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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이경규가 간다’에 이어 ‘무한도전’의 올림픽 해설 도전까지.
MBC가 스포츠와 예능프로그램의 결합에 또 한발을 내디뎠다. 17일 중계된 2008 베이징 올림픽 여자 핸드볼 한국 대 헝가리의 조별예선에 객원해설자로 ‘무한도전’ 멤버들을 중계석에 앉힌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 전반은 정형돈, 후반은 노홍철이 각각 임오경 해설위원, 김완태 캐스터와 함께 중계를 했다.
예능프로그램 출연진의 스포츠 중계 참여.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
MBC는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이경규가 조형기와 함께 경기장에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보며 나름 해설과 중계를 하는 ‘이경규가 간다’ 코너를 선보였다. 이어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한국과 경기가 열리는 독일, 상대팀 국가를 각각 방문해 팬들의 응원 분위기를 전했다.
당시만 해도 예능프로그램과 스포츠 중계의 벽은 분명 있었다. 한일월드컵 당시 ‘이경규가 간다’ 코너는 스포츠 중계 형식을 띠었지만 어디까지나 예능프로그램이었을 뿐이다. 생방송도 아니고 경기가 열린 뒤 편집을 거쳐 방송됐다.
그러나 17일 방송된 여자 핸드볼 중계는 예능프로그램과 스포츠 중계의 벽을 허무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이경규가 간다’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스포테인먼트’의 또 하나의 모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물론 각고의 노력 끝에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의 경기를 엔터테인먼트적인 시각으로만 볼 수는 없다. 만약 정형돈과 노홍철이 예능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는 ‘코미디’로 해설을 일관했다면 비난을 면치 못했을 게다.
하지만 이들은 이날 중계에서 여자 핸드볼에 대해 비전문가치고는 수준 있는 해설을 하며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더해줬다. ‘무한도전’에서 다른 멤버들과 경쟁을 하는 것처럼 김완태 캐스터와 임오경 해설위원보다 한마디라도 더 하려는 듯한 모습도 없었다.
정형돈은 경기를 지켜보며 “외곽슛이 많을 걸 보니 헝가리 선수들의 개인기가 떨어지는 것 같다”, “핸드볼은 (한 팀에) 7명이 하는 경기인데 헝가리는 고르비츠 혼자 하는 것 같다”고 평가를 하는가 하면 안정화 선수가 상대 골키퍼의 키를 넘겨 골을 넣자 “영리한 플레이는 한국이 최고인 것 같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노홍철은 후반 초반 한국팀의 공격이 안풀리자 “저럴 때일수록 파이팅을 해줘야 한다. 마음 편하게 공격하면 된다”고 조언을 하고 임오경 해설위원의 “한국 수비가 상대 실책을 유도했다”는 말에는 “밀착을 더 해줘야 겠군요”라고 적절하게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또 한국팀이 골을 넣으며 상대 선수의 2분간 퇴장을 유도하자 이를 뭐라고 표현해야겠느냐는 김완태 캐스터의 물음에 “꿩목고 알먹고죠”라고 하는 등 시청자들의 응원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헝가리의 과격한 공격에 “파울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가 임오경 해설위원의 “우리 선수의 파울”이라는 지적에 “제가 팔이 안으로 굽었네요”라고 잘못을 시인하기도 했다.
재미를 선사하면서도 보조해설자라는 자신의 위치를 넘어서지 않은 것이다.
‘무한도전’의 여자 핸드볼 해설에 대해 ‘예능과 스포츠는 구분해 달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TV로 방송되는 스포츠 중계는 스포츠 팬들, 해당 경기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만 시청하는 것이 아니다. 대중이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날 핸드볼 중계에 ‘재미있다’는 평가를 내놓은 시청자들이 많은 것을 보면 ‘무한도전’의 새로운 도전은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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