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2010 시즌을 준비하는 LG가 가장 많은 기대를 걸었던 것은 일명 '빅5의 그늘 효과'였다.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 이택근 이대형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급 외야수 5인방이 팀을 이끌어갈 중심이 되어줄 거란 믿음이 있었다. 새로운 시즌에 대한 자신감의 원동력이었다.
박종훈 LG 감독의 리빌딩 중심에도 이들이 서 있었다. 박 감독은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서 자신의 구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빅5가 한꺼번에 풀 시즌을 소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적게는 110경기부터 많게는 120경기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그들이 비운 틈을 박병호 이병규(24번) 오지환 등으로 채울 것이다. 든든한 기둥을 중심으로 유망주들의 성장도 기대해볼 수 있다."
LG가 공들이고 있는 유망주들이 빅5가 만들어 준 시원한 그늘 밑에서 쉬어갈 수 있을거란 판단이었다.
초보감독 답지 않은 신중한 구상이었다. 빅5가 무조건 잘할거라는 계산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그러나 빅5는 박 감독의 '신중함의 범위'를 넘어섰다. 생각했던 것 보다 빅5가 단단하지 못했던 탓이다.
먼저 부상의 그늘이 덮쳤다. 이택근은 7경기만에 허리 부상으로 엔트리서 제외돼 아직 1군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12일엔 빅5 중 가장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던 이진영마저 햄스트링 탓에 1군 엔트리서 빠졌다.
부진도 장기화되고 있다. 이병규와 박용택은 2할대 초반의 타율에 머물고 있다. 둘의 부진이 한꺼번에 몰려 있다는 것도 힘겨운 대목이다.
빅5의 부상과 부진은 단순히 -5가 아니다. 그들을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는 틈을 만들어주려 했던 유망주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 감독의 구상은 젊은 선수들이 승.패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데 있었다. 큰 기둥들 틈에서 겁없이 좌충우돌 할 수 있는 여유를 주려 했다.
그러나 기둥이 무너지자 이들에게 부하가 걸리고 있다. 승.패의 갈림길에 서게되는 유망주들이 늘어났다. 부담은 성장의 가장 큰 독이다.
비교적 튼실해진 마운드가 주춤하고 있는 원인도 공격력에서 찾아볼 수 있다. LG는 시즌 초반 안정감 있는 불펜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러나 최근엔 이마저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빅5의 부진은 여기서도 원인제공자 중 하나다. 타선에 대한 믿음이 떨어질수록 투수력은 동반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부담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기 때문이다.
'언제든 3할을 칠 수 있는 5명 중 최소 3명은 꾸준함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보통의 계산법이다. 그러나 '야구'는 그런 계산을 보기 좋게 깨버린 셈이다. 야구가 두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전히 LG 빅5는 상대에게 두려움을 줄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부상과 부진도 언젠가는 끝을 보일 것이다. 문제는 그 시기가 언제 찾아올 것인지에 달려 있다. LG가 반격할 시간은 있다. 그러나 여유까지 손에 쥐어져 있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