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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영화 ‘추격자’가 개봉 22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듯 흥행에 성공한 ‘추격자’지만 제작과정에서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추격자’는 충무로의 투자사들이 손사래를 칠만큼 흥행코드가 보이지 않았던 영화였다. 연쇄살인범을 소재로 한데다 대부분이 밤 장면이었다. 톱스타의 캐스팅과는 거리가 멀었고 감독 역시 단편영화 밖에 연출한 적이 없던 신인감독이었다.
그러나 영화를 제작한 영화사 비단길의 김수진 대표는 달랐다. 우선 나홍진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단편 ‘완벽한 도미요리’로 2005년 제4회 미쟝센 단편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과 제6회 대한민국 영상대전 장려상을 수상한 나 감독의 능력을 전폭적으로 신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과 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은 본인의 욕심도 컸다.
‘왜 그런 무모한 영화를 만들까?’ 하는 충무로의 의아함을 뒤로하고 김 대표는 햇수로 3년간 ‘추격자’를 밀고 나갔다. 그 과정에서는 영화 속 연쇄살인범 지영민(하정우 분)을 홀로 쫓는 엄중호(김윤석 분)의 집요함과 뚝심이 김 대표에게도 필요했다.
다음은 ‘추격자’의 300만 돌파를 기점으로 김 대표와 가진 전화인터뷰 전문이다.
-먼저 300만 돌파를 축하 한다. 제작하면서 흥행이 될거라 예상했나?
▲ 감사하다. 영화가 이렇게 흥행이 되니 그동안 마음 부담이 다 사라지는 것 같다. 영화 촬영 전 배우들과의 첫 시나리오 리딩 순간 ‘이 영화는 된다’는 확신이 들었다. 사람을 구하기 위해 추격한다는 것 자체가 좋은 영화라는 느낌이 왔고 그렇기 때문에 여러 번의 우여곡절을 넘길 수 있었다.
-‘추격자’의 제작과정을 상세하게 알려 달라
▲ 2005년 여름에 나홍진 감독의 단편 ‘완벽한 도미요리’를 보고 계약을 했다. 나 감독은 2006년 11월 ‘추격자’의 시나리오 초고를 가지고 왔다. 이후 1년여 동안 30여 번 정도 시나리오를 보완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2007년 1월 벤티지 홀딩스와 투자를 마무리 짓고 6개월 정도의 프리프로덕션을 거쳐 8월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 12월에 촬영을 마치고 한 달 정도 후반작업 후에 개봉을 하게 됐다.
-투자 당시 어려움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2006년을 시작으로 한국영화의 투자 상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되던 무렵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연쇄살인범을 쫓는 스릴러 장르 영화에 선뜻 투자하겠다는 곳이 없었다. 게다가 스타 배우나 감독이 확정된 것도 아니었다. 당시 신생 투자사였던 벤티지 홀딩스에서 ‘추격자’의 시나리오를 보고 선뜻 나서줬다. 천만다행이었다.
-'추격자'의 초고가 30번 정도 수정되었던 이유는?
▲ 나 감독이 처음 가져온 초고는 보다 잔혹하고 컬트 스릴러에 가까운 영화였다. 하지만 상업영화로서 컬트 스릴러는 관객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래서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비판하는 부분을 보강했다. 서울시장에게 “하수도 고쳐달라는데 왜 상수도 고쳐주냐”는 대사는 그런 고민 끝에 나온 대사였다.
-출장안마사 부분은 대중영화로서 다소 거북할 수도 있었다.
▲ 그 부분도 투자사와 논쟁을 벌였던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성 출장안마사는 사실상 우리 사회에서 약자 집단 중에 하나다. 그들이 죽어갈 때 경찰이나 사회에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만약 사회적 약자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무관심할 수 있었을까?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을 때 영화는 대중들과 소통의 지점이 넓어진다. 그런 것이 없으면 영화는 그저 작은 스릴러 영화에 머물렀을 것이다.
-감독의 연출도 꼼꼼하지만 김윤석을 필두로 하정우 서영희의 연기도 탁월했다.
▲ 김윤석과 서영희의 캐스팅은 수월했다. 서영희는 초고때부터 염두에 두었고 김윤석은 본인이 시나리오를 보고 감탄했다. 문제는 하정우였다. 투자사 측에서 영민 역는 스타 캐스팅을 가자고 고집했다. 밀고 당기며 하정우를 끝까지 추천했다. ‘용서받지 못한 자’를 보고 하정우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결국 돈을 가진 투자사에서 제작사를 거스르지 못하는 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제작비와 개런티는 어땠나?
▲ 순 제작비를 40억 정도 생각했다. 투자사에서는 30억 정도를 이야기하더라. 결국 37억5천만원의 제작비를 들였다. 예산이 오버해 비단길 이름으로 차용증을 발급하며 돈을 더 끌어모았다. 마케팅 비용과 프린팅 비용을 포함해 총 61억이 들었다. 배우들의 개런티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맞췄다. 고액도 아니고 낮춘 것도 아닌 수준이다.
-‘추격자’의 흥행 이유와 의미는 어떤 것이라 생각하나?
▲먼저 한국영화 관객들의 수준이 높아진 것이 ‘추격자’의 흥행에 중요한 요인이 된 것 같다. 상업영화에서 만들기 어려운 장르가 스릴러다. 기준이 할리우드에 맞춰져있기 때문이다. ‘추격자’는 그런 측면에서 완성도가 높은 영화고 관객들이 이 점을 인정해주고 입소문을 내주셨다. 이 점이 흥행에 가장 큰 도움이 됐다. 또한 ‘추격자’의 흥행으로 기존의 영화 투자 스타일도 변화가 오면 좋겠다. 스타가 캐스팅되고 감독이 유명하면 투자가 쉽게 되지만 중요한건 콘텐츠 자체의 힘이다. 추격자는 그런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내심 500만 관객을 바랄 것 같다
▲ 솔직히 500만 관객이 들었으면 좋겠다. 300만이나 400만 관객이 들어도 성공한 것은 맞다, 하지만 500만이 관객들이나 투자사들의 뇌리에 남는 기준인 듯싶다. 사실 500만 관객은 들어줘야 충무로의 투자패턴에 변화를 줄 정도의 영향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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