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우리가 띄웠다…노래교실 '3대 천왕'

김은구 기자I 2015.04.22 08:50:53
노래교실 스타 강사 3인방. 왼쪽부터 송광호, 박미현, 김성기(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성인가요 시장에는 팬덤을 움직이는 존재가 있다. ‘큰손 위의 큰손’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은 바로 노래교실을 이끄는 강사들이다.

노래교실 강사들 중에서도 ‘3대 천왕’으로 꼽히는 이들이 있다. 박미현(51)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 노래지도사 과정 주임교수와 1986년 강변가요제 동상을 수상한 바다새 멤버 김성기(50), 작곡가인 송광호(50) 한국대중문화예술인협회 수석부회장이 그들이다. 노래교실이 성인가요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이들이 바라보는 성인가요 시장에 대한 분석을 듣기 위해 이들을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한자리에 모았다. 각자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터라 서로 가끔 연락은 하지만 세 명이 한 자리에 모인 것도 처음이라고 했다.

현재 노래교실 강사는 전국적으로 1만 명, 수강생 수는 연 400만 명으로 추산된다. 강사들의 선곡에 따라 히트곡, 인기 가수를 비롯해 성인가요 시장이 좌우된다. 그 중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이들이 김성기, 송광호, 박미현이다. 이들 중 한 명의 초빙이 확정되면 해당 지역에는 그 이름을 큼지막하게 적은 현수막이 내걸릴 정도다.

노래교실의 수강생들은 50~70대 주부들이 주류다. 이들에게 송광호, 김성기, 박미현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청소년들에게 있어 아이돌 가수 못지않은 스타다. 박미현과 김성기는 백화점 문화센터와 금융권, 송광호는 청소년 문화센터와 관공서 주최 노래교실 위주로 활동을 한다. 박미현은 기업체 특강도 자주 나선다. 이들 모두 오전과 오후 클래스를 나눠 수업을 진행한다. 이들의 노래교실은 최소 150~200명이 수강한다. 최대 클래스는 800명 이상. 강의실 규모가 한정된 게 아쉬울 뿐이다. 분기마다 각각 3000여 명이 이들의 노래교실을 수강한다.

가수 출신인 김성기는 노래 위주로 강의를 진행한다. 강사 경력이 27년이다. 송광호는 뛰어난 쇼맨십으로 17년 만에 수강생들을 사로잡았다. 박미현은 유머러스한 말재주에 교육적 가치를 부여한 강의로 정평이 나 있다.

이들의 손짓에 많게는 800명이 한꺼번에 목청을 높인다. 이들 또는 초대 가수가 노래를 부를 때는 800명이 일제히 손을 머리 위로 들어 흔드는 장관이 펼쳐진다. 현직 성인가요 가수들은 ‘불러만 주면 언제든 가겠다’며 이들에게 줄을 선다. 수강생들은 노래교실에서 배운 노래가 고속도로 휴게소의 CD 판매대에서 들리면 CD를 구매한다. 노래교실은 성인가요 가수들의 매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창구다.

‘바다새’ 멤버 김성기가 노래교실에서 수강생들에게 노래를 지도하고 있다.(사진제공=김성기)
이들은 “성인가요 가수는 많지만 가수와 노래를 알릴 수 있는 매체가 별로 없다. KBS1 ‘전국노래자랑’와 ‘가요무대’, 라디오, 몇몇 케이블채널이 전부”라며 “그러다 보니 가수들이 노래교실에 기대기 시작했다. 실제 ‘내 나이가 어때서’, ‘안동역에서’ 등은 노래교실에서 인기의 바람이 불었다”고 설명했다. 송광호가 작곡한 진미령의 ‘미운 사랑’도 방송을 통해 몇차례 소개되지 않았지만 노래교실에서 인기를 끌었다. 노래교실 수강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전국 대부분의 강사들이 이 노래로 수업을 진행했다. 송광호는 “주부들 사이에서 ‘미운 사랑’의 인기는 노래교실 효과가 80%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초대 가수는 노래교실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도 된다. 노래교실 강사들에게도 필요하다. 하지만 효과가 입증되다보니 얼굴을 내비치고 싶어 하는 가수들이 너무 많아졌다. 지금은 무보수로 나오겠다는 가수들도 즐비하다. 김성기는 “노래교실에도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다. 요즘은 가수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너무 많아서 무조건 초대할 수는 없다. 수강생들에게 걸맞은 노래를 부르면서 진짜 ‘가수’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만 선별해서 부른다”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예전이었으면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불렸을 65~75세들이 요즘은 신중년으로 불린다. 그 만큼 건강하고 경제적으로 여유도 있지만 고독한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이 노래교실을 찾는다. 박미현은 “노래교실은 이들에게 친구를 만들고 대화를 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장소”라며 “앞으로도 노래교실은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송광호도 “중풍에 걸렸다가 노래교실을 3~4년 꾸준히 다니면서 말을 할 수 있게 된 사람이 있다. 우울증을 노래교실에서 치유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효과를 전했다.

성인가요 시장이 침체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노래교실이 존재하는 한 성인가요 시장의 미래도 어둡지만은 않다. 김성기는 “‘트로트 4인방’ 현철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가 주도하던 시절 성인가요시장은 행사장 위주의 노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행사시장이 위축된 것이지 성인가요시장은 형태를 바꿔가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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