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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여재구 사망 1주기①]'재연'이 족쇄, 악화되는 재연배우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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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구 기자I 2008.06.12 13:01:48
▲ 故 여재구(가운데)와 재연배우들이 출연한 MBC '타임머신',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고(故) 여재구가 사망한 지 1주기가 지났다.

2007년 5월28일 우울증이 있던 것으로 알려진 고인이 자신의 집 뒤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뒤 ‘재연’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배우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배우’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그들이 처한 현실은 세인들이 생각하는 연예인, 다른 ‘일반’ 배우들과는 전혀 달라 이로 인해 우울증이 생긴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 잠시뿐 재연배우들에 대한 관심은 곧 사그라졌고 그들이 처한 현실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고 여재구 사망 1주기를 맞아 재연배우들의 현실을 되짚어봤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재연배우. 과거 있었던 일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상황을 재연하는 ‘전문’ 배우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이들이 받는 대우는 ‘전문’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에게 ‘전문’이라는 말은 족쇄다. ‘재연’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배우이기는 하지만 재연프로그램 아니면 출연이 어렵고 대우도 다른 연예인들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연기자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안고 발을 내디뎠지만 정극 영화나 드라마 출연은 하늘의 별따기다. 연기력이 있어도 ‘재연’이라는 이유로 정극에서는 찬밥신세다. 한 재연배우는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해 이력서를 내도 ‘재연’이라는 경력이 있으면 서류심사에서부터 제외되기 일쑤다. 일부 오디션 공고에서는 ‘재연배우 사절’이라는 문구를 삽입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재연배우가 정극에 출연할 경우 시청자들의 극에 대한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출연료도 낮다. 등급제가 적용될 경우 재연배우들이 1시간 분량의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받는 회당 출연료는 물론 코너 출연이지만, 최저 20만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70분 분량 미니시리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등급제 최저인 6등급이 받는 액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등급제 적용을 받지 못하고 등급제 최저 출연료보다 적은 액수를 받고 연기를 하는 재연배우들도 허다하다. 게다가 미니시리즈는 주 2회 방송되지만 재연프로그램은 1회 방영되고, 촬영기간은 다른 드라마나 다름없이 며칠이 걸린다.

그렇다고 이들의 연기력이 ‘차별대우’를 받을 만큼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MBC 시사교양국 유해진 PD는 ‘타임머신’ 연출 당시 인연을 맺었던 고 여재구에 대해 “정극에서도 당장 주연은 어렵겠지만 비중 있는 조연을 맡기에는 충분한 연기력을 지녔던 배우다. 영화에 출연했어도 톡톡히 한몫 했을 것”이라며 사망을 안타까워했다.

더구나 재연배우들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지난 2003~2004년 당시에는 MBC ‘타임머신’과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SBS ‘솔로몬의 선택’, KBS 1TV ‘시간여행 역사 속으로’ 등 재연배우들이 출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았다. 하지만 당시가 어찌 보면 재연배우들에게는 ‘황금기’였다.

현재 출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은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와 SBS ‘TV로펌 솔로몬’ 등으로 대폭 줄었다는 게 재연배우들의 하소연이다.

tvN ‘스캔들’, 코미디TV ‘데미지’ 등 케이블채널의 ‘페이크 다큐’를 표방하는 프로그램들에도 재연배우들이 출연하지만 대부분 불륜에 관한 내용인 만큼 이 프로그램들에서 얼굴이 알려지면 다시 지상파 방송사 프로그램에는 출연하기 어렵다고 한다.

물론 재연배우들도 대부분 자부심을 갖고 연기를 하고 자신이 맡은 극중 배역을 연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갈수록 한계가 보이고 생활고로 인해 떠나는 사람도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다른 재연배우는 “촬영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자가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데 연료값을 아끼느라 RPM이 2000을 넘지 않게 하고 급정거도 안하며 되도록 짐도 줄여서 운전을 한다”며 “재연배우들끼리는 서로 돈이 없어 더치페이가 아니면 회식을 하는 것도 어렵다. 재연배우로서 연기를 하는 게 갈수록 싫어진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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