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의 힘③]다큐멘터리의 치명적 유혹...조작방송

김용운 기자I 2008.03.11 11:48:15
▲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한 장면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지난 1월 개봉한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서 여자주인공 송수정(전지현 분)의 직업은 휴먼다큐멘터리를 찍는 PD다. 송 PD는 자신을 초능력을 잃어버린 슈퍼맨이라고 믿는 남자주인공(황정민 분)을 촬영하며 극적인 감동을 위해 인위적인 조작을 서슴지 않는다. 소위 방송을 위한 연출을 시도하는 것.

다큐멘터리는 있는 그대로를 카메라에 담았을 때 그 감동과 진실성이 배가 된다. 하지만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송 PD처럼 종종 연출과 조작의 유혹에 시달린다. 다큐멘터리는 그 장르적 특성상 인위적으로 극적 감동이나 스토리를 이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시도가 들어갔을 때 다큐멘터리는 다큐멘터리로서 가치와 신뢰를 잃게 된다.

지난 1998년 KBS 자연다큐멘터리 ‘일요스페셜-수달’ 조작파문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수달’의 경우 방영 후 다큐멘터리 속 수달이 자연산 수달이 아닌 보호상태의 수달이란 것이 탄로나 KBS 다큐멘터리 제작진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렸다.

당시 KBS는 특별인사위원회를 열고 사장을 비롯한 전임원의 감봉을 결정할 정도로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던 ‘수달’조작사건은 이후 다큐멘터리 조작사건의 대표적인 경우로 회자되고 있다.

이 밖에 2002년 1월 MBC ‘느낌표-다큐멘터리 이경규 보고서’에서는 제작진이 너구리 포획장면을 놓치자 그물망에 걸린 너구리 한 마리를 풀어놓고 다시 잡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 드러나 방송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또한 지난 해 7월 케이블채널 tvN ’리얼스토리 묘’가 12일 방송한 ’밀착취재!-지하철 성추행 백태 편에서 재연 화면을 마치 실제 촬영한 것으로 위장해 물의를 일으켰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의 조작유혹은 비단 국내 방송가에서만 횡행하는 것은 아니다. 다큐멘터리 제작에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영국의 방송계 역시 다큐멘터리 조작사건이 들통 나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지난 1998년 BBC의 ‘자동차 학원’, Ch4의 ‘사기꾼들’ 등의 프로그램들이 조작된 사실이 드러난 것. 당시 조작사건이 밝혀지자 BBC는 다큐멘터리 가이드라인을 재검토 했으며 진상 규명을 위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등 자정작업에 힘써 파문을 가라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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