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GP 506' 이영훈 "여배우 한명 없던 촬영장, 군대 다시 간 기분이었죠"

유숙 기자I 2008.04.08 11:17:19
▲ 배우 이영훈


[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여배우가 한 명도 없는 촬영현장, 군대 내무반 같았죠.”

최전방 경계초소인 GP 내 전 소대원 몰살 사건을 다룬 영화 ‘GP 506’에는 여배우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얼굴이 등장하는 여성이라고는 영정사진으로 등장하는 노성규 원사(천호진 분)의 아내와 강진원 상병(이영훈 분)의 사진 속 여자친구뿐이다.

음산한 영화 분위기와 전혀 다르게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던 봄날 오후 만난 이영훈은 “심지어는 영화에 등장하는 군견조차도 수컷이었다”면서 “남자들 속에서 여배우가 한 두 명이라도 있었다면 오히려 불편했을 것 같다. 남자들끼리 촬영하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고 촬영 뒷이야기를 풀어놨다.

실제와 비슷하게 지어진 내무반 세트에서 생활하니 군복무 시절이 절로 생각났다는 이야기도 했다. 세트에서 촬영을 기다리고 있으면 마치 내무반 안에 앉아있는 느낌도 들었다고 한다. 군인들처럼 휴식시간에 내기 족구도 했고 서로 연기자 선후배, 나이에 상관없이 자기 계급에 맞춰서 이름을 불렀다.
 
▲ 배우 이영훈


촬영 때는 물론이고 여러 상황 때문에 촬영이 잠시 중단됐던 기간까지 10여개월 동안 이영훈은 집에서도 군대 내에서 입는 후줄근한 트레이닝복 차림이었고 군번줄도 항상 목에 걸고 다녔다. 촬영 중에는 식구들에게 ‘진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러달라 부탁했고 말투나 자세도 군인처럼 하며 몰입에 애썼다. 동네 사람들은 다들 이영훈을 휴가 나온 군인으로 생각했을 정도다.

때문에 (어느 배우든 그랬겠지만) 이영훈 역시 촬영이 중단됐을 때 걱정이 컸다. “시나리오도 탄탄하고 좋은 영화인데 많은 분량을 찍어놓고도 쉬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는 이영훈은 “촬영 재개와 완전 중단, 주위 의견은 반반이었고 어떻게 될지는 어느 누구도 몰랐다. 감독님과 프로듀서가 투자를 위해 뛰어다니시는 상황에서, 너무 걱정되는데도 초조해 하실까봐 전화도 못 드렸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사건의 열쇠를 쥔 채 의식 불명 상태로 누워있는 강 상병 역을 연기하면서도 상대 배우를 위해 나름의 감정을 잡아줬을 만큼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한 이영훈. 그는 전작 ‘후회하지 않아’에서 여성적이면서도 어두운 인물을 연기해 그와는 정반대로 밝고 남자다운 강 상병 캐릭터에 상대적인 매력을 크게 느껴 출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황정민, 조승우, 신하균 등 연기파 배우들을 좋아하고 존경하지만 그들을 흉내 내지는 않겠다는 이영훈은 끝으로 “눈에 진정성이 담긴 연기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사진=김정욱 기자)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