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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을 앞두고 윤빛가람은 제주 유니폼을 입었다. 낯선 팀은 아니었다. 4번째 재회였다. 그만큼 편하고 익숙한 곳에서 또 한 번의 비상을 꿈꿨다. 부주장까지 임명될 정도로 신임을 받았다.
그러나 시즌 초반 잠깐 나온 뒤 자취를 감췄다. 남 감독과의 의견 충돌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즌 중반부를 넘어서자 다시 기회를 얻었다. 윤빛가람의 성적은 15경기 3골 2도움. 2010년 데뷔 후 가장 적은 경기를 뛰었다. 결국 그렇게 다시 이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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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윤빛가람도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사과하셨다는데 함께 있을 땐 왜 그러지 못하셨느냐는 아쉬움이 있다”라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감독님과 소통이 많이 없었던 건 사실”이라며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았다”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윤빛가람은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는 등 프로에서 처음 겪는 상황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라며 “내가 모든 걸 잘했다고 할 순 없지만 소통으로 풀 수 있는 부분을 해결하지 못한 건 지금 봐도 아쉽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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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팀 자체로 보면 모든 선수에게 경기 출전이나 동기 부여를 많이 줘야 한다”며 “어느 정도 희생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 부분이 개인적으로 미안하다”라며 고충과 사과의 뜻을 동시에 밝혔다.
윤빛가람을 만나서 해준 말이 있냐는 물음에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며 “이제 우리 선수가 아닌 다른 팀 선수에게 해줄 이야기는 없다”라고 묘한 여운을 남겼다.
해당 인터뷰 이후 팀 분위기는 더 좋아졌다고도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분위기는 굉장히 좋아지고 있다. 나부터 많이 바꿔가면서 선수들도 자발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개막전을 준비하는 데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잘 맞고 있다”라고 응집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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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감독은 “10~11년 전에 감독 생활을 처음 시작했다”며 “기라성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 젊은 감독이 약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라며 스스로 강한 이미지를 부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원래 성격에 강인함을 더하다 보니 그 이미지가 되게 컸던 거 같다”면서 “여전히 외부적으론 그렇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큰 틀은 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선수를 대할 땐 따듯하게 하면서 요즘 흐름에 맞춰 지도자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나에 대한 평가는 갈리지만 만나보신 분들은 알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 감독은 “다시 만난 선수들은 팀에 굉장히 필요한 선수들이다”라며 “팀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선 내가 알고 있던 선수와 새로운 선수 간의 시너지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제주와 수원FC는 개막전에서 맞붙는다. 오는 26일 오후 2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시즌 시작을 알린다. 양 팀의 승부 외에도 남 감독과 윤빛가람의 자존심 싸움이 달렸다. ‘윤빛가람 더비’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