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두나!’의 공개를 기념해 2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0일 공개된 ‘이두나!’는 평범한 대학생 원준(양세종 분)이 셰어하우스에서 화려한 K팝 아이돌 시절을 뒤로하고 은퇴한 두나(수지 분)를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담은 로맨스다. 글로벌 대히트를 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이정효 감독이 약 3년 만에 선보인 작품이자 OTT 시리즈로,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 특히 타이틀롤 ‘이두나’에 캐스팅된 수지의 웹툰을 찢고 나온 싱크로율과 비주얼에 공개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앞서 수지는 지난해 공개된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에서 첫 단독주연으로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가난과 차별, 결핍으로 다른 사람의 이름을 훔쳐 거짓된 삶을 사는 여주인공의 복잡한 심리와 감정선을 섬세히 그려내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극찬을 받았다. ‘이두나!’는 ‘안나’ 이후 1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타이틀롤 작품.
수지는 걸그룹 미스에이로 연예계에 데뷔한 아이돌 출신 배우다. 수지는 극 중 은퇴한 아이돌인 ‘이두나’를 통해 오랜만에 노래와 춤을 선보여 ‘경력직’의 노련함을 뽐냈다. 아이돌 시절 그의 모습을 그리워한 팬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추억 선물을 안겼다는 반응도 나온다.
수지는 자신 역시 아이돌 생활을 경험했고, 활발히 활동 중인 현역 연예인으로서 캐릭터 ‘두나’의 마음에 공감하고 이해한 부분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수지가 연기한 여주인공 두나는 눈에 띄는 화려한 외모, 그에 걸맞은 특출난 실력으로 최정상 걸그룹의 멤버로 활약했던 인물이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무대를 이탈하고 돌연 자취를 감춘 채 숨어버린 두나는 셰어하우스에서 만난 원준에게 진심으로 끌리고, 잔잔한 듯 복잡한 내면의 로맨스를 펼친다.
그는 “두나는 평범함을 갈망하며 큰 꿈처럼 이를 이야기한다”며 “저에게도 ‘평범’이란 단어가 꽤나 큰 의미였다. 그래서 이 작품 대본을 봤을 때 한 대 얻어 맞은 듯 ‘어떻게 이렇게 나랑 비슷하지’란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두나 입장에선 ‘평범’이란 개념이 판타지다. 저도 막연히 평범한 삶을 상상해 본 적이 있다”며 “상상이지만, 아마 저는 평범한 삶도 잘 살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예인이 아니었다면 어떤 평범한 삶을 살았을 것 같냐는 질문에 수지는 “활동하면서 느낀 건데 제가 시간을 보낼 때 정해진 루틴을 지키는 것을 꽤나 즐거워하는 것 같다”며 “루틴 안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그런 점에서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하는 사무직 직장인도 잘 맞을 것 같다”고 답했다. 쉴 때도 루틴을 지키는 편인지 묻는 질문에 수지는 “쉴 때도 비슷한 것 같다. 정해진 시간에 강아지를 산책시키며 등원하고, 보내고 난 뒤에는 정해진 시간까지 대본을 보거나 그림을 그린다. 그러다 강아지 하원을 시키고 한마디로 주부처럼 일상을 보낸다”고 전해 웃음을 유발했다.
오랜만에 캐릭터를 통해 다시 춤을 추고 아이돌로서 멤버들과 합을 맞추며 느낀 점도 전했다. 수지는 “처음에는 속으로 ‘내 몸이 굳었으면 어쩌지’ 생각했다. 연습을 하면서는 극 중 멤버들과 합을 맞추는데 중점을 뒀다”며 “이런 기분이 오랜만이다. 새롭고 묘하다는 생각을 했다. 무대에 설 땐 연기도 연기이지만 진짜 무대에 서는 거라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떠올렸다.
오랜 기간 정상을 유지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지만, 은퇴에 대한 생각은 항상 하고 있다는 의외의 답변도 나왔다. 수지는 극 중 캐릭터가 은퇴한 아이돌인 만큼 본인도 은퇴에 대한 생각을 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수지는 “(은퇴에 대한)그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더 매 순간 눈 앞에 놓인 일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며 “이 일을 그만둘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항상 임한다. 이 작품이 항상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한 작품 한 작품을 할수록 소중함을 느낀다”며 “오히려 어릴 땐 예전 두나처럼 이 일이 전부일 거란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노래도 춤도 못하게 되면 어쩌지, 인생 재미없을텐데’ 걱정하는 두나의 대사처럼 나는 이 일이 전부가 되어버리는 게 싫은 것 같다. 그래서 그런(은퇴) 생각을 언젠가부터 자연스레 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두나!’란 작품, 두나란 캐릭터를 향한 애틋한 감정도 드러냈다. 수지는 “두나의 상처를 연기하는 것만으로 내가 갖고 있던 상처 비슷한 부분들까지 치유가 되고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아직도 마음이 쓰이고, 계속 눈에 밟히고 아른대는 아픈 손가락 같은 캐릭터로 남을 것 같다”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