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글씨가 질리도록 연기한 김강우, 우리는 그가 고맙다(인터뷰)

강민정 기자I 2014.06.30 08:11:10
‘골든크로스’의 김강우.(사진=나무액터스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이젠 뒤통수가 얼얼할 일도 없겠다. 매회 짜릿한 반전을 준다는 의미로 붙은 ‘통수드라마’, KBS2 수목 미니시리즈 ‘골든크로스’가 끝났다. 경쟁작인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 MBC ‘개과천선’의 이슈 속에서 제 몫을 묵묵히 해준 ‘골든크로스’는 그 자체가 반전인 드라마였다.

그렇지 않아도 팍팍한 일상, 어쩌면 더욱 답답함을 안겼을 수 있고 우울함을 줄 수 있는 드라마였다. 골든크로스라 불리는 상위 0.001%의 정치, 경제계를 상대로 가족을 잃은 한 남자 강도윤의 복수극을 그린 ‘골든크로스’는 그럼에도, 예상과 다른 폭발적인 호응 속에 회를 이어갔다. 동 시간대 ‘3위’로 출발해 두자릿수 시청률을 뚫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배우 김강우.(사진=나무액터스 제공)
‘골든크로스’의 상승세 속엔 강도윤을 연기한 배우 김강우가 자리 잡고 있다. 드라마의 여운을 곱씹을 새도 없이 드라마 종방과 동시에 매체 인터뷰로 바쁜 시간을 보낸 김강우는 많이 지쳐 보였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끝까지 ‘골든크로스’에 대한 확신과 애정을 드러내는데 거침이 없었던 김강우의 모습에서 진심이 보였다.

“연기를 하면서도 어렵다고 느꼈다. 멜로도 없고, 말랑말랑한 내용도 아니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복수극도 아니었다. 연인, 친구, 이러한 하나의 대상을 만들어 복수하는 것도 아니었다. 점점 싸워야 할 적이 많아지고 거대한 조직으로 부딪혔다. 힘을 많이 쏟아부어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골든크로스’, 고마운 드라마.”(사진=나무액터스 제공)
김강우는 이런 작품이 처음이었다. 정신적으로 자신을 이토록 괴롭힌 작품은 ‘골든크로스’가 처음이었다. ‘나쁜 남자’에 빠지는 여자의 심정이 이랬을까. 김강우는 처음 맛보는 ‘표현의 버거움’에 정신을 단단히 잡았다. “모든 감정이 다 토해내듯 강렬하게 표현”됐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 감정을 잘 유지하기 위해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했다”고 김강우는 회상했다. ‘골든크로스’에 임하는 김강우의 자세엔 책임감이 느껴졌다.

“‘골든크로스’는 근래 보기 어려운 주제의식이 센 드라마였다. 어렸을 때 기억을 돌이켜보면 모든 가족이 즐겁게 TV를 보기도 했지만, ‘인간시장’, ‘모래세계’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된 시간도 있었다. ‘골든크로스’는 그런 곳에 의의가 있었다. ‘골든크로스’ 같은 작품이 없어지면 안 된다. 강하고 센 내용이라도 시청자들이 지지를 보여주셔야 한다. 그래야 젊은 작가들도 이렇게 새로운 문제의식에 도전하는 승부에 용기를 낸다. 그런 의미에서 ‘골든크로스’가 10%를 넘겼다는 사실은 정말 고마웠다.”

“글씨가 질렸다.”(사진=나무액터스 제공)
무거운 책임감 끝엔 부작용도 있었다. ‘골든크로스’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던 3개월이 끝나니, 만신창이가 된 김강우가 남아 있었다. “지금 가장 질리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글씨”라는 답으로 즉각 반응한 김강우는 농담 반, 진담 반의 고충을 털어놨다.

“글씨에 질렸다. 난 대본이나 신문이나, 뭐라도 들고 읽어야 하는 스타일이었다. 근데 안 되더라. 얼마 전에 받은 시나리오도 두 장보고 잠들었다. ‘골든크로스’ 대사량이 굉장히 많았다. 대본을 받으면 한숨부터 나왔다. 감정표현은 엄두도 안 나고 일단 물리적으로 그 엄청난 양을 어떻게 외우나 싶었다. 나는 A4용지로 대본을 출력해서 읽는데, 그 흰 종이에도 질렸다. 다 외웠다고 생각하니 그 부분 하나는 참 뿌듯하다.(웃음)”

“그 많은 대사, 외웠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사진=나무액터스 제공)
충분히 뿌듯해해도 괜찮을 듯싶었다. 촌철살인의 대사 하나하나로 시청자에게 안긴 카타르시스는 대단했다. 김강우는 극 중 강도윤으로 싸웠다. 그리고 이겼다. 여동생을 죽이고, 아버지를 무너트리고, 가정을 망가트린 ‘상위 0.001% 악질범’이라 해도 돈으로, 힘으로, 조작으로, 그들만이 사는 세상을 완벽하게 지키는 거대 조직을 상대로였다. 현실이라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한 상황을 통쾌하게 부수어줬다. 글씨가 질리도록, 흰 종이만 봐도 어지롭도록 연기에 빠져준 김강우에게 시청자들은 무한한 고마움을 느낀다.

“많은 배우가 엄청난 연습을 한다. 감히 ‘나도 열심히 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지만, ‘골든크로스’ 정도면 그렇게 말해도 될 것 같다. 나에게 거는 주문처럼 사명감을 갖고 연기했다. 시청자들은 내 편이 돼야했다. 나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도록 연기해야 했다. 모두가 하고 싶지만 누구도 하지 못하는 그 말을 반박의 여지 없이 또박또박 대사로 표현해야 했다. 나에게 카타르시스를 느껴준 분들에게 고맙다.”

“나에게 감정이입하는 시청자를 위해, 집중력이 필요했다.”(사진=나무액터스 제공)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