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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양승준 기자] 폭발적이지는 않았지만 뜨거웠다. 2일 20회로 막을 내린 KBS 2TV '성균관 스캔들'은 시청률은 잃고 마니아를 만들었다. 시청률은 10%대 초반(마지막회 시청률 12.8%, 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을 간신히 넘겼지만, 온라인은 '성스앓이' 글로 넘쳐났다. 드라마 공식홈페이지에는 18회까지 13만여 건에 이르는 시청 소감이 굴비 엮듯 올라왔다. 드라마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된 '추노'의 4배, '제빵왕 김탁구'에는 5배에 달하는 수치다.
◇ '안구정화' 잘금4인방·신선한 소재····'성스앓이' 원동력
'성균관 스캔들'의 출발은 초라했다. 지난 8월31일 첫 방송 시청률은 6.3%에 그쳤다. 전작인 '구미호-여우누이뎐'의 마지막 방송이 기록한 시청률 12.9%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성적이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잘금 4인방'은 '성균관 스캔들'을 살렸다. 극 중 이선준(박유천 분), 김윤희(박민영 분), 구용하(송중기 분), 문재인(유아인 분)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는 고정 시청자 양산의 기폭제가 됐다. 동방신기 멤버 박유천의 연기는 무난했고 박민영의 남장여자 열연은 달콤했다. 송중기의 능글맞은 연기는 감칠맛 났고 유아인의 선 굵은 모습은 새로운 발견이었다. 청춘스타들의 '안구정화' 연기에 인터넷에는 드라마에 푹 빠진 주부가 가정을 돌보지 않아 집안 꼴이 엉망이 됐다는 카툰까지 등장했다.
'성스폐인'을 자처한 회사원 오지은 씨(32)는 "드라마 속 네 명의 캐릭터가 신선했다"며 "캐릭터의 매력에 빠져 드라마를 챙겨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청춘 사극'이라는 신선한 소재도 드라마 인기에 한몫했다. 소설가 정은궐의 베스트셀러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원작으로 한 '성균관 스캔들'은 조선 시대 최고 교육기관이었던 성균관을 주 무대로 하는 청춘 사극을 표방했다. 조선 시대 캠퍼스 물이란 새로운 시도는 '성스폐인' 현상의 원동력이 됐다.
드라마 관계자는 "청춘 사극이란 새로운 시도에 금등지사(사도세자 죽음에 대한 영조의 회한의 마음이 담긴 문서)등 역사적인 스토리를 버무린 것이 스토리에 재미와 동시에 힘을 불어넣었다"고 자평했다.
회사원 김선혜(33) 씨는 "'잘금 4인방'의 성장드라마 속에 금등지사 찾기 등 미션 등이 끊임없이 주어져 흥미진진했다"며 "원작과 달리 드라마만의 스토리가 있어 재미가 더했다"고 말했다.
'성균관 스캔들'은 초선이 자객으로 나오는 설정과 금등지사, 구용하가 중인 출신이었던 점 그리고 정약용(안내상 분)이 김윤식이 여자인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 원작과 달랐다.
한 네티즌(LLuckypot)은 "'성스'는 80년대 대학을 보낸 이들에게 환기시켜주는 게 많은 것 같다. 청춘의 시기에 느꼈던 꿈과 현실에서의 좌절감, 첫사랑에 대한 설렘, 우정에 대한 회고,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원칙의 승리 등이 그것"이라고 드라마의 의미를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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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성운 불운·정치·멜로 널뛰기 ···만개하지 못한 '성스'
하지만 시청률은 '성균관 스캔들'의 아킬레스건이다. 새로운 스토리로 의미는 잡았지만, 흥행은 놓쳤다. 방송 전 '잘금 4인방'은 '꽃보다 남자'의 F4와 비교되며 대중성에도 기대를 모았으나 '성균관 스캔들'은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인기를 누린 '꽃보다 남자'가 되지는 못했다.
'성균관 스캔들'이 흥행몰이에 실패한 원인으로는 방송 초반 산만한 스토리 전개로 고정 시청 층을 확실하게 다져놓지 못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회사원 이 모 씨(30)는 "드라마를 처음 봤을 때 이것저것 이야기 하는 게 너무 많아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줄 몰랐다"며 "원작을 워낙 재미있게 읽어 기대가 컸는데 1~2회에 실망해 이후 방송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고 했다. 원작과 다른 스토리가 원작을 읽었던 일부 독자들에게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한 셈이다.
극 중 이선준·김윤희의 멜로가 드라마 중반 이후 본격화되고 회 마다 멜로·정치 등 이야기 기복이 심한 것도 아쉬움으로 꼽혔다. 소재의 특수성은 살렸지만, 내용이 '꽃보다 남자' 처럼 보편적이고 단순하지 않아 대중적인 지지를 얻기에는 무리였다는 평이다.
드라마 관계자는 "'성균관 스캔들'은 숨은 이야기가 많고 서로 다른 이야기가 모여 하나가 되는 드라마다. 그래서 이야기의 중심을 잡지 못하는 시청자는 방송을 한 회만 보지 않아도 드라마를 따라잡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나쁜 편성운도 '성균관 스캔들'의 발목을 잡았다.
'성균관 스캔들'은 첫 방송 때 SBS에는' 자이언트'가 MBC에는 '동이'가 이미 시청률 20%대를 웃돌며 자리 잡고 있었다. 고래등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이다. '꽃보다 남자' 방송 당시에는 화제작이 MBC'에덴의 동쪽'만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그만큼 숨 쉴 틈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내용의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한 '성균관 스캔들'은 결국 10%대 초반이라는 시청률로 '성스폐인'만을 남기고 아쉽게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