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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이 절실했고 우승을 향해 가는 여정이 힘들었던 만큼 아쉬움은 그 어느 때보다 컸지만 두산은 이번 시리즈를 치르며 가장 큰 소득을 얻었다. 최재훈이라는 포수였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두산은 포수 최재훈이라는 10년 이상을 책임 질 수 있는 안방마님 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전 포수 양의지에 묻혀있었던 그의 잠재력을 그대로 볼 수 있었던 시리즈였기 때문이다. 철저한 블로킹은 물론 상대 공격의 맥을 끊는 도루 저지, 여기에 상대의 노림수를 역이용한 볼배합, 또한 필요할 때 터지는 한 방과 결정적인 홈런포까지. 포수 최재훈이 가진 매력을 한껏 볼 수 있었던 가을이었다.
최재훈이 없었다면 두산의 선전도 없었다. 선수단 전체가 극심한 체력 소모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양의지가 부진한 가운데, 그의 투혼과 열정, 실력이 부족했다면 두산은 우승 문턱까지 가기도 버거웠을지 모른다.
그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죽겠다”는 말을 제일 많이 했다. 그만큼 매 경기 너무 힘들었다는 이야기였다. 지난 해 포스트시즌에선 벤치만 지켰던 그는 시즌 때도 겪지 못했던 중압감, 압박감 속에 숱한 경기를 치러야했다.
한 게임을 마치고 나면 다친 곳도, 아픈 곳도 하나씩 더 늘어났다. 경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면 그대로 잠이 들 정도였다. 링거를 맞아도 좀처럼 회복되기 힘든 몸상태였다. 그러던 그는 그라운드만 나가면 다시 온 집중력을 다했다. 아픈 사람 맞나 싶을 정도였다. 최재훈의 포스트시즌은 투혼 그 자체였다.
투수들도 그런 최재훈의 모습을 보며 깊은 신뢰를 보냈다. 아니 그간의 신뢰가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더욱 두둑해진 계기가 됐다.
한 투수는 “재훈이가 매 경기 치르며 얼마나 힘들었을지, 재훈이 말고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한 경기 한 경기 치르면서 (양)의지만큼 재훈이도 크게 성장한 모습이었다. 이젠 의지 못지 않은 안정감이 느껴진다. 내년엔 상대에서도 최재훈에 대해 쉽게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이번 포스트시즌 경험이 재훈이의 야구 인생에 큰 반전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6개월 전, 그의 인터뷰가 다시 한 번 떠올랐다. 최재훈이 지금의 포수로 성장하기까지, 어떻게 투수들의 신뢰를 얻었는지 알 수 있게 한 상징적인 이야기였다.
“나는 주자가 없을 때 더 블로킹에 집중한다.”
보통은 주자가 없는 상황에선 투수의 공이 빠지더라도 경기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그냥 흘려 버리곤 한다. 공이 옆으로 크게 빠지더라도 포수가 기를 써서 잡으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애써 잡으려다 체력만 소모될 뿐이다.
그러나 최재훈은 달랐다. 주자가 없을 때도, 주자가 있을 때와 같다. 공이 바운드되면 더 필사적으로 블로킹을 해내려한다. 왠만해선 뒤로 빠트리지 않도록 더 집중한다. 최재훈은 “투수와 믿음, 신뢰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빠트리는 경우도 많았는데 그 한 번 실수에 포수에 대한 투수들의 믿음이 깨지고 그게 반복되면 중요한 순간에서 투수가 유인구를 던지는데 주저하게 된다. 그래서 주자 없을 때도 공을 빠트리는게 습관이 되지 않도록 더 블로킹을 제대로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최재훈은 단순한 블로킹 하나도 투수들과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 시리즈에선 그의 그런 노력이 더 빛을 발했다. 그의 몸을 사리지 않는 블로킹은 누상에 나간 주자를 묶어 놓았고, 숱한 실점 위기도 막아낼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이번 시리즈를 치르며 노경은은 최재훈의 장점에 대해 “재훈이는 몸을 사리지 않는다. 반대 투구했는데도 그 공을 끝까지 잡는다”는 말로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가 포수 마스크를 쓰며 강조한 건 딱 하나다. “투수가 편안하게 느끼는 리드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번 시리즈 내내 그는 “내 모든 걸 놓겠다. 무조건 투수들이 편안한 대로 맞출 생각이다”고 강조했었다. 무주자시 더욱 철저해지는 블로킹도 그의 포수 철학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모든 실수와 실점은 모두 자신의 탓이라고 돌렸다. 홍상삼의 투구가 뒤로 빠져 결정적인 실점을 허용한 뒤에도 그는 “나한테 실망을 많이 했다. 상삼이가 잘못은 없다. 상삼이의 볼이 계속 높으니까 낮게 던지게 하려면 내가 그런 공은 잡아줬어야한다. 수비에서 이런 실수는 다시 안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실점 상황까지 모두 자신의 볼배합 탓이었다며 자책했다. 그럴수록 최재훈은 더 반성하고 연구했다. 조금이라도 투수들에게 짐을 지워주고 싶지 않아했다. 그런 포수를 사랑하지 않을, 아끼지 않을 투수는 없었다.
여기에 그의 야구에 대한 노력과 열정, 절실함까지 더해지니 최재훈은 더욱 성장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해, 최재훈은 일년 내내 전지훈련을 치렀다. 당시 이토 수석코치와 함께 엄청난 훈련양을 소화했다. 시즌 중에도 전지훈련 때 못지 않은 강도 높은 훈련이 이어졌다. 그는 경기 전 가장 많은 땀을 흘린 선수 중 하나였다. 그리고 땀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1년 뒤 그 땀은 엄청난 영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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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이끌고 챙겨주는 엄마의 마음이 되고 싶다.” 최재훈의 다짐대로 그는 두산 마운드를 이끄는 진짜 엄마가 되어가고 있는듯 했다. 그의 2013년 마지막은 더없이 화려하고 의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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