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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동 KBS 신임 사장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처럼 각오를 다졌다.
양 KBS 사장은 새로운 KBS의 조건으로 △취재·제작의 자율성 보장 △인적 쇄신을 내걸었다. 그는 “간부 중 누군가가 부당하게 취재·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려 든다면 일벌백계하겠다. 빠른 시일 안에 국장 임면동의제를 명문화해 취재·제작 자율성을 시스템으로 보장하겠다.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편성위원회를 정상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10년 과오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겠다. 경우에 따라서는 합당한 책임도 묻겠다. 정치적인 이유로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유능한 직원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KBS 최초로 사원에서 사장이 된 양 KBS 사장은 “시민자문단 앞에서 취임하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마무리했다.
양 사장은 고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KBS에 입사했다. ‘세계는 지금’, ‘추적 60분’, ‘역사스페셜’, ‘인물 현대사’ 등을 연출했으며 제21대 한국PD연합회장을 지냈다. 임기는 고대영 전 사장의 임기 잔여기간인 오는 11월 23일까지다.
이하 양승동 KBS 사장의 취임사 전문이다.
새로운 KBS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무엇보다 취재·제작의 자율성 보장입니다. 지난 10년 우리의 실패는 취재·제작 자율성이 후퇴해서 생긴 일입니다. 분명히 약속드립니다. 저는 보도와 제작에 어떠한 압력도 행사하지 않겠습니다. 정치권력이나 자본권력이 여러분을 제약하려 든다면 앞장서서 막겠습니다. 혹시
대신에, 여러분 스스로도 높은 기준을 가져주십시오. 보도와 제작에 임할 때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사적인 이해관계가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항상 경계해주십시오.
새로운 KBS를 만드는 일은 구성원 모두가 자율적인 문화 속에서 창의의 에너지를 폭발시킬 때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취재·제작 자율성을 비약적으로 확대하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저와 여러분이 힘을 합해 가장 높은 수준의 취재·제작 자율성을 이룩합시다.
돌이켜보면 KBS는 외부의 신뢰만 잃은 게 아닙니다. 내부 구성원 사이의 신뢰도 바닥까지 떨어졌습니다. 부적절하고 부당한 인사가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KBS를 만들기 위한 두 번째 조건은 인적 쇄신입니다. 그 핵심은 공정한 평가와 결과적 정의를 회복하는 일일 것입니다. 10년 과오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겠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합당한 책임도 묻겠습니다. 그리고 정치적인 이유로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유능한 직원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겠습니다. 젊은 KBS 만들기 위한 세대교체도 과감하게 진행하겠습니다.
KBS 구성원 여러분, 한 가지 부탁드립니다. 부디 맹목적인 불신을 거둬주십시오. 억눌린 10년을 지내오면서 세대 간의 갈등, 보직자와 평직원 간의 갈등, 직종 간의 갈등, 노사 갈등이 심각해졌습니다.
지난 과오에 대한 평가와 문책은 회사가 시스템에 따라 하겠습니다. 불필요한 미움으로 역량을 낭비하는 일을 없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가진 에너지를, 오직 새로운 KBS를 만들어가는 일에 집중해주십시오. 저는 그것이, 우리가 가장 빠르게 혁신할 수 있는 방법이라 믿고 있습니다.
KBS 구성원 여러분, 우리가 만들 새로운 KBS는 상생하는 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극단적인 저임금과 살인적인 노동시간, 차별적인 처우와 같은 비정규직과 외주제작사에 대한 부당한 관행은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특히 미투 운동으로 대변되는 성평등 문제는 처벌 수위를 확실히 높여 놓겠습니다. 절대 쉬쉬하며 넘어가지 않겠습니다. 파면을 포함하여 가능한 최대치의 불이익을 줄 것입니다.
지난 금요일 임명을 받고나서 저녁에 혼자 안산에 다녀왔습니다. 많이 혼날 각오를 하고 갔는데 너무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곧 철거되는 합동 분향소에서 아이들의 영정 사진을 보며 다짐하고 약속했습니다.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해서, 다시는 아이들이 억울하게 죽지 않는 대한민국을 위해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다짐했습니다.
유경근 위원장께서는 ‘변화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조바심 내지 말고 뚜벅뚜벅 가시라’고 응원까지 해 주셨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KBS를 만드는 일, 시간이 걸릴 겁니다. 중간에 더러, 덜컥거리는 일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어차피 가야할 길입니다. 망가진 언론의 피해자가 우리 언론인이 아니라 국민이듯, 정상화된 언론의 수혜자는 우리 언론인이 아니라 국민이 될 것입니다. 공영방송 KBS의 유일한 주인인 국민을 위해서 우리는 새로운 KBS를 만드는 일을 이제, 시작해야만 합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이미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9월 파업에 돌입하면서, 아니 그 이전, 2014년 6월 권력에 굴복한 사장을 쫓아내면서, 아니 훨씬 더 전, 2008년 8월 이곳 민주광장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하면서 우리는 이미 완전히 새로운 KBS를 만들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구성원 여러분! 새로운 KBS를 함께 그려주십시오. 저와 경영진은 ‘새로운 KBS’라는 거대한 그림의 큰 구도만 잡아 놓겠습니다. 구석구석 스케치, 디테일한 질감, 알록달록한 색깔은 여러분들께서 채워주십시오. 그렇게 힘을 합쳐서 정말 멋진 KBS, 완전히 새로운 KBS를 그려봅시다. 그렇게 해서, “KBS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드립시다. 저는 오직 구성원 여러분의 저력만 믿고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꼭 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저는 영광스럽게도 역사상 처음으로 시민이 선출한 KBS 사장입니다. 그때 제가 시민자문단 앞에서 이렇게 약속했습니다. 취임하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겠다고’…
그 약속을 지키고 싶습니다. 정연욱 기자와 이이백 피디가 좀 도와주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