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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승환이 어느 팀 유니폼을 입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일본은 물론 메이저리그 구단에서도 그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아직 어느 쪽을 택할지 정하지 않았다.
첫 관문은 머니 게임이다. 미국이건 일본이건 어느 팀이 오승환에게 보다 확실한 베팅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규모만 놓고 보면 메이저리그가 머니 게임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오승환’의 경우 이야기가 좀 달라질 수 있다. 오히려 일본의 빅 마켓 구단들이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오승환이 메이저리그서 통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그런 문제 제기는 소모적 논쟁일 뿐이다. 메이저리그 국제 스카우트들은 선수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는 공유한다. 채점 결과까지 나누지는 않지만 선수에 대한 평가는 일맥 상통한다.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지금까지 내가 이야기를 나눠 본 구단들 중 오승환이 메이저급 선수가 아니라고 평가한 팀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마무리냐 중간계투냐의 문제만 남았을 뿐 구위에 대한 평가는 이미 끝났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오승환에게 접근할 수 있는 미국과 일본의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는 포스팅 시스템이라는 불확실한 단계가 남아 있는 반면 일본 구단들은 오승환과 직접 접촉이 가능하다.
내셔널리그 소속의 또 다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는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때문에 일본 구단들이 훨씬 유리하다. 이와쿠마와 오클랜드의 실패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이와쿠마는 지난 2011시즌이 끝난 뒤에도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메이저리그 진출을 모색했다. 당시 최고 응찰액을 낸 구단은 오클랜드였지만 정작 이와쿠마에게 제시한 금액은 기대 이하였다. 결국 양측의 협상은 결렬됐고, 이와쿠마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1년 뒤로 미뤄졌다.
이 스카우트는 “메이저리그 구단은 구단 자체의 수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오승환이 100이라는 가치를 갖고 있는데 포스팅 금액으로 70이 쓰였다면 30만 남게 된다. 오승환을 노리는 팀들이 꽤 있는 만큼 포스팅을 한다면 가격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오승환에게 돌아 갈 파이는 그만큼 줄어든다. 탬퍼링 탓에 미리 오승환과 입을 맞출 수도 없고, 그런다 해도 1달러 라도 더 써낸 구단에 협상권이 넘어간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포스팅 시스템을 거칠 경우 오승환은 불확실성에 모험을 걸어야 한다. 얼마나 대우를 받을 수 있을지 알고 시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 구단은 오승환과 직접 접촉이 가능하다. 오승환에게 어느 정도 대우를 해줄 수 있는지를 확실하게 해둔 뒤 삼성에 이적료를 지불하면 된다. 삼성이 돈 욕심을 내지 않는 상황인 만큼 오승환과 협상 종료는 사실상 입단 확정이라 할 수 있다.
일본 구단의 한 관계자는 “일본 프로야구도 한국과 마찬가지다. 구단의 수익 보다는 오너의 결정이 중요하다. 오너가 잡는다고 한다면 돈은 두 번째 문제”라고 밝혔다.
좋은 대우는 곧 충분한 기회로 이어진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류현진도 제대로 대우를 받고 갔기 때문에 초반 기회를 충분히 얻을 수 있었다. 그 기회를 류현진이 잘 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구대성 임창용 등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선배들도 하나같이 “최대한 좋은 대우를 받고 가야 제대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충고한 바 있다.
삼성 구단은 이달 말 쯤 오승환을 메이저리그에 포스팅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오승환이 일본 구단과 협상을 끝내고 바통을 넘긴다면 포스팅은 없던 일이 된다.
오승환에게 지금 중요한 건 돈이 아니다. 일단 돈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입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단순한 계산으로 보면 일단 유리한 쪽은 일본 구단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