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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안중근 의사(현빈 분)가 독립 투쟁 동지들과 함께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노리는 약 일주일의 과정과 고뇌를 그린다.
현빈은 ‘하얼빈’에서 실존 역사 위인인 안중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하얼빈’은 적군의 가족과 목숨마저 허투루 대하지 않던 안중근의 인본주의 정신과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원칙을 잃지 않던 고결한 성품을 그렸다. 어떤 상황에도 의로움을 잃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도(正道)만을 걷고자 한 안중근이 과정에서 겪는 고독과 인간적 고뇌를 섬세하고 깊게 조명한다. 현빈은 기존의 위인전이나 작품들을 통해 알려진 위인 안중근과 다른, 고뇌하고 갈등하는 인간 안중근의 딜레마, 강인한 의지 등을 섬세한 눈빛 열연으로 표현했다.
현빈은 인간 안중근의 내면을 묘사한 과정을 묻자 “안중근 장군에 관련된 남아있는 자료들을 보고 중간중간 이분이 이렇게 행동했으며 이런 말씀을 했다는 내용의 글귀들을 살폈다. 그 거사를 행하실 때까지 그분이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를 계속 생각했다”라며 “감독님도 그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이셨기에 그렇게 찾아가고 생각하고 상상해서 만들어내는 작업의 연속이었다”라고 회상했다.
특히 현빈은 지금까지의 필모그래피를 통틀어 안중근 캐릭터를 연기하며 가장 정신적으로 힘든 과정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들 중 가장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촬영할 때도 그렇고 촬영 끝나고도 많은 분들이 너무 힘들지 않았냐 물어보시더라. 사실 저는 신체적으로는 그리 힘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정신이 너무 힘들었기에 몸이 힘든 사실을 잠시 잊고 있던 시기였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캐릭터 자체의 압박감과 무게감도 컸고 그의 내면을 찾아내는 과정도 많이 괴롭고 힘들었던 과정이었다”라며 “특히 로케이션의 힘을 이번 영화에서 많이 느꼈다”고 덧붙였다.
현빈은 “로케이션도 그렇고 의상 분장도 그렇고 미술 소품까지 촬영장 스탠바이 과정에서 이 모든 요소들이 내 몸에 하나씩 걸쳐진 채 환경 속에 들어가니 연기하는데 확실히 도움이 많이 됐다”라며 “얼음 호수 장면도 그렇고 극 중 신화산 전투도 그렇고 하얼빈 안가 장면 등 공간이 주는 힘이 저에겐 굉장히 크게 작용했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현빈은 ‘하얼빈’을 출연하기까지 수 차례 우민호 감독의 제안을 고사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출연으로 이어진 계기를 묻자 현빈은 “감독님이 제안해주실 때마다 시나리오를 조금씩 고쳐서 주셨다. 감독님 스타일인 듯한데 현장에서도 대본을 계속 고치신다. 뭔가 더 좋은 대안은 없을까 늘 생각하시더라”고 밝혔다.
그는 “작은 디테일들의 변화가 쌓이다 보면 큰 것들을 바꿀 수 있으니 그 작업을 끊임없이 하신다. 제게 출연 제안 주실 때도 수 차례 내내 한 번도 같은 내용의 책을 주신 적이 없다”라며 “그렇게 제안 받을 때마다 ‘너무 힘든데’ 생각은 하면서도 시나리오를 계속 읽게 됐다. 보면서 안중근 장군에 대한 자료들도 동시에 같이 찾아봤다. 그 과정에서 저 또한 캐릭터에 대해 궁금해지는 지점들이 생기더라”고 떠올렸다.
이어 “감독님의 열정과 에너지, 저에게 보내주신 신호들 등이 여러 가지로 복합적으로 맞아떨어진 결과”라며 “또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이런 훌륭한 분을 연기한다는 게 부담일 수 있지만 좋게 생각하면 기회란 생각도 작용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역할에 대한 부담을 개봉을 앞둔 현재까지 떨쳐내진 못했다고도 고백했다.
현빈은 “부담은 촬영 끝날 때까지 못 떨쳤고 지금도 솔직히 못 떨쳐내고 있다. 어제 안중근 기념관 관계자분들이 이 영화를 보러 와주셨다. 무대인사를 하는데 거기서 이야기드린 게 ‘이 상영관이 저에겐 제일 인사드리기 무서운 관’이라고 말했다. 그분들은 지금까지도 계속 안중근 장군에 대해 생각하고 계속 그분에 대한 기록을 만드시는 분들이다 보니까 그분들이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더라”고 토로했다.
한편 ‘하얼빈’은 오는 2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