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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재입성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귀국한 배상문(35)의 목소리엔 아직 힘이 넘쳤다.
배상문은 9일부터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신한동해오픈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려 모처럼 국내 대회에 참가한다.
PGA 투어에서 2승을 올린 배상문은 한국과 일본프로골프투어 상금왕을 거쳐 2012년 PGA 투어 진출에 성공한 한국 남자골프의 간판스타다.
2013년 HP 바이런넬슨 챔피언십과 2015년 프라이스닷컴 오픈에서 두 차례 우승하며 최경주(51), 양용은(49)을 잇는 한국의 대표주자로 활약해온 배상문은 아쉽게도 군 복무 이후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며 고전하고 있다.
2015시즌을 끝낸 뒤 군에 입대한 배상문은 현역으로 복무한 뒤 전역해 2018시즌부터 PGA 투어로 복귀했다. 거침없는 성격과 두둑한 배짱 승부가 장점이던 배상문이었기에 공백을 깨고 빠르게 예전의 기량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2년 동안 군 복무로 저하된 경기력을 쉽게 회복하지 못했다.
2018~2019시즌 복귀, 17개 대회에 참가했으나 11개 대회에서 컷 탈락한 끝에 페덱스 포인트 랭킹 205위에 그쳤다. 2019~2020시즌에도 성적은 나아지지 않아 221위에 머물렀고, 2020~2021시즌에는 218위에 그쳐 125위까지 주는 투어 카드 확보에 실패했다.
PGA 투어에서 출전권을 받지 못하면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2부 격인 콘페리 투어 선수들과 경쟁하는 파이널 시리즈에서 출전권을 놓고 마지막 기회가 있지만, 배상문은 올해 이 기회마저 잡지 못했다.
다행히 최악은 피했다. 내년 콘페리 투어에서 뛸 수 있는 시드가 있어 PGA 투어 재입성의 기회가 열려 있다. 이 출전권마저 없었다면 12월 열리는 콘페리 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에 참가해 2부 투어 카드 확보를 위한 벼랑 끝 승부에 나서야 한다. 선수들이 가장 가기 싫어하는 게 퀄리파잉 토너먼트다.
배상문은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올해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아쉽다. 그렇다고 기죽어 있을 수는 없으니 더 힘을 내고 있다”고 반갑게 전화를 받은 이유를 밝혔다. 이어 “정말 열심히 해봤지만 잘 안 됐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년 1년 동안 콘페리 투어에 출전할 기회가 남아 있으니 전력을 다해 끝까지 해보겠다. 아직은 포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투어로 복귀할 생각은 없다. 죽이 되더라도 PGA 투어에서 해보는 데까지 하겠다”고 굳은 각오를 밝혔다.
배상문이 KPGA 코리안투어에 출전하는 건 2018년 6월 한국오픈 이후 약 3년 3개월 만이다. 2013년과 2014년엔 신한동해오픈을 연속으로 제패한 배상문은 두 번째 우승 뒤 상금 전액(2억원)을 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