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복귀...벵거 전화 한 통의 '나비효과'

박종민 기자I 2015.03.11 06:26:42

박주영, 2008년 벵거 감독의 전화 한 통에 아스널行
주전경쟁서 밀리며 장기간 부진 거듭, 결국 K리그行

△ 아스널 시절 박주영.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e뉴스 박종민 기자] 영국 최고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햄릿’에는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라는 독백이 등장한다. 선택은 개인의 인생사는 물론, 때론 국가의 운명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

K리그 클래식에 복귀하는 박주영(29·FC서울)에게도 축구인생에서 중대한 선택의 순간은 있었다.

지난 2011년 여름 박주영은 운명의 결단을 내렸다. AS모나코 유니폼을 입고 있던 박주영은 소속팀이 2부 리그로 강등되면서 이적을 고민했다. 계약기간이 아직 1년 남은 상황이었다. 박주영의 위상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2008년 9월부터 AS모나코에서 뛴 그는 프랑스 리그앙서 ‘우등주(株)’로 평가받던 공격수였다.

때문에 리그 정상권 클럽이던 릴 OSC(이하 ‘릴’) 합류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해 릴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행을 확정한 상태였다. 박주영은 미래를 위해 릴 이적에 동의했다. 박주영과 모나코, 릴은 사실상 이적에 합의했다.

박주영은 계약서 서명차 릴로 향했다. 그러나 그는 여름 이적시장 마감 직전 ‘명장’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릴 메디컬 테스트를 마치고 호텔에 머무르던 박주영은 벵거 감독의 직접적인 부름에 변심했다.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생각한 박주영은 곧장 런던행 유로스타를 이용해 아스널 홈구장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 인근에 도착했다.

박주영의 아스널행은 급박하게 진행됐다. 박주영의 변심으로 릴과의 계약은 모든 것이 백지화됐다. 당시 박주영은 인터뷰를 통해 모험을 강행한 속내를 밝혔다.

그는 유럽에서의 마지막 행선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가는 대로 선택을 내렸다고 말했다. 박주영은 아스널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든, 그렇지 않든 도전해보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었다. 아스널 내 주전 경쟁에서 밀려도 ‘꿈의 무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한 번쯤 발을 담가보고 싶었을 것이다.

△ 아르센 벵거 감독. (사진=AFPBBNews)


박주영은 아스널에서의 첫 시즌 6경기 나서 1골에 그쳤다. 출전 기회가 터무니없이 적었다. 그는 EPL에서 단 1경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후반전 8분간 그라운드에 선 게 전부였다. 칼링컵(캐피털원컵) 볼튼전서 잉글랜드 무대 데뷔골을 터트렸으나 이후엔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벵거 감독 아스널에서 박주영은 가용 전력이 아니었다. 이후 그는 셀타비고(스페인), 왓포드(잉글랜드) 등으로 임대됐으나 곧 방출당했다.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은 그의 기량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리는 대회가 됐다. 월드컵 부진으로 거센 비판에 시달린 박주영은 3개월간 무적 신세를 이어갔다.

그해 10월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박주영은 알 샤밥 유니폼을 입고 출전 기회를 얻었지만, 7경기에서 1골 1도움으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알 샤밥에서도 데뷔골을 터뜨린 후 골가뭄에 시달렸다. 시작은 언제나 창대했지만, 끝은 미약했다.

터키와 유럽 일부 클럽에서 ‘러브콜’이 왔으나 박주영은 결국 10일 ‘친정’ FC서울을 통해 국내 복귀 사실을 알렸다. 2008년 9월 이후 7년간의 해외 무대 도전은 결국 막을 내렸다. 박주영의 국내 복귀를 놓고 말들이 많다. 그의 복귀는 결국 벵거 감독의 전화 한 통과 자신의 선택이 나비효과를 일으킨 결과였다.

모든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 2011년 여름 박주영이 벵거 감독의 전화에 흔들리지 않고 예정대로 릴과 계약을 추진했다면 어땠을까. 이러한 가정은 무의미하다.

아스널행은 축구선수로서 박주영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박주영 개인에게는 그 선택이 ‘성공적’이었다.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EPL 진출을 감행했던 박주영이다.

박주영에게 후회는 없다. FC서울이 밝혔듯, 그는 연봉협상에서도 초연한 자세를 보였다. 박주영의 축구 드라마는 ‘기승전결(起承轉結)’ 가운데 ‘결(結)’로 치닫는 분위기다.

박주영은 7년간 어깨에 짊어져야 했던 모든 부담을 떨쳐버리고 복귀했다. 2000년대 중반 혜성처럼 등장한 ‘축구천재’는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자신의 남은 축구인생을 즐기게 됐다. 다음 달 열릴 박주영의 K리그 데뷔전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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