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감독은 24일 오전 영화 ‘드림’의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는 26일 개봉을 앞둔 ‘드림’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 분)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 분)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강렬한 캐릭터들의 신선한 조합, 듣는 재미를 더하는 말맛 티키타카로 개봉 전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류스타인 박서준과 아이유의 첫 만남, 영화 ‘바람 바람 바람’, ‘스물’,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비롯해 1600만 관객을 동원한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약 4년 만에 선보인 신작으로 일찌감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오늘(24일) 오전 기준 예매율 80.3%(6만 2574명)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하며,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한국영화의 침체기를 끝낼 구원투수로 등극할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이병헌 감독은 최근 자신의 SNS로 ‘드림’ 개봉을 앞둔 솔직한 심경, 함께한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을 담은 장문의 글을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이병헌 감독은 “물론 ‘극한직업’의 영광이 큰 몫을 했고 그 성공의 끝에서 아 이제 ‘드림’을 찍을 수 있겠구나 했는데 세상에 내놓고 보니 이 영화의 핸디캡은 이병헌 감독이었다”며 “비교 작품은 유사 장르의 다른 영화가 아닌 ‘극한직업’이 되어있었다. ‘극한직업2’를 찍은 게 아닌데 제작사 대표님을 비롯해 함께한 사람들에게 미안해지기 시작. 미안해요”라고 토로했다.
이병헌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서 당시 글을 썼던 심경, 과정을 회상했다. 이 감독은 “그 때 글을 썼을 당시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며 일부의 걱정에 오해라며 해명했다. 그는 “저는 저희 영화(‘드림’)가 상당히 호평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좋은 반응을 받아서 기분은 좋은데 그 끝에 따라오는 말들이 ‘극한직업’이다 보니 함께한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는 공동 작업이다. 이번 제작사, 배우들은 ‘극한직업’ 때 같이 한 사람들이 아닌데 나 때문에 ‘극한직업’의 수식어로 그 분들까지 묶이는 거 같아 괜히 미안하더라. 가벼운 마음으로 썼던 글인데 무겁게 해석된 거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영화 개봉을 앞두고 유난히 긴장한 마음도 전했다. 이병헌 감독은 “이렇게 떤 적이 없는데 오랜만에 영화를 개봉해서 그런가, 많이 떨리더라”며 “오랜만이라 반가웠다. 1년에 한 작품씩은 할 줄 알았는데 코로나19로 오래 쉬면서 영화가 귀해졌달까.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히 시사회 후 반응들은 괜찮게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재미있게 반응들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작 ‘극한직업’의 수식어가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극한직업’이 성공했기 때문에 ‘드림’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도 강조했다. 이 감독은 “부담은 당연하다. ‘극한직업’이 이 정도로 잘 될 줄 몰랐다”면서도, “하지만 제 입장에선 사실 ‘극한직업’이란 수식어가 나쁘진 않다. 그만큼 기대치가 높아졌다는 부담이 있지만 그것 자체가 관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는 좋은 쪽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런 점에서 ‘극한직업’이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짊어지고 가야 할 ‘고마운’ 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드림’은 ‘극한직업’을 비롯한 자신의 전작들과는 전혀 다른 마음가짐으로 임한 작품이라고도 설명했다. 이병헌 감독은 “‘드림’의 후반부는 실화가 바탕이기 때문에 ‘홈리스 월드컵’ 경기에서부턴 이미 결말까지 이야기가 정해져 있었다. 크게 영화적으로 무언가를 발휘하고 가미할 형식적인 새로움은 없었다”면서도, “다만 ‘홈리스’ 분들의 문제, 또 ‘홈리스 월드컵’과 같은 좋은 취지의 행사가 있다는 사실이 최대한 많은 분들에게 소개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새로움을 향한 강박을 과감히 버리고 가장 익숙하고 편한 방식을 가져다쓰려 했다”고 부연했다.
또 “익숙한 것을 써서 재미있게 만들어보고 싶었다. 기술적으로 역량을 발휘하기보단 차근차근 쉬운 형태로 이 영화를 설명하지는 마음이었다”라며 “이런 이야기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의 가장 소외된 사람들을 다루는 만큼, 이 영화의 톤을 잡는데도 상당히 오랜 고민을 들였다고도 떠올렸다. 이병헌 감독은 “노숙인분들이 실제 직면하고 있는 문제, 이미지들을 실제에 가깝게 보증하듯 이야기를 전달할지, 영화적으로 어느 정도 가꿔야 할지 톤을 잡는게 어려웠다”며 “저 혼자 판단하지 않고 스탭들과 회의를 많이 거치며 톤을 잡아나갔다. 사실 초고에선 코미디 요소가 좀 더 많았는데 회의를 거치며 걷어내는 작업을 좀 많이 거쳤다”고 털어놨다.
또 “‘드림’만큼은 ‘이병헌스럽지’ 않고 ‘드림’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점에 시사를 보고 느낀 생각은 기왕 감동 코드를 사용할 것 좀 더 확실히 그런 코드를 넣었어야 하나 싶더라. ‘이병헌이 왜 갑자기 신파야?’란 관객들의 평은 오롯이 나에 대한 평가이고, ‘드림’은 ‘드림’이니까. 좀 더 확실히 갈 걸, 왜 이거밖에 하지 않았을까 약간의 후회도 느꼈다”고도 고백했다.
이 영화가 축구, 홈리스 월드컵을 소재로 한 만큼 ‘스포츠 영화’로 분류되고 있지만 실제 자신은 그렇게 느끼지 않으며 이 영화를 작업했다고도 밝혔다.
이병헌 감독은 “다른 스포츠 영화들처럼 경기의 긴박감을 기대하고 이 영화를 보신다면 관객분들이 조금 아쉬워하실 순 있을 것 같다”면서도, “그런데 사실 저희 영화가 스포츠 영화라 생각해본 적이 없다. 물론 포스터만 보면 누가 봐도 스포츠 영화라 생각하실 수밖에 없겠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어찌됐든 죄송하다(웃음)”고 전했다.
이어 “그래도 박서준 씨의 초반 축구 경기 장면을 보시면 스포츠 영화가 줄 수 있는 재미를 맛보기 정도로 체험하실 순 있으실 것”이라고도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