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n스타②]묘한 동질감...봉준호의 '천재성' vs 나홍진의 '근성'

김용운 기자I 2008.02.22 11:58:31
▲ 봉준호 감독과 나홍진 감독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플란다스의 개’와 ‘살인의 추억’ 그리고 ‘괴물’ 단 세 편의 장편영화로 충무로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명으로 우뚝 선 봉준호 감독과 ‘추격자’라는 데뷔작 한 편으로 충무로의 기대주로 부상한 나홍진 감독 역시 닮은 듯 하면서도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감독이다.

1969년생인 봉준호 감독은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졸업 뒤 한국영화아카데미에 들어가 영화 연출을 배웠다. 어렸을 적부터 영화감독을 꿈꿨던 봉준호 감독은 세 편의 장편영화 시나리오를 본인이 직접 썼으며 직접 콘티를 그릴 정도로 그림 실력도 뛰어나다.

봉준호 감독은 특히 꼼꼼한 디테일로 명성이 자자하다. ‘살인의 추억’ 촬영 당시 80년대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해 박두만 형사의 수첩에 농협 마크를 찍은 일화는 유명하다.

1974년생인 나홍진 감독은 한양대학교에서 공예학을 전공하고 졸업반 시절부터 3년 정도 광고회사 조연출로 일했다. 그 와중에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웠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대학원)과정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영화를 공부했다.

나홍진 감독은 현장에서 배우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신인감독이란 핸디캡을 극복했다. 김윤석은 나 감독에 대해 “숱한 대화를 통해 현장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 역시 배우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하지만 봉 감독은 특유의 달변으로 배우들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끝내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편이라는 후문.

영화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봉준호 감독은 ‘천재’ 감독이라는 평을 받고 있으며 나홍진 감독은 (아직 한 편의 영화로 평가를 하기에는 이르지만)‘근성’을 지닌 감독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DVD 코멘터리를 듣고 있으면 영화에 대해 저렇게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감독이 또 있나 싶을 정도로 혀를 내두르게 한다.

나홍진 감독은 일단 근성으로 영화판에서 인정을 받았다.‘추격자’ 촬영 당시 35시간을 연속으로 촬영하면서도 끝내 자기가 찍고 싶어 한 장면을 얻어내 촬영 스태프들로부터 ‘독하다’는 말을 들었다

두 감독의 공통점은 할리우드로 상징되는 영화의 문법을 거부한다는 점이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는 할리우드의 전통적 경쟁우위 장르인 스릴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식 문법과 다른 연출을 보인다. 살인범을 쫒는 주인공들을 영웅화 하지도 않고 그들을 한번이나 영화속에서 폼 나게 보여주지도 않는다.

결말 역시 감독의 뚝심대로 밀고 갔다. ‘살인의 추억’에서 범인은 존재는 결국 밝혀지지 않았고 박두만은 아예 경찰복을 벋고 샐러리맨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추격자’도 마찬가지다. 관객의 마음을 졸이게 만들던 미진은 결국 지영민에 의해 희생된다. 엄중호는 멋진 액션은커녕 달리다 헛구역질이나 한다. 할리우드의 상업 스릴러 영화에서는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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