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제공] 내년 1월부터 프로농구 중계 화면에 욕을 하는 모습이 잡힌 선수에 대해 징계를 내리기로 한 KBL(한국농구연맹)의 갑작스런 징계 규정에 대해 대다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KBL은 11일 "TV 중계 특성상 선수의 욕설과 폭언 장면이 리그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며 "이달 31일까지는 계도기간으로 정하고 내년 1월1일부터는 입 모양만일 지라도, 욕설을 하는 모습이 TV 중계 화면에 잡히면 테크니컬 파울로 간주해 벌금 20만원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KBL의 결정은 9일 각 구단에 공문을 통해 공지됐다. KBL은 "갑작스럽게 내린 결정이 아니며, 매 시즌 욕설에 대한 부분을 주의, 공지시켰는데도 개선되지 않음에 따라 징계 장치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징계와 같은 강력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KBL은 시즌 도중 '뜬금없이' 공문 한장으로 욕설 징계에 대해 공지할 것이 아니라 시즌 시작에 앞서 신인선수 및 외국선수 오리엔테이션 등의 자리를 통해 일찌감치 공지하고 교육했어야 했다는 것이 농구인들의 지적이다.
프로 구단의 A감독은 "일단 선수단 교육을 통해 계도 기간을 갖고 징계를 주는 것이 맞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모양이 좋지 않고, 자제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속적인 교육과 같은 자체 노력도 없이 갑작스럽게 징계를 하겠다는 KBL 결정은 희한하다"면서 "스포츠는 각본없는 드라마인데 KBL이 각본있는 드라마를 만들려는 거 같다"며 쓴소리를 했다.
B감독 역시 "KBL의 새 규정을 적용하면 NBA(미국프로농구) 선수들은 다 패널티를 받게 되겠다"면서 "이렇게 갑작스럽게 징계 장치를 마련한 것을 보면 KBL 고위 관계자가 선수가 욕하는 모습이 잡힌 TV 중계 화면을 본 모양이다"고 한마디 했다. 선수들 역시 "이쯤 되면 구단 차원에서 방송 카메라맨들에게 로비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일단 좋은 의도에서 마련된 징계 장치라고는 하지만, TV 중계 방송 화면에 잡힌 선수에 한해 징계를 하겠다는 점, 입 모양만으로 욕설을 하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 외국 선수가 영어로 하는 욕은 어떻게 잡아낼 것인가 하는 점, 그리고 징계에 해당하는 욕설 기준을 어디까지로 정할 것인가 하는 점 등 애매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