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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의성과 기자 출신 주진우가 “하나같이 촛불이 두려웠다고 하더라”며 영화를 만들면서 만난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의성과 주진우는 24일 진행한 영화 ‘나의 촛불’ 화상 인터뷰에서 촛불집회 국민들의 위대함을 느꼈다며 영화를 만든 계기를 밝혔다.
두 사람은 “2018년 한 라디오 방송에서 촛불집회와 탄핵에 관한 정치권의 후일담을 듣고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며 “외신 기자들이나 외국 사람들을 만나면 촛불혁명에 대해 굉장히 놀라워하는데 우리가 제대로 기록을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2016년 10월 부터 2017년 4월까지 총 23차례에 걸쳐 열린 촛불집회는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을 이끈 비폭력 평화집회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2016년 12월 3일 열린 6차 집회는 역대 최대 규모인 232만명이 참가했고, 누적관객은 1600만명을 넘어섰다.
‘나의 촛불’은 그 촛불집회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는 당시 촛불집회의 시발점이 된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부터 손석희 JTBC 총괄사장, 유시민 작가, 그리고 보수와 진보의 정치권 주요 인사들이 등장한다. 두 사람은 “더 많은 분들을 모시고 싶었지만 하겠다고 해놓고선 거절한 분들이 많았다”며 “특히 정치권이나 특검 쪽은 지금이었다면 모으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섭외 고충을 전했다.
그중에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 대선주자들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주진우는 “영화를 만들던 시점에 대선후보가 되리라 생각한 사람은 심상정 후보밖에 없었다”며 “대선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촛불(집회) 당시에 그들이 어디에 있었는지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김의성 역시 전혀 예상 못한 일이라며 “대선 후보들이 다 출연한 셈인데 그 점이 영화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모르겠다”고 부연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해서는 “이것 또한 우리 영화의 운명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탄핵의 대상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되면서 이 영화를 차분하게 객관적으로 바라봐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촛불집회의 주인공인 시민들의 목소리도 담겨 있다. 대가족부터 세월호 참사를 지켜본 고등학생들, 집회를 통해 맺어진 부부 등 촛불집회를 경험한 다양한 이들의 증언이 담겼다.
주진우는 “시민들을 인터뷰할 때마다 역사의 주인이 결국 시민이고 국민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의 함성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일을 만들었는데 벌써 오래전 일로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화를 만들면서 한동안 ‘국뽕’에 심취해있었다는 김의성은 “세계 민주주의 역사상 있을 수 없는 어마어마하게 위대한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각에선 ‘나의 촛불’의 개봉 시점을 놓고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다. 김의성은 “원래 2020년 봄에 개봉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미루다 보니 2년이 흘렀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전전 정부의 이야기가 될 텐데 그 전에 개봉을 해야지 했던 게 묘하게 대선과 겹쳤다”고 말했다. 주진우는 “마치 대선에 맞춰 5년을 기다린 것 같지만 우리가 그렇게 머리가 좋지도 않고 돈도 없다. 힘들다”고 너스레를 부렸다.
‘나의 촛불’은 오는 2월 10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