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층의 낮은 건물마다 온통 영화제작사 사무소와 편집실로 가득했고, 건물 하나 건너꼴로 다방과 여관들이 즐비했던 '한국의 할리우드' 충무로. 그곳의 상징이던 추억의 스타다방이 1986년 문을 닫은 뒤 20여 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한다. 11일 폐막하는 '제2회 충무로국제영화제'를 주최한 서울 중구(구청장 정동일)는 "스타다방 등 충무로의 옛 흔적들을 다시 살려내 이곳을 국내외 관광객들이 발걸음 할 수 있는 '영화 거리'로 다시 부흥시키겠다"고 밝혔다.
충무로 영화동네의 중심이던 충무로3가 거리. 지금 이곳에서 '한국판 할리우드'의 흔적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2~4층 높이의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홀로 서 있는 영화 카메라 모양의 가로등이나 이따금씩 가게 앞에 붙어있는 영화 포스터 정도로 옛 영광을 추억할 수 있을 뿐이다. 25년째 '충무로 숯불갈비집'을 운영 중인 홍한선(61) 사장은 "요즘도 1960~80년대 한국 영화판을 주름잡았던 머리 희끗한 어르신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과거를 회상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애드씨네 코리아 복철(70) 대표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자가용 가진 사람이 거의 없어 야외촬영을 가게 되면 이른 아침 배우와 스태프들이 모두 모여 대절 버스에 올랐다"며 "집합시간에 맞추려 아예 전날 밤 영화사 근처에서 자는 사람이 많아 여관이 성업했다"고 말했다. 영화배우 겸 탤런트 진봉진(61)씨는 "비가 와서 스케줄이 공친 날이면 다방들은 감독·스태프·배우들이 모여 정담을 나누느라 바글바글 댔다"고 말했다.
충무로를 주름잡던 다방들 중 '청맥다방'은 건물 이름으로만 남아있고, '스타다방'이 있던 건물에는 식당과 서점 등이 들어섰다. 충무로의 명성이 이미 퇴색하고 있을 시점인 1992년 문을 연 '나산 커피숍'이 지금 유일하게 남은 '충무로 스타일 다방'이다. 중구는 최근 구(區) 예산을 들여 직접 충무로 3가 '스타다방'을 복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옛 스타다방 터를 중심으로 자리를 물색하되 최대한 가까운 곳에 가게 자리를 마련하기로 하고, 이르면 내년 안에 '1986년 폐업 뒤 재개점'이란 콘셉트로 문을 열 계획이다. 이럴 경우 '공공기관(구청)에서 운영하는 다방'이라는 보기 드문 명물이 된다. 옛 모습을 고증해 인테리어와 간판을 그대로 살려내고, '본업'인 음료 판매 외에도 영화인들과 영화 팬들이 만나 어우러지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정동일 중구청장은 "가급적 예전 모습 그대로 스타다방을 살려내 원로 영화인들이 과거를 추억하고 후배들에게 조언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내고 싶다"며 "부지 매입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내년 안에 부활된 스타다방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덧붙여 충무로 3가 일대에 극장과 전시관, 영화 교육을 위한 미디어센터 등으로 구성된 10층 규모의 '시네마 콤플렉스'를 짓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전시 공간에는 명작 포스터와 소품, 실물 크기 캐릭터 모형 등이 전시되고, 특수 분장과 성우 체험 코너도 곁들인다는 구상이다. 극장에는 독립영화·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3개관을 들일 계획이다.
중구는 스타다방 '재개점'을 기점으로 주변 충무로 3가(충무로대원빌딩~영락교회 맞은편) 250m 구간을 '영화의 거리'로 복원한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물론 이미 떠나버린 영화사 등의 사무실을 유치하는 방식의 '복원'은 쉽지 않은 게 사실. 다양한 영화 관련 카페와 서점 등 업종이 들어올 수 있도록 유도해, 현재 음식점과 술집이 많은 평범한 골목이나 다름없는 이곳을 영화 테마 거리로 차근차근 바꿔나간다는 계획이다. 중구 장성삼 관광공보과장은 "장기적으로는 강남 등지로 빠져나간 영화 관련 업체들이 충무로로 '귀환'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