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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대 서울의 K리그 클래식 6라운드 맞대결.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정한 세계 7대 라이벌 매치일 정도로 원래 두 팀간의 대결은 관심이 높다.
하지만 이날 경기가 더욱 눈길을 끈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정대세와 차두리가 맞대결 때문이었다. 남과 북을 대표하는 축구선수인 차두리와 정대세는 2012년 방송사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만나면서 인연을 맺었다.
특히 지난시즌 차두리가 독일 분데스리가로 복귀한 뒤는 일주일에 한 차례씩 식사를 함께 할 만큼 형제같은 사이가 됐다. 정대세가 K리그 진출을 고민할때 진심어린 조언을 해줬던 인물도 차두리였다.
정대세는 시즌 전 일찌감치 수원에 합류해 주전 공격수로 활약 중이다. 반면 차두리는 서울과 계약한지 불과 3주도 되지 않았다. 독일 생활을 마감하고 실전 공백이 있었던 탓에 그동안 경기에 나서진 않고 몸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은 이날 차두리를 과감히 선발로 내세웠다. K리그 클래식 데뷔전을 슈퍼매치에서 한다는 것이 다소 무모할 수도 있었지만 최용수 감독의 믿음은 굳건했다.
최용수 감독은 경기 전 “차두리의 선발 기용은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이름값만으로도 팀에 도움이 된다. 큰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용수 감독으로선 스테보(188cm)나 라돈치치(192cm)와 같이 키가 크고 힘 좋은 수원 공격수를 막기위해선 차두리의 강한 피지컬이 필요했다.
K리그 클래식 첫 출전이지만 역시 차두리의 클래스는 달랐다. 수비에서 남다른 힘과 체격조건으로 상대 공격을 제압했다. 워낙 큰 무대 경험이 풍부하다보니 수원의 빠른 돌파도 좀처럼 허용하지 않았다.
공격에서도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과감한 오버래핑으로 두드러졌다. 전반 초반 전방까지 파고든 뒤 데얀에게 결정적인 크로스를 올리기도 했다.
반면 정대세는 아쉬움이 남았다. 경기 전 “죽을 각오로 임하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팀을 큰 위기에 빠뜨릴 뻔 했다. 초반부터 상대 수비에 막혀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던 정대세는 전반 7분 서울 수비수 김진규를 밀어 첫 번째 옐로카드를 받았다.
이어 전반 40분 무모한 태클로 서울 골키퍼 유상훈을 걸어 넘어뜨리는 바람에 두 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을 당했다. 정대세로선 슈퍼매치에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말았다.
수원은 정대세의 퇴장으로 한 명 부족한 가운데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0-1로 끌려가던 후반전 라돈치치의 동점골로 간신히 패배를 면했다. 무승부로 끝났으니 망정이자 만약 그대로 패했다면 자신 때문에 슈퍼매치를 그르쳤다는 마음의 상처가 계속 정대세를 괴롭힐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