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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 속 가상 걸그룹 헌트릭스(HUNTR/X)의 대표곡 ‘골든’(Golden)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최신 차트(7월 19일 자)에서 6위를 기록했다. 이 곡은 발매 첫 주 81위로 차트에 진입한 뒤 2주 만에 6위로 급등하며 실존 K팝 아티스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 곡은 미국 내 스트리밍 수 1880만 회, 라디오 에어플레이 95만 포인트, 음원 판매 3000건을 기록했다. 이는 가상 캐릭터 기반 콘텐츠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다. 외신들도 “가상의 K팝 신인이 BTS와 블랙핑크를 눌렀다”고 보도하며 주목했다.
국내에서도 반응은 뜨거웠다. ‘골든’은 국내 대표 음원 플랫폼 멜론과 지니 1위에 오르며, 실시간 차트 및 인기 검색어를 장악했다. 미국 스포티파이 데일리 톱 송 차트에서도 정상을 차지했고, 빌보드 글로벌 차트 글로벌200과 글로벌(미국 제외) 차트에서는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음원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 역시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 넷플릭스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골든’ 뮤직비디오는 업로드 3일 만에 조회 수 4300만 회를 돌파했다.
헌트릭스 멤버들의 캐릭터 설정, 가상의 인터뷰 영상, SNS 활동 등은 실제 아이돌 그룹 못지않은 몰입감을 제공하며 팬덤을 구축했다. 트위터, 틱톡 등에서는 팬들이 직접 만든 댄스 챌린지, 일러스트, 커버 영상 등이 활발히 공유되며 ‘2차 창작 생태계’도 형성 중이다. 해외 팬 커뮤니티에서는 ‘헌트릭스의 실제 데뷔를 원한다’는 서명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시즌2 제작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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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인기는 음악을 넘어 오프라인 소비 시장까지 확산 중이다. ‘케데헌’ 관련 굿즈가 줄줄이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17일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까치 호랑이 배지’, ‘흑립 갓끈 볼펜’ 등은 입고 즉시 품절 되고 있다. 해당 상품은 박물관 소장 유물인 조선시대 호랑이 문양을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타일로 재해석한 ‘뮷즈’(뮤지엄+굿즈)로, ‘케데헌’과 협업을 통한 공동 기획은 아니지만 관련 상품 수요 급증에 따른 전시상품 전략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까치 호랑이 배지’의 추가 판매를 진행한 지난 11일에는 ‘뮷즈’ 온라인숍 방문자가 약 50만 명으로, 평소 대비 약 70배 급증했다. 17일 현재도 일 평균 방문자 수가 30만~40만 명에 달한다.
‘케데헌’ 캐릭터를 활용한 의류, 액세서리, 아트북 등 2차 제품도 온라인에서 빠르게 품절되고 있다. 일부 상품은 프리미엄 거래가 발생할 정도다.
이는 실물 소비로 이어지는 ‘가상 IP(지적재산권) 기반 상업화 모델’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심재걸 대중문화평론가는 “팝시장에서 음악의 퀄리티와 아티스트의 서사는 대중을 매료시키는 양대 요소인데 ‘케데헌’의 구조가 정확히 적중한 모델”이라며 “실제 뮤지션에게 줄법한 감정이입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면서 글로벌 시장 전반에 가상 IP 수요와 파급력을 증명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존 OST 마케팅처럼 가창자를 스스로 밝히는 올드한 방식이 다소 아쉬웠지만 향후 전략을 어떻게 재정비하는 지에 따라 걸출한 글로벌 스타 IP로 발전할 수 있다”며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도 뮤지션 캐릭터로서 후속 앨범을 내도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을 거머쥐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