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n스타①]현영과 솔비, 그들은 어떻게 '비(非)'와 결별했나

김용운 기자I 2008.04.22 11:58:21
▲ 현영과 솔비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연예인은 자신을 상품으로 포장해 파는 직업이다. 그래서 이미지를 중요시 여긴다. 불특정 다수인 대중에게 어떻게 보이느냐에 따라 상품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중은 연예인의 이미지를 놓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성적 판단보다 ‘좋다’와 ‘나쁘다’의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단어로 다가간다. 이는 호감과 비(非)호감이라는 단어로 치환된다.

대중들에게 호감을 주는 연예인은 그만큼 상품성이 높아져 인기를 얻고 부를 누린다. 그러나 비호감인 연예인들은 대중들의 사랑 대신 미움이나 타박, 나아가서는 손가락질의 대상이 된다. 문제는 그 비호감의 원인이 종종 방송을 위해 만들어지는 이미지에서 출발한다는 데 있다.

◇ 현영, 몸매만 호감?...비호감 대표 스타로 이름 알려   

1976년생인 현영은 1997년 SBS 슈퍼모델대회를 통해 연예계에 발을 디뎠다. 하지만 연예계는 현영이 생각하는 것처럼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모델로서의 능력은 인정받았지만 그녀가 추구하는 연예인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현영이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게 된 것은 2003년 무렵부터다. 현영은 당시 여러 예능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해 S라인의 몸매를 뽐내는 동시에 특유의 하이톤 음성과 솔직한 입담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영에 대한 관심은 호감에서 비롯됐다기 보다는 비호감에서 시작된 것이 많았다. 현영은 사석에서나 들을 법한 이야기들을 카메라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이중에는 연예인으로서는 예민한 문제인 성형수술 사실이나 자신의 연애담도 포함되어 있었다.

▲ 현영


일부에서는 현영의 솔직한 모습에 신선함을 느꼈지만 대부분은 이와같은 현영의 모습을 낯설고 불편해했다. 이전까지 여자 연예인들에게서 보기 힘들었던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영이 텔레비전에 얼굴을 비치는 회수만큼 안티 팬도 늘어갔다. ‘꾸며낸 듯한 목소리'와 함께 '너무 설친다’는 이유에서였다. 현영은 어느새 비호감 연예인의 앞줄에 처하게 됐다.   

◇솔비, '타이푼의 리더'에서 '막말솔비' 되기까지

1984년생으로 2006년 혼성그룹 타이푼의 리더로 데뷔한 솔비는 애초 ‘제 2의 신지’로 불리며 대중의 시선을 끌었다. 타이푼 자체가 코요테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혼성그룹이었고 코요테의 신지처럼 솔비 역시 그룹의 보컬을 책임지며 가창력을 뽐내서다.

그러나 솔비는 어느 순간부터 그룹 타이푼의 멤버보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독특한 여자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시작했다. 솔비는 SBS ‘육감대결’이나 MBC '일요일 일요일 밤‘ 등에서 위아래가 없는(?) 과감한 발언과 행동으로 비호감 연예인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솔비 역시 현영처럼 솔직하고 엉뚱한 모습을 주로 보였지만 강도 면에선 솔비가 현영을 앞섰다. 솔비는 강호동도 꼼짝 못한다는 이경규 앞에서도 그의 말을 가로 막았고 김제동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

솔비는 어느새 제2의 신지에서 여자 김구라로 불리며 ‘막말’의 대명사로 꼽혔다. ‘퀴즈 육감대결’에서 강수정에게 “핑크돼지 같아요”라고 말한 것과 박은경 아나운서에게 “밉상이세요”라고 말한 것은 솔비 막말의 대표 어록으로 꼽힌다. 이와 같은 발언으로 솔비의 비호감 지수는 급속도로 높아졌고 인터넷에는 ‘솔비 막말모음’이란 제목의 동영상도 나돌았다.

◇현영, 솔직함과 당당함으로 초지일관...'비호감을 벗다'

현영은 2005년도부터 각종 CF를 비롯해 드라마와 영화 및 가수를 섭렵하며 만능엔터테이너의 자질을 본격적으로 꽃피운다. 그 와중에 현영은 초지일관 솔직하고 발랄한 모습으로 대중과 만났고, 대중들 역시 카메라와 카메라 뒤에서의 모습이 다르지 않은 현영의 모습을 서서히 인정하기 시작했다.

현영이 비호감 이미지를 벗는 데에는 자신의 고생담과 치부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현영의 당당한 모습이 큰 영향을 미쳤다. 현영은 자신의 기사에 붙은 악성 댓글을 보며 대화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안티 팬들의 의견 역시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모델 데뷔 후 7년여 동안 무명시절을 겪으며 고생한 이야기와 당시 여러 가지 굴욕적인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꿈을 위해 버틴 여러 사연들이 알려지면서 현영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은 달라졌다.

현영과 함께 일을 했던 방송국의 한 관계자는 “방송에서 솔직한 현영의 모습이 실제 생활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며 “모르면 모른다고 인정하고 자신의 단점에 대해서도 수긍하는 모습을 꾸준하게 보여준 것이 비호감 요소를 감소시키고 시청자들의 호감을 사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광고마케팅 연구기관인 브랜드38 연구소가 발표한 ‘2007년 최고의 광고모델’에 현영이 꼽혔다는 것은 호감 연예인이 된 현영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솔비, 알고 보면 귀엽고 여린 여자...‘우리 결혼했어요’로 이미지 반전

솔비는 막말 연예인으로 지탄을 받으면서도 방송국 예능프로그램 PD들 사이에선 섭외 게스트 1순위로 통했다. 자극적인 말이나 행동을 서슴치(?) 않는 솔비로 인해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종종 상승했기 때문이다.

솔비는 예능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방송에서 초지일관된 모습을 보였다. 몸을 사리지 않았고, 말도 가려하는 법이 없었다. 때문에 솔비가 출연한 프로그램은 종종 화제를 낳았지만 솔비의 호감도는 날로 떨어져만 갔다. 방송에서 재미를 위해 한 말과 행동들은 고스란히 악플이 되어 돌아왔다.

그러나 솔비의 언행이 일정 부분 프로그램상 대본에 의한 것이었음이 알려지면서 솔비는 차츰 동정표를 얻게 된다. 얄밉고 버릇없어 보이는 이면에 데뷔 전 고생담 등 인간적인 면모도 숨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시청자들은 그녀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솔비의 비호감이 호감으로 급반전하게 된 계기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앤디와 함께 가상신혼부부로 출연하면서부터다. 솔비는 설정만 주어지고 대본없이 진행되는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기존의 예능프로그램에서와 다른 여성스럽고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여줬고 고정된 자신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하고 있는 솔비와 앤디


 
솔비의 소속사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보여지는 솔비의 모습은 실제 그녀와 90% 정도 닮았다. 할 말은 하고 화통한 성격이지만 여리고 애교도 많으며 상대의 감정에 세심하게 반응할 줄 안다는 것이다.
 
앤디를 대하는 솔비의 모습에선 막말 솔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시청자들은 솔비에 대한 오해를 거두고 그녀 앞에 붙었던 '비호감' 타이틀에서 과감히 ‘비’자를 떼어내기에 이른다.

솔비가 비호감 연예인에서 호감 연예인으로 변신에 성공했다는 것은 KBS 2TV 예능프로그램 ‘상상플러스 시즌2’의 MC 자리중 하나를 꿰찼다는 사실로도 증명된다. 솔비는 예능프로그램 게스트와 MC로의 활약 외에도 MBC 시즌드라마 ‘라이프 특별조사팀’에 자신의 실제 성격과 비슷한 보험사 직원 정주리로 분해 연기에도 도전한다. 그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 덕이다.

◇비(非)호감에서 ‘비’(非) 떼어낸 현영과 솔비...그들의 과제는?

현영과 솔비에게 비호감 요소가 전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영은 진행자로서 다소 부정확한 발음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가수활동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솔비 역시 안티 팬들이 완전히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솔비 소속사 측은 아직도 솔비에 대한 악성 댓글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현영과 솔비가 비호감 연예인에서 ‘비’(非)자를 떼어내고 호감 연예인으로 돌아섰다는 데 반문을 할 방송 관계자는 없다. 방송 관계자들은 현영과 솔비에 대해 “솔직함과 당당함으로 연예계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할 정도다.

비호감에서 호감 연예인으로 돌아선 현영과 솔비지만 그 호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과제를 풀어내야만 한다. 바로 ‘어느 순간 가식적이고 뻔한 말들만 늘어놓는 도식적인 연예인의 모습에 적응하지 않는 것’이다.
 
대중들이 현영과 솔비에게 호감이든 비호감이든 일차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기존 연예인들의 틀에 박힌 모습과 그 이미지에 식상함을 느껴서다.
 
하지만 정작 현영과 솔비는 이를 고민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자신의 모습과 다른 가공된 이미지를 염두에 두지 않고 실제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고 가감없이 대중 앞에 선보이는 과정에서 비호감과 호감의 경계를 넘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들의 가장 큰 경쟁력이자 무기임을 누구보다 당사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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