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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웃으면서 작별인사를 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이 지금까지 한국 야구에 기여했던 수훈이나 노력은 인정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야 한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중국전에서 22-2,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두고 WBC 대회를 마무리했다. 호주와 일본에게 패하면서 2승 2패라는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목표했던 세계 4강 진출 대신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씁쓸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번 대표팀에는 젊은 신예들도 많았지만 팀의 중심은 역시 오랜 기간 대표팀을 지켰던 베테랑들이었다. 주장 김현수와 에이스 김광현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시절 멤버였다. 3루수 최정은 2009년 2회 WBC부터 태극마크를 달았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이들은 과장 보태면 2000년대와 2010년대, 그리고 2020년대까지 대표팀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박병호와 양의지와 각각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2015년 프리미어12부터 대표팀에서 활약 중이다. 이들 역사 10년 가까운 세월동안 한국야구를 이끌어왔다.
이들 황금세대는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여전히 리그에서 최고 선수로 인정받으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대표팀과는 작별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어쩌면 이번 WBC가 이들에게는 국가대표로서 치르는 마지막 대회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김현수는 대회를 마친 뒤 “저는 이제 끝났다. 코리아 유니폼을 입는 건 마지막”이라며 “이제 나이도 들고, 젊은 선수들이 잘할 거라 생각한다. 내려올 때가 아닌가 싶다”고 태극마크 반납 의사를 밝혔다.
1988년생으로 올해 35살인 김현수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마지막 무대라 생각했기에 더 잘하고 싶었지만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다. 그는 “선수들이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만큼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해서 아쉽다. 선수들 다 잘해줬고, 감독님도 선수들에게 맞춰줬다”면서 “주장으로 부족함이 있었다. 제가 부족한 탓에 선수를 잘 못 이끌어서 좋은 성적 못 냈지만 후배들이 최선을 다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박병호 역시 이번 대표팀 합류에 앞서 “국가대표로서 마지막으로 여기고 후회없이 귀국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 바 있다. 다른 베테랑들도 직간접적으로 이번 대회가 마지막 태극마크가 될 것임을 암시한 바 있다.
당장 국가대표팀에서 은퇴를 선언하지 않더라도 나이를 감안할때 3년 뒤 2026년에 열릴 예정인 다음 대회 출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황금세대의 국가대표 퇴장은 한국 야구의 빛났던 전성기가 완전히 끝났음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이제 한국야구는 과거의 영광을 완전히 잊고 제로 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
젊은 기대주들이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고 국제무대에서 더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한 채 성적에 대한 부담만 주는 것은 악순환의 반복만 일으킬 뿐이다.
김현수도 대표팀 은퇴의사를 전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단 선수들이 부담을 떨쳐내야 한다. 이기지 못하면 안 된다는 부담 대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후배들이 잘할 수 있도록 선배들이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