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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일본은 벌써부터 리그 중단, 최강팀 구성 등의 목표를 세우고 실질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한국 야구계도 환영 일색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과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영광은 한국 야구의 르네상스를 여는데 큰 기여를 했다.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이었던 하일성 해설위원은 “베이징 9전 전승 우승은 한국 야구 도약의 큰 밑거름이었다. 거의 시차가 없는 중국에서 경기가 열린 덕에 프라임 타임에 야구 중계가 거의 매일 이뤄졌다. 야구를 모르던 사람들에게 야구의 즐거움을 알게 해 준 계기가 된 대회”라고 평가했다.
실제 그렇다. 2006 WBC 4강 진출로 불이 피어오르기 시작 한 한국 야구 인기는 베이징 올림픽과 2회 WBC 준우승의 쾌거로 이어지며 정점을 찍었다. 태극 마크를 단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최고의 홍보 효과를 갖는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야구의 올림픽 재진입을 반기고만 있어도 될런지에 대해선 고개가 갸웃 거려진다. 이미 우리의 눈 높이가 너무 높아져 있는 탓이다.
올림픽의 야구의 백미는 단연 한.일전이다. 역대 한.일전 명승부는 아직까지도 스포츠 전문 채널의 좋은 킬링 타임 컨텐츠 노릇을 하고 있을 정도다.
물론 쿠바나 호주, 이탈리아, 도미니카 등 만만찮은 실력의 팀들도 대회에 출전한다. 하지만 메이저리그가 선수 차출을 허용하지 않는 한 한국의 전력을 앞설 수 있는 팀은 쿠바와 일본 정도라 할 수 있다.
처음엔 메달이 목표였던 한국이다. 마이너리거가 주축인 팀이라 할지라도 쉽게 이긴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국제대회를 통해 자신감과 함께 자부심까지 커졌다. 어지간해선 만족할 수 없다.
자칫 메달 획득만이 목표처럼 내비쳐질 경우, 야구 대표팀은 또 한 번 “병역을 위해 뛴 것이냐”는 비난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 우리 야구에 필요한 것은 ‘전심, 전력’이다. 온 야구계의 뜻을 하나로 모아 최고의 승부를 펼칠 수 있는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이웃 나라 일본은 이미 올림픽 재진입을 전제로 많은 준비를 시작해왔다. 최고의 3루수 출신인 고쿠보를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하고, 꾸준히 젊은 선수들을 이끌고 국제 이벤트에 출전하게 했다. 2020년 주축이 될 선수들의 장.단점을 직접 부딪히며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지난달에는 메이저리그 올스타팀을 초청, 전국을 돌며 경기를 치렀다. 일본 프로야구 8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대회라고 했지만 오타니 등 일본 프로야구의 젊은 피들이 최고 선수들과 기량을 겨룰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려는 측면 또한 매우 강했다.
그동안 구단 반대로 번번히 무산됐던 시즌 중단 역시 이번엔 강하게 밀어부칠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 명분이다. 이전에 비해 축구 등 다른 종목으로 뺏기고 있는 유망주들의 시선을 야구로 돌리자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승리’ 보다 더 큰 임팩트는 없다. 그만큼 지금 일본 야구가 독한 각오를 품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반면 한국은 그야말로 제로 베이스다. 현역 감독을 맡기는 것이 좋은지, 전임 감독이 좋은지에 대한 결론조차 내리지 못했다. 지난 11월의 U-21 세계선수권은 젊은 선수들이 국제 대회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프로 구단들의 비협조로 최강팀을 꾸리는데 실패한 바 있다.
꿈에서도 하기 싫은 가정을 하나 해 보자. 4강에서 극적으로 쿠바를 꺾고 결승에 진출한 대표팀. 그러나 결승전서 일본에 완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건다. 정말 진심으로 박수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가. 야구의 올림픽 재진입은 우리에게 매우 무겁고 버거운 숙제를 안겨주게 될 것임을 잊어선 안된다.