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정작 시범경기가 시작되고 규정이 현실화되자 현장의 분위기는 회의적으로 변했다. 2015프로야구 시범경기 첫날, 새롭게 생긴 스피드업 규정으로 인해 ‘황당한 삼진’이 두 차례나 나왔다.
7일 대전구장 한화와 LG의 경기. 한화가 3-0으로 앞선 3회말 무사 1루에서 김경언은 볼카운트 1B 2S에서 LG 소사의 4구째가 바깥쪽 볼이 되자 무심결에 뒷걸음쳐 타석을 벗어났고 이 순간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을 당했다. 4회초엔 이진영도 2사 1루 1B 2S에서 타석을 벗어났다가 자동 삼진 처리됐다. 2S 이후 상황이라 공도 보지 못한 채 아웃이 돼 버린 것이다.
지난해까지 없던 규정에 아직까지 선수들도 적응을 하지 못한 모습이다. 머리로는 기억하고 있을 지언정 몸에는 배어있지 않았다.
이 규정을 두고 시범경기 첫 날, 현장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새로 생긴 규정이 야구의 흐름을 너무 끊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 판정으로 승부의 흐름이 완전히 뒤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특히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타석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삼진 아웃될 경우 판정이 경기를 지배하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판의 판정은 어디까지나 원할한 경기 흐름을 돕는데 의미가 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이날 경기를 마치고 “야구가 재미 없어졌다.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는데 삼진이 나왔다. 수비 입장에서는 좋지만 문제가 있다. 현장의 목소리가 처음부터 배제된 규정이었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싶다”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 다른 감독 역시 “최악이다”고 잘라 말했다. “포수가 볼을 잡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타자가 아웃이 되고, 이 부분이 어떻게 스피드업과 관련이 있을지 모르겠다. 제도를 바꾼다면 디테일하게 바꿔야지,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며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경기 시간은 선수들의 행동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투수들의 수준과 관련있는 것이다. 투수들이 좋은 팀은 경기 시간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행동을 규제한다고 해서 시간이 줄어드는 건 절대 아니다”고 덧붙였다.
승부처에서 나온 이 판정을 해당 팀 감독은 물론 팬들이 제대로 납득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 경기를 지켜 본 한 해설위원은 “괜한 룰을 만들어서 논란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볼 하나에 승부가 왔다갔다 하는 상황, 중요한 순간에서 심판이 과연 스트라이크 콜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또 어느 팀은 콜을 하고 또 안하게 되면 문제가 될 가능성이 많다. 아직은 현실화가 어렵고 논란만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심판 판정의 일관성에도 다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몸쪽 위협구 때문에 뒤로 물러났을 경우 등 스피드업 예외 규정도 있지만 이는 심판 재량에 따른 부분이 많다. 심판진은 “우리도 여전히 복잡하다”고 입을 모으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도 이 규정이 아직은 헷갈린다는 의견이 많다.
물론 반기는 입장도 없는 건 아니다. 일부 투수들과 관계자들은 “투수들에겐 12초룰 등 규정이 있지만 타자들에겐 없었다. 형평성을 위해 타자들에게도 어느 정도 규제는 있어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법적인 부분에 대해선 시정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 “투수들은 공도 던지지 않고 아웃을 잡을 수 있어 좋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을 것 같고 흐름도 크게 깨는 것 같다. 스트라이크보다는 차라리 벌금 등으로 흐름을 끊지 않는 선에서 해결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규정은 팬들을 위한 것이다. 팬들을 위해 경기 시간을 줄여보자는 것. 하지만 시행 첫날 정작 팬들의 반응도 싸늘하기만 하다. 네티즌은 “야구흐름을 끊고 분위기도 가라앉는다. 누구를 위한 룰인지 모르겠다”, “고작 10분 줄이려고 팬 기분 망치는 건 넌센스다”, “이 룰은 웃긴 짤방이나 생성하는 룰이다”, “이대로라면 한시즌 투수 300삼진도 볼수있을지 모르겠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개선의 여지도 물론 있다. 10구단 감독들은 시범경기를 치른 후 감독자 회의를 통해 스피드업 관련 규정을 논의한 후 KBO에 건의할 수 있다. 벌금을 부과하거나 클리닝타임을 줄이는 등이 스피드업의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
모팀 감독은 “타자가 볼넷을 얻어내면 그 뒤에 1루까지 뛰어가서 보호대를 벗는다든지 경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대안을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