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 확대경]호날두, 2008개인상 ‘그랜드 슬램’ 달성

송지훈 기자I 2009.01.13 10:55:23
▲ 호날두

[이데일리 SPN 송지훈 객원기자] ‘골든 보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4,맨체스터 유나이티드/포르투갈)가 국제축구연맹(FIFA)이 제정, 수여하는 ‘올해의 선수(FIFA Player of the year)’ 수상자로 결정돼 2008년의 주요 개인상을 모두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호날두는 13일 새벽(한국 시간) 스위스 취리히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FIFA 월드플레이어 갈라 2008’ 행사에서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2008년 최고의 선수로 공인받았다. 호날두는 개표 결과 총 935점을 획득, 678점을 기록한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아르헨티나), 203점을 얻은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스페인)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라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발롱도르(Ballond'Or, 유럽 올해의 선수)와 더불어 축구 개인상 부문의 양대 산맥으로 손꼽히며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FIFA 올해의 선수상은 세계 각국 국가대표팀 감독과 주장의 투표로 영광의 주인공을 선정한다. 전 세계 축구인들의 심중을 폭넓게 반영하는 투표시스템은 5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발롱도르(1956년 출범)와 견줘 짧은 역사(1991년 출범)를 지니고 있음에도 일찌감치 최고 권위의 상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작용했다.

투표위원들에겐 후보자 중 총 3명을 선정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 1순위에겐 5점, 2순위에겐 3점, 3순위에겐 1점 등 점수가 차등 부여되며 최다 득점자가 ‘올해의 선수’라는 영광스런 호칭을 차지하게 된다.

이번 투표에는 2008년 한 해를 통틀어 최고의 활약을 펼친 것으로 평가받은 축구선수 5명이 최종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수상자 호날두와 2위 메시, 3위 토레스를 비롯해 카카(AC밀란/브라질), 사비 에르난데스(바르셀로나/스페인) 등이 ‘마지막 5인방’에 포함된 영웅들이다.

일단 호날두의 수상은 상당부분 ‘자연스러운 결과’로 분석된다. 2007-08시즌 소속팀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제패를 진두지휘한데다 클럽 무대에서 도합 42골을 휘몰아쳐 경쟁자들 중 가장 밝은 빛을 발한 까닭이다. 지난해 말 호날두가 발롱도르 뿐만 아니라 유럽축구연맹(UEFA) 올해의 선수, 국제프로축구선수협의회(FIFPro) 최우수선수, 영국축구선수협회(PFA) 최우수선수 등 주목할 만한 개인상을 모두 석권하며 기세를 높인 것 또한 그간의 화려한 발자취를 인정받은 결과였다.

관련해 최근 3년 연속 발롱도르를 수상한 인물이 FIFA 올해의 선수 트로피까지 거머쥐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FIFA올해의 선수 투표 결과가 발표되기 이전부터 ‘호날두 그랜드슬램’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물론 일부이긴 하나 “국가대표팀 사령탑과 캡틴들이 투표에 나서는 특성상 국가대항전에서 맹활약한 인물들이 다소나마 가산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같은 맥락에서 조국 아르헨티나에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선사한 메시, 무적함대의 2008유럽선수권 우승을 견인한 토레스와 사비 등의 수상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나 A매치의 영웅들도 스트라이커가 아닌 윙어로서 40골 이상을 휘몰아치며 완벽에 가까운 득점력를 뽐낸 호날두의 아성을 넘어서진 못했다.

호날두의 수상이 결정되면서 소속팀 맨유는 클럽 사상 최초로 FIFA 올해의 선수를 배출하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더구나 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입장에서도 ‘첫 번째 경사’다. 입때껏 프리미어리그는 2위와 3위 입상자를 각각 5명씩 배출했을 뿐, 단 한 차례도 1위를 탄생시키지 못했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프로리그로 각광받고 있는 프리미어리그 입장에서는 뒤늦게나마 ‘최고의 축구선수’를 배출하며 이름값에 걸맞은 발자취를 남긴 셈이다.

호날두의 조국 포르투갈의 입장에서도 1991년 루이스 피구(인터 밀란)가 영광의 자리에 오른 이후 17년 만에 자국 선수를 세계 최고의 축구스타로 키워냈다는 점에서 영광스러움을 느낄 법하다.

한편 호날두가 수상자로 결정되면서 FIFA 올해의 선수상에서 라틴 문화권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트렌드 또한 계속 이어지게 됐다. 이제껏 FIFA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영광의 얼굴은 총 13명(중복수상 반영)인데 로타르 마테우스(독일/1991), 마르코 반 바스텐(네덜란드/1992), 조지 웨아(라이베리아/1995) 등 3명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라틴축구의 별들로 채워졌다.

참고로 유럽에서는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이 라틴계가 주를 이루는 나라들이며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이 포함된 남아메리카의 경우 과거 라틴계 국가들의 식민 지배를 받은 역사 탓에 라틴문화가 폭넓게 자리 잡아 ‘라틴아메리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베스트 일레븐> 기자 

◇ FIFA 올해의 선수 역대 수상자
2008 크리스티아노 호날두(포르투갈/맨체스터Utd.)
2007 카카(브라질/AC밀란)
2006 파비오 칸나바로(이탈리아/유벤투스-레알마드리드)
2005 호나우지뉴(브라질/바르셀로나)
2004 호나우지뉴(브라질/바르셀로나)
2003 지네딘 지단(프랑스/레알마드리드)
2002 호나우두(브라질/인터밀란-레알마드리드)
2001 루이스 피구(포르투갈/레알마드리드)
2000 지네딘 지단(프랑스/유벤투스)
1999 히바우두(브라질/바르셀로나)
1998 지네딘 지단(프랑스/유벤투스)
1997 호나우두(브라질/바르셀로나-인터밀란)
1996 호나우두(브라질/아인트호벤-바르셀로나)
1995 조지 웨아(라이베리아/파리생제르맹-AC밀란)
1994 호마리우(브라질/바르셀로나)
1993 로베르토 바조(이탈리아/유벤투스)
1992 마르코 반 바스텐(네덜란드/AC밀란)
1991 로타르 마테우스(독일/인터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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