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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은 6일 제주 서귀포의 빠레브호텔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서 “11년 만에 고향이나 다름없는 제주로 돌아와서 말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며 “구단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좋은 성적을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구자철은 2007년 제주에서 프로에 데뷔한 뒤 2010년까지 4년 동안 제주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활약했다. K리그 통산 88경기 출전해 8골 19도움을 기록했다.
2011년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와 계약을 맺고 해외에 진출한 구자철은 이후 마인츠, 아우크스부르크 등의 유니폼을 입었다. 2019년까지 독일 무대를 누빈 뒤 카타르 리그로 이적해 알 가라파, 알 코르 등에서 활약했다.
새로운 행선지를 모색하던 구자철은 K리그 복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마침 해외 진출 이후에도 꾸준히 교감을 나눴던 제주가 구자철에게 복귀를 제의하면서 시즌 중 K리그로 돌아오게 됐다.
구자철은 “단 한순간도 K리그를 잊은 적이 없다”면서 “K리그에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선수 경력에서 가장 중요한 꿈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울러 “K리그를 떠났을 때도 매주 K리그 영상을 찾아봤다”면서 “친구들이 복귀해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돌아가고 싶다는 열망이 더 커졌다”고 털어놓았다.
알 코르에서의 생활이 K리그 복귀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고도 했다.
구자철은 “알 코르로 이적했는데 훈련에 집중할 만한 환경이 아니었다”며 “환경적인 어려움을 많이 겪었고 너무 ‘편안한’ 시간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최근 몇 달, 1년 정도 축구에 미치는 그런 감정 없이 살았다”며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 열정을 되찾는 게 제주에서의 우선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구자철은 “해외에서는 이방인으로 살다보니 인정을 받는 게 쉽지 않았다”며 “그래서 기존에 가진 한국식 성격을 서서히 버렸고 내가 독일의 모든 것에 익숙해지고 독일 사람이 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2010년에 어땠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 선수들에게 많이 물어보고 있다”면서 “팀 문화를 존중하는 것은 팀원으로서 꼭 해야 할 일인 만큼 사소한 것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자철은 K리그에서 가장 기대되는 경기로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기성용, 이청용과 대결을 꼽았다. 그는 “여러 기쁨과 어려움을 오래 공유한 사이인 만큼 서로를 마주 보며 각자 팀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건 축구를 넘어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이 될 수 있다”면서 “와일드카드 형들(박주영, 김창수)도 아직 은퇴를 안했으니 다시 만나면 감격스러울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구자철은 이적 발표 사진을 한라산 백록담에서 찍어 화제를 모았다. 그는 “구단의 제안을 들었을 때 거절할 생각은 1%도 없었다”며 “너무 오랜만에 올라가다보니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백록담을 보니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힘들어도 한발 한발 나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며 “내려가는 것에 대한 생각도 하는 등 의미가 있었다”고 밝혔다.
구자철은 제주에서 등번호 42번을 단다. 이 번호는 신인 시절 그의 등번호다. 초심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42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제주에서 이전에 7번과 42번을 달았는데, 7번은 조성준 선수가 달고 있어서 42번을 택했다”면서 “어디서 축구하든 그 번호를 처음 달았을 때 초심을 잊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구자철의 복귀전은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카타르 리그를 마치고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분간 몸을 만들고 체력을 끌어올리면서 복귀 시점을 고민할 계획이다. 이날 6일 수원FC와의 홈 경기에는 팬들에게 복귀 인사를 전할 예정이다.
구자철은 “경기를 안 뛴지 오래됐고 준비가 필요하다. 아직 팀 훈련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합류해서 운동하고 감독님과도 소통하면서 적절한 시기를 찾겠다”고 말했다.
또한 “제주로 돌아왔다는 것은 선수로서 마지막 단계에 왔다는 의미다”며 “미련없이 하는 것에 대한 열망이 크고 지금 시간들을 최대한 즐기고 싶다”고 강조했다.
입단 기자회견에 함께 자리한 남기일 제주 감독은 “구자철의 복귀 시점은 선수 본인이 알 것이고 선수 본인이 준비가 됐되면 경기에 투입할 생각이다”면서 “미드필더, 공격 등 멀티 플레이 능력을 잘 알기에 상대와 전술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