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솜(사진=아티스트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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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극중 12년이란 세월을 담아내기에 16부작이 짧지 않았나 싶다. 단어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현장에서 그만큼 집중했다. 후회는 없다.”
차분한 말투였지만 흔들림은 없었다. 배우 이솜은 지난달 17일 종영한 JTBC 드라마 ‘제3의 매력’(극본 박희권·연출 표민수)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제3의 매력’은 서로 다른 매력에 빠진 동갑내기 남녀 준영(서강준 분)과 영재(이솜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두 사람은 극중 스물, 스물일곱, 서른둘이란 나이의 흐름에 따라 로맨스의 변화를 그려나간다. 풋풋했던 초반과 달리 후반부에는 죽음과 이혼, 투병 등 극단적인 설정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때문에 후반부 이솜은 내내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는 “주변에서 우울증 걸리는 건 아닌지 걱정해줬다. 캐릭터에서 벗어나는 데 시간이 걸렸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분리를 잘 한다”고 미소 지었다.
가장 어려운 과제는 따로 있었다. 시청자의 공감이었다. 댓글을 잘 보지 않던 그가 일일이 찾아본 이유기도 했다. 그는 “시청자 분들이 영재의 선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는 열린 결말로 끝났다. 허무한 마무리라는 일부 반응도 있었다. 이솜은 이 같은 지적을 수긍하면서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지나온 고통과 괴로움은 우리를 성장시킨다. 같이 느껴온 기쁨과 함께. 그래서 우린 계속 걷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최종회 내레이션을 읊조렸다. 그 연장선상에서 드라마 속 결말이 와닿았다고 말했다.
| 이솜(사진=아티스트컴퍼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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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솜은 2008년 Mnet 모델 선발 프로그램 ‘체크잇걸’(Check It Girl)에서 최종 우승하며 모델로 정식 데뷔했다. 연기는 영화 ‘맛있는 인생’(2010)으로 시작했다. 이후 꾸준히 채워온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발견된다. 영화 ‘마담뺑덕’(2014)처럼 파격적인 선택도 있지만, 드라마 ‘이번생은 처음이라’(2017)처럼 대중적인 지지를 받은 작품도 있다. 영화 ‘대립군’(2017)과 같은 상업영화도 있지만, 같은 해 실험적인 독립영화 ‘소공녀’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유연함이 이솜의 강점이기도 했다.
“작품을 선택할 때 분량이나 비중 보다 캐릭터 그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해보지 않거나 독특한 매력이 있을 때 끌린다. 아픈 손가락들도 있다. ‘제3의 매력’의 영재나 ‘마담뺑덕’의 덕이. ‘대립군’에서도 덕이란 이름을 가진 역할이었는데, 그 ‘덕이’도 그렇다.“
| 이솜(사진=아티스트컴퍼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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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음 많아 보이는 그는 평소 ‘집순이’가 아닐까 싶었다. 오답이었다. “외출하지 않고 집에 3일만 있어보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주로 극장에 있다고. 강남부터 상암까지, 좋아하는 영화관을 묻자 10여 개 극장이 술술 나왔다. 일이기도 했지만 그의 오랜 취미였다. 많게는 하루에 4편까지, 장르 불문 가리지 않고 즐긴다고 했다.
천생 배우인 그는 학창시절 유난히 내성적이었다고 했다. 가까운 친구 앞에선 발랄한 본래 모습이 나왔지만 낯가림이 심했다. 데뷔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칭찬을 듣는 일은 부끄럽다”고 웃었다.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은 부끄럽지 않느냐고 묻자 “이소영(본명)이 아닌 배우 이솜, 모델 이솜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현장이 좋다. 제작진, 배우, 스태프 그 많은 사람들이 한 장면, 한 작품을 위해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 좋다. ‘제3의 매력’도 좋은 사람들과 좋은 현장을 함께 한 귀한 기회였다. 이제 서른이다. 그동안 캐릭터 중심이었다면 앞으론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소공녀’처럼 위로를 전해도 좋고, 지질한 모습을 보여드려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 이솜(사진=아티스트컴퍼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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