상청 사람들’도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기상청 안에서의 일들, 그 일로 인해 벌어지는 사회 곳곳의 이야기, 남녀주인공의 러브라인 등이 적절하게 버무려져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정 평론가는 “소재를 차별성 있게 내세우는 것은 나쁘지 않은 전략이지만, 무엇보다 그걸 잘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성공요인은 소재 보다는 만듦새”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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