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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전병호(35.삼성)는 '달인에게 묻는다' 인터뷰 중 "내가 던지는 공 중 똑바로 가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우리 말 직구는 바르게 쭉 나가는 공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물론 직구도 변하기는 하지만 변화는 직구의 기본기가 아니다.
그럼 전병호는 직구를 던지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건 아니다. 전병호 역시 직구를 던진다. 다만 다른 직구와 차이가 클 뿐이다.
전병호는 "나는 4가지 종류의 직구를 던진다"고 말했다. 이 역시 일반의 상식과 차이가 있는 말이다.
직구는 크게 나눠도 3가지가 전부로 알려져 있다. 실밥 잡는 차이에 따라 포심,투심,무심 패스트볼이다.
포심은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보편적 직구로 가장 곧은 궤적을 보인다. 공의 실밥 두개를 잡고 던지는 투심은 일반적으로 우투수의 오른쪽으로 궤적이 생긴다. 대부분의 투수는 직구라면 이 두가지가 거의 전부다.
그러나 전병호의 직구 주무기는 그 다음 부터다. 우선 무심 패스트볼. 공의 실밥엔 손을 대지 않고 맨들맨들한 면만 짚고 던진다. 공이 채일리 만무하다. 당연히 스피드가 떨어진다.
그러나 공의 회전이 전혀 다르다. 마치 붕붕 떠가는 듯한 느낌으로 포수 미트까지 다다른다. 타자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전병호는 "이런 직구를 던질때는 그냥 툭 밀어 넣듯이 던진다. 그냥 공기중에 떠다니게 하는 느낌이다. 100% 직구라고 생각할 때 이런 공을 던지면 타자들이 당황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전병호도 별반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듯 했다. 마치 슬라이더를 던지 듯 한쪽 실밥에 두 손가락을 모아놓고 던진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원심 패스트볼이 될까.
전병호는 "특별하게 공을 회전시키지 않기 때문에 다 직구가 맞다. 하지만 스피드와 움직임에는 변화를 준다. 손가락의 힘 차이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검지에 힘을 주느냐 중지에 힘을 주느냐, 또 두 손가락 모두를 쓰느냐에 따라 공이 기착지가 다르다. 꾸준하게 던져보며 손에 익히면 타자를 상대하는 좋은 무기가 된다"고 밝혔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다. 그저 스스로 살 길을 찾다보니 얻게 된 지혜다. 전병호의 성공이 크게 눈부시지는 않지만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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