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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N 리뷰]역도부 소녀들의 순박한 열정 '킹콩을 들다'

김용운 기자I 2009.07.04 16:31:41
▲ 영화 '킹콩을 들다'의 한 장면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영화 ‘킹콩을 들다’(감독 박건용, 제작 RG엔터웍스·CL엔터테인먼트)는 여자 역도 선수들의 실화를 모티브로 만든 영화다. 얼핏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장미란 선수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장미란 선수와는 관련이 없다. 지난 2000년 전국체전에서 총 15개의 금메달 중 14개의 금메달과 1개의 은메달을 딴 전북 순창고 여자 역도부 선수들의 이야기에서 영화의 단초를 찾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킹콩을 들다’는 지난해 400만 관객을 모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처럼 실화를 중심으로 두지는 않았다. ‘우생순’은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국가대표 여자 핸드볼 팀의 실화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이어갔다. 따라서 ‘우생순’은 극의 막판에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한 국가대표 핸드볼 팀의 경기를 실제로 옮기는 것에 주안점을 둔 것에 비해 ‘킹콩을 들다’는 픽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킹콩을 들다’의 시계 바늘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부터 시작한다. 촉망받는 역도 국가대표 선수 이지봉(이범수 분)은 결승에 올라 금메달을 목전에 두었지만 경기 중 부상으로 동메달에 그치고 만다. ‘금메달’ 외에는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한국 체육계의 현실에서 이지봉은 좌절한다.

더군다나 이지봉은 심장의 협심증으로 인해 더 이상 운동을 할 수 없다는 선고를 받고 나이트클럽 웨이터를 전전하며 실의의 날을 보낸다. 그러던 중 우연치 않게 전남 보성 여중의 역도부 코치 제의를 받고 우여곡절 끝에 코치로 새 삶을 시작한다.

‘킹콩을 들다’의 초반 웃음은 이지봉 코치가 보성 여중의 순진무구한 여중생들에게 역도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영화의 여자주인공인 박영자(조안 분)를 비롯해 다섯 명의 개성 넘치는 역도부 학생들은 순박하고 역도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역도는 단순히 바벨을 드는 운동이 아니라 역도를 통해 자신들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서다.

그러나 이지봉 코치는 아이들이 못마땅하다. 본인 스스로가 올림픽 금메달이 아니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절감해 행여 아이들이 운동으로 인해 더 어려운 인생을 살게 되지 않을까 염려했던 것. 하나라도 배우려는 제자와 될 수 있으면 가르치지 않으려는 스승의 옥신각신은 영화 초반부의 웃음을 책임진다. 또한 역도를 할 수 밖에 없는 제자들의 사정에 마음의 문을 연 이지봉 코치가 본격적으로 제자들에게 역도를 가르치는 중반 이후도 영화는 소소한 웃음을 끊임없이 제공한다.

‘킹콩을 들다’는 웃음과 눈물은 같이 있어야 한다는 한국식 코미디 영화의 전형을 따라가고 있다. 그만큼 ‘작위적인 요소’가 영화에 배치되어 있다는 뜻이다. 요즘 정서에는 맞지 않을 신파와 과장된 몸개그(?)도 있다. 그런데 ‘킹콩을 들다’는 보는 관객들의 마음을 무장해체 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다. 계산하고 짐작하며 봐야 하는 영화가 아닌데다 웃음과 눈물의 의도에 진심이 묻어나 있어서다.

특히 조안을 비롯해 신인인 최문희 전보미 김미영 이슬비 이윤희 등 역도부원을 맡은 여자배우들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실제 시골 운동부 여학생들이 연습할 때처럼 소위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덕분에 요즘 보기 드문 ‘순박한 열정’이 스크린에 가득 배어 있다. 이들이 관객들 앞에서 서투를지언정 ‘거짓 연기’를 하지 않으려는 모습은 ‘킹콩을 들다’의 여러 가지 영화적 약점들을 덮고도 남았다. 7월2일 개봉.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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