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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아르헨티나 축구의 도박인가?’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47)가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됐다.
‘AP’,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29일 아르헨티나 축구협회(AFA)가 마라도나를 최근 개인적인 이유로 사퇴한 알피오 바실레 대표팀 감독의 후임으로 내정, 협상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훌리오 그론도나 AFA 회장은 28일 마라도나와 카를로스 빌라르도 1986년 월드컵 대표팀 감독과 함께 가진 회동에서 감독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빌라르도 전 감독은 총감독 자격으로 마라도나를 도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외신에 따르면 마라도나는 AFA로부터 대표팀 사령탑직을 제안받았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몇가지 풀어야 할 문제가 있기 때문에 AFA와 계속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며 수락 여부에 대해선 아직 명쾌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브라질과 함께 남미 축구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최근 2010 남아공 월드컵 남미 지역 예선에서 칠레에 35년 만에 0-1로 패하는 등 부진을 보이며 파라과이 브라질에 이어 3위(4승4무2패)에 머물고 있는 형편. 지난 13일 칠레에 패한 뒤 중도 사퇴한 바실레 감독의 후임을 물색하던 AFA가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아르헨티나 축구의 아이콘으로 사랑 받고 있는 마라도나를 낙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 내정을 전하는 외신들의 반응은 썰렁하다. ‘로이터’통신은 관련 기사에 ‘아르헨티나, 마라도나에게 도박을 하려하고 있다’는 제목을 달았고, 영국의 ‘인디펜던트’지도 ‘예견된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소제목을 붙였을 정도다. 기량면에서는 펠레와 더불어 ‘20세기 최고의 선수’로 꼽히지만 그라운드 안팍에서 크고 작은 말썽을 일으키고 은퇴 후에도 각종 구설수에 올랐던 그의 이력 탓이다.
마라도나는 165cm의 단신임에도 불구, 현란한 드리블과 폭발적인 돌파력으로 아르헨티나를 1986년 월드컵 정상에 끌어 올리는 등 맹활약했으나 1991년에는 코카인 양성반응으로 15개월 출전 정지를 당하고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금지 약물에 걸려 대회 도중 퇴출당하는 등 ‘악동’으로도 이름을 날렸다. 1986년 월드컵서는 잉글랜드와 8강전에서 핸드볼 파울로 골을 넣어 ‘신의 손’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은퇴 후에는 각종 폭력 사건에 연루되고 마약 복용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가 하면비만과 알콜 남용으로 인한 간염과 심장병 등으로 병원 신세를 지기도 하는 등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던 터였다.
더욱이 지도자 경력도 1994년 아르헨티나의 데포르티보 만디유 클럽에서 2개월, 1995년 레이싱 클럽에서 4개월 정도 감독직을 맡아 이렇다 할 기록을 남기지 못했을만큼 일천하다는 점도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 마라도나를 회의적으로 보는 이유다.
이런 마라도나를 선택한 AFA의 판단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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