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제공] UFC 해설위원, 마케팅회사 CEO, 프로레슬러, 까페 공동운영, 작가, 대학생….
다재다능하다. 열심히 산다. 그리고 인생을 즐긴다. 그를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링 위에서 쇠사슬을 흔들며 상대를 매치는 프로레슬러에서, 일본어 회화교재 원고를 집필하는 작가를 넘나든다. " 파운딩 들어갑니다 " UFC 해설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을 오간다.
미국 종합격투기 UFC 해설위원 겸 프로레슬러인 김남훈(35)은 " 10년 정도 이렇게 살다보니까 가족들은 이제 익숙해요 " 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99년 인터넷 정보검색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현재 마케팅회사 ㈜OFK 엔터프라이즈를 운영한다. 이미 5권의 책을 냈는데, 지금 3권을 동시집필 중이다. 자전 에세이('만인보')는 6월 출간 예정이고, 엽기 일본어 2탄, 자기계발서(1억 빚갚는 시간관리법)도 곧 나온다.
김남훈은 대학생이다. 공대생이었는데, 3년 전 서울사이버대 경영학과에 편입해 지금 4학년 2학기에 재학 중이다. " 올 하반기에 경영대학원에 진학할 생각 " 이라는 그는 " 명함에 '프로레슬러/경영학 석사(MBA)'라고 새기면 멋지지 않을까요 " 라며 흐뭇해한다. " 학위 수여식날 졸업식장에 링 치고 석사학위 취득 기념 대회 한 번 열까요? 하하 "
봉사활동도 열심이다. 2007년에는 어린이 환자 돕기 '프리 허그' 행사에 참석해 1천만원을 모금했다. 그 덩치(?)에 미소녀로 분장한 후 명동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일일이 안아줬다. 태안 기름유출 피해자 돕기 일일까페도 운영했다.
하지만 김남훈은 일반인들에겐 프로레슬러 겸 격투기 해설가로 알려졌다.
◈ 프로레슬러… " 저희도 나름 '동방신기'죠 "
2000년 데뷔한 그는 10년 경력의 베테랑 프로레슬러다. 99년 " 문득 프로레슬러가 되고 싶어 " 이왕표 도장에 들어갔다. 어린 시절 WWF 스타 헐크 호건, 마초맨에 열광했지만 운동을 해본 적 없는 그는 육체개조에 들어갔고, 재수 끝에 입단테스트에 합격했다.
그는 링 위에서 늘 악역이다. 애칭 '인간 어뢰'도 자신이 좋아하는 악역 캐릭터 테리 고디의 별명에서 따왔다. 지난해 11월 고(故) 김일 추모기념대회에 참가했던 그는 " 김일 선생님이 생전에 '악역은 지는 게 이기는 거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 며 잠시 추억에 잠겼다. " 김일 선생님은 경기장에 오셔도 링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셨어요. '제자들이 다치는 거 못보겠다'면서. 존재 자체만으로도 든든했죠. "
1년에 6번 정도 링에 오르는 그는 " 한국에서 현역 프로레슬러는 20명 정도 된다. 지리산 야생반달곰 수와 비슷하다 " 며 웃었다. 과격한 기술이 많아서 부상에 대한 두려움을 늘 지니고 있다. 물론 다친 적도 많다. 경기 중 앞니가 부러진 적도 있고, 연습 중 다리 연수신경이 마비돼서 6개월간 누워 있어도 봤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계속 프로레슬링을 할 생각이다. " 부상당할 때마다 '내가 이걸 왜 하나' 회의가 들 때도 있지만 링 위에 있을 때 행복해요. 내 몸짓, 말투 하나로 사람들을 기쁘게 해줄 수 있다는 게 좋아요 "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 프로레슬링 경기 있으면 지방 소도시는 관중석이 꽉꽉 차요. 저희도 나름 '동방신기'예요. 하하 "
◈ UFC 해설자… " 파이터의 노력을 빛나게 해주고 싶다 "
김남훈은 성승완 캐스터와 콤비를 이뤄 액션채널 수퍼액션에서 UFC를 생중계한다. 그는 특유의 열정적이고 시원시원한 해설로 인기가 많다. " 길거리에서 고등학생들은 '사랑해요' 하면서 덥썩 안기고, 20~30대 남성분들은 주로 사인 요청을 하죠. "
UFC 해설은 2007년 11월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는 2000년대 초반 KBS N(구 KBS 스카이) 일본 프라이드 해설 오디션에서 미역국을 먹은 아픈 기억이 있다.
그래서 묘안을 짜냈다. 김남훈은 2007년 초반 '격투기 완전정복' UCC를 시리즈로 만들어 6개월에 걸쳐 인터넷에 무료 배포했다. 결과는 대성공. 이 동영상은 문광부 선정 우수 UCC로 선정되는 등 네티즌으로부터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마침 수퍼액션에서 오디션 제의가 들어왔고, 합격의 기쁨을 맛봤다.
해설 초기엔 시행착오도 많았다. UFC 대회는 우리나라 팬들에게 익숙한 선수가 적고, 한국시간으로 일요일 오전에 열리는 탓에 일반인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격투기가 재밌다'는 것을 어필하려고 더욱 열정적으로 해설했다. 자칭 '무산소 중계'.
그러나 " 너무 오버한다 " 며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생중계 중 지나치게 흥분하는 바람에 화면을 놓치는 건 예사. " 지난해 8월 브록 레스너-히스 헤링 경기 땐 주먹을 내리쳐서 테이블이 부서졌죠. '허허허헉~' 신음소리가 그대로 나간 적도 있어요. 하하 "
하지만 " 악플도 고맙다 " 는 그다. 일침을 가하는 팬들이 있어 부족한 점을 많이 고쳤다고 오히려 고마움을 표시한다. " 6개월 동안 킥복싱, 주짓수 등 격투기 관장님들한테 '격투기 과외'를 받았죠. 한달 과외비용만 100만원 정도 들었어요. '너무 뚱뚱하다'는 지적에 5kg 감량했고, KBS 성우한테 발음 교정도 받았어요. "
김남훈은 최근 UFC에 김동현, 데니스 강, 추성훈 등 한국인 선수들이 많아져서 좋다고 말한다. " 중계하는 입장에서도 한국인 선수가 안 나오면 좀 민숭맨숭하죠. 친분있는 선수들이 뛰니까 고맙죠. 시청자들도 더 몰입해서 경기를 볼 거구요. 근데 데니스 강, 김동현 둘 다 져서 너무 속상하더라구요 "
" 브록 레스너-에밀리아넨코 표도르, 추성훈-앤더슨 실바 경기 중계를 꼭 해보고 싶다 " 는 김남훈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 파이터들을 보면 수도승 같다는 생각을 해요. 인생의 황금기에 혹독한 훈련을 해서 옥타곤에 오르잖아요. 그들의 노력을 빛나게 해주는 게 해설자의 역할이겠죠. UFC 해설은 제 인생의 보너스예요. 좋아하는 일 하면서 돈도 벌 수 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