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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경기 파주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문영퀸즈 챔피언십 1라운드. 메이저대회도 아닌 일반 정규 투어 대회 기자실에서 때 아닌 한·일전이 펼쳐졌다. 이 대회 주최 측의 후원을 받고 있는 안신애(27)가 모처럼 국내 대회 나들이에 나서면서다.
어눌한 억양이지만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을 정도의 한국어로 안신애를 인터뷰하는 일본 기자가 눈에 띄었다. 자신을 재일교포라고 소개한 신무광 씨는 안신애 인터뷰를 위해 한국에 왔다고 밝혔다. 그는 “안신애의 일본 내 인기가 엄청나다”며 “결국 한국까지 취재를 오게 됐다”고 혀를 내둘렀다.
신 씨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인들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가 그리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젊은 층이 한국을 다시 보게 했고 2000년대 중반 뜨거웠던 ‘한류’는 중장년층 여성들이 한국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JLPGA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은 보수적인 일본의 중장년층 남성들에게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여자골프와 일본 여자골프는 뗄 수 없는 사이다. JLPGA 투어는 여자골프 초창기 故 구옥희를 시작으로 강춘자(61·現 KLPGA 부회장)가 개척했고 전미정(35), 안선주(30) 등이 성공을 거뒀다. 최근에는 ‘세리 키즈’인 이보미가 바통을 이어 받아 성공을 거두며 한국 선수들의 ‘일본 러시’를 이끌고 있다.
‘한국 골프는 왜 강한가’의 저자이기도 한 신 씨는 “책에도 썼지만 스타 선수들이 매년 끊이지 않고 일본으로 건너오는 것이 여전히 신기하다”며 “일본에선 한국의 ‘화수분’ 골프 육성 시스템을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는 골프 국가대표 상비군 제도 등 육성 시스템이 선진화 돼 있다”며 “선수층도 두터워 선수들이 한 타를 치는 데도 집중하는 눈빛부터 다르다”고 분석했다.
일본 투어를 휩쓸고 있는 태극낭자들의 활약에 우려의 시선도 있다. 한국 선수의 인기가 높지만 여전히 일본인들의 눈에는 그들이 ‘이방인’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국내 언론엔 소개되지 않았으나 실제로 일본 언론이 다루는 한국 골퍼들의 기사에는 ‘외모로 골프를 한다’, ‘우리 돈을 다 가져간다’는 등의 악성댓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신 씨는 “기사의 악성댓글은 대부분 골프를 잘 모르는 10대들 다는 것이 사실이지만 골프계 주요 연령층인 50~70세 일본일들도 당연히 일본 선수가 우승하길 바란다”며 “200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선수들이 우승을 하면 준우승을 차지한 일본 선수의 기사를 크게 쓰고 우승자인 한국 선수 소식은 단신으로 처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보미가 건너온 후 한국 선수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며 “이보미와 김하늘 등 한국 선수들은 팬들을 진심으로 대한다. 기부도 하며 자신들의 이미지를 ‘한국인’이 아닌 한 명의 아이돌로 보게끔 했다”고 덧붙였다.
신 씨는 “여자골프 한류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며 “외모와 실력이 한국 선수들의 인기에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이 상승세를 유지하려면 이보미와 김하늘처럼 골프장 밖에서의 모범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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